한미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앞두고 농민들의 원성이 높다.

한우협회 익산지부 김병호 지부장은 "먼저 대책을 세우고 국회비준을 하는 게 순서"라며 "지금도 국내 한우가 적정수준을 넘어서고 있는데 관세가 철폐돼 무제한 수입이 허용될 경우 한우사육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적정 한우 사육량을 전국 240~250만두로 잡고 있는데, 현 사육두수는 300만두가 넘는다. 

양돈협회 익산지부 이웅렬 지부장도 "대안을 충분히 마련해놓고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답답할 따름"이라며 "농산물 피해를 대가로 공산품 수출이 늘어나는 것인데 수출기업의 이익을 농업분야에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산분뇨자원화시설과 축사현대화시설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값이 올랐을 때 정부는 농가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수입산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하도록 허용했는데, 값이 폭락한 요즘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최근 양돈업이 손익분기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전국 평균 도매가는 ㎏당 4천500원 수준인데, 손익분기점은 4천200~4천700원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사료의 95% 정도를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데,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  걱정이다.

익산시농민회 윤양진 회장은 "협정이 체결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분야가 농업"이라면서 "하지만 의료와 교육 등 피해범위가 넓어 결국은 서민층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의 벼 공공수매와 관련, "정부는 시가수매를 원칙으로 하고 40㎏ 1등급 한 가마에 4만7천원을 우선 지급한 후 12월 전국평균 시가를 산출해 나머지를 보전해줄 방침"이라며 "정부에서라도 낮은 시가를 적용하기 보다는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수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농민회는 정부의 벼 수매를 거부한다는 취지로 지난 9일 익산시청 앞에 나락을 쌓았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협정안의 국회비준을 저지할 계획이고, 전국농민회총연맹도 강력히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통과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 때문에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정부 여당의 방침이 확고하다.

전라북도는 농가피해 대책비로 책정한 정부예산을 축산·과수농가에 집중 지원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농가소득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농작물재해보험, 농어가 안전공제 확대, 농산물의 생산 및 가공, 체험판매 추진, 식품산업 육성 등으로 협정의 파고를 넘겠다는 복안이다.

이외에도 면세유 일몰제 폐지를 정부에 건의하고 농업 관련 정부예산 확보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