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익산 군산 서천 부여 등 백제시 담론도

2010년 9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 2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지방행정제체 개편 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올해 6월까지 전국 자치단체의 의견을 물어 시군구통합표준안(개편안)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국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법적으로만 보면, 행안부장관은 시군구통합표준안에 따라 자치단체가 2014년 6대지방선거 전까지 통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자치단체는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 모든 시군이 정부의 권고에 따라 강제적으로 통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는 6월 위원회가 시군구 개편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면 익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고, 현재 논의중인 전주·완주 통합이 성사될 경우 전북지역은 또 한차례 통합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지는 익산시를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일었던 시군통합 논의를 짚어보고 시군통합에 대응해 익산시가 취해야 할 방향을 모색해봤다.

◇통합논의의 시작

최근 수십년 동안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나왔었는데, 2000년 이후를 보면, 2005년 9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여야 합의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자는데 합의하면서 통합논의에 불을 당겼다. 당시 17대 국회는 같은해 10월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2006년에는 국회에서 전국 시군구를 통합하는 여러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는데, 2009년 3월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합의에 따라 18대 국회에서도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같은 해 8월에는 정부가 자율통합 시군에 대한 지원계획을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시군통합이 논의됐는데, 창원, 마산, 진해가 이때 통합했다. 

하지만 통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여러 지자체에서 통합에 따른 지역갈등이 많았기 때문에 이듬해인 2010년 9월 국회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특별법에 근거해 정부는 지난해 2월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를 구성하고 통합에 대한 모든 작업을 일괄적으로 맡겼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는 26명의 전문가 및 공무원 등으로 구성돼 3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통합논의를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에 각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익산이 포함된 호남권 토론회는 지난해 7월 15일 광주광역시청에서 개최됐다.    

위원회는 올해 들어 자율통합을 건의한 시군에 대해 통합절차를 지원하면서 6월까지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행정체제개편 시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익산에서의 통합논의

익산에서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통합논의가 없었다.

다만 2009년 정부에서 자율적으로 통합하는 시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 같은 해 9월 10일 익산시의회 김용균 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이한수 시장의 의견을 묻는 정도였다.

김 의원은 "내륙의 익산시와 해양의 군산시가 통합하면 서해안의 중심도시는 물론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인구 경제 문화 등에서 이질감이 덜한 두 지역은 법원과 검찰, 축협 등 양지역이 통합된 기관단체가 있다"며 익산과 군산의 통합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한수 시장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군산과 백제문화권인 익산의 통합을 검토하고 있고, 경제인들이나 정치인들과의 논의를 통해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이춘석(익산갑) 국회의원은 익산과 군산 뿐 아니라 백제문화권인 서천과 부여, 논산을 통합해 백제시 또는 금강시를 세우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당 조배숙 국회의원은 익산과 군산은 지리적으로 이어져 있고, 산업적으로도 통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김제까지 아울러 새만금권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익산시에서는 통합논의가 가라앉았다. 익산시청에서도 통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작업이 없었다.

그러다가 특별법 통과후 3개월이 지난 2010년 12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익산시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한차례의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은 없었고, 지난해에는 한 번도 공식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익산시 관계자는 "당초 특별법 제정과 행안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면 토론회도 하면서 익산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자율통합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해 검토작업이 진전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의 통합방안

익산시가 어떤 시군과 통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2006년 17대 국회 때 행정체제개편특위에서 논의된 것이 자주 거론된다.

당시 특위는 익산과 논산, 익산과 군산을 통합하는 2개 방안을 검토했었다. 여기에다 이춘석 의원의 백제시 또는 금강시, 조배숙 의원의 익산군산김제 통합 의견이 더해졌을 뿐이다.

◇군산은 새만금권에 관심

지금까지 군산시에서의 통합논의는 익산을 염두에 둔 것 같지 않다.

2009년 군산시와 익산시의 상공인들이 양지역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한 차례의 발표를 한 뒤 군산시에서는 자연스레 익산시를 통합논의 대상에서 빼고 서천과의 통합론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마도 새만금을 어떤 시군에 소속시켜야 하는가를 두고 부안군 및 김제시와 갈등을 빚은 것이 원인인 것처럼 보인다.

새만금 매립지역을 놓고 지분 챙기기를 하는 것 보다는 새만금에 걸쳐 있는 시군이 통합하면 군산시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속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2010년 들어 군산시청은 3+1전략, 즉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충남 서천군을 통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이어 군산상공회의소와 군산대, 지역 사회단체들이 3+1전략을 담은 새만금시 또는 금강시 설치를 제안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군산상공회의소 등 8개 단체가 '새만금-금강권 통합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산시민과 서천군민을 상대로 주민 서명을 받아 12월 15일 전라북도청에 시군통합 건의서를 제출했다. 도청은 이달 초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통합작업이 녹록치는 않다. 서천군수는 주민 서명에 앞선 지난해 10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입장을 밝혔고, 이어 서천군은 같은 해 12월 19일 통합추진준비위원회가 주민들로부터 받은 서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성명 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서명부를 반려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군산시가 계획한 새만금시 또는 금강시 설립계획은 양 지역 의회 및 주민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군산시의 움직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통합논의 대상에서 익산을 제외했고, 정부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익산시, 어디로 가야 하나

정부에서 비록 권고형식으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다만 방식이 문제다.

또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오는 6월 개편방안을 발표할 경우 익산시는 여기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기 쉽다.

현재 익산시 일각에서는 익산 군산, 익산 전주 완주, 익산 군산 김제 새만금, 익산 부여 공주 서천 논산  통합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전주, 완주, 김제, 부여, 서천, 논산, 새만금과의 통합은 장기적 과제로 남겨두더라도 우선 군산시와의 통합론이 가장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익산은 고속철 등 육로교통이 발달했고 공주, 부여와 함께 백제문화권의 중심지라라는 역사적 자원을 갖고 있다. 군산시는 신항만 건설 등 해양교통수단이 발달할 것으로 보이고, 특히 새만금 매립지에 대해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만약 군산시가 새만금시에 포함돼 독자적으로 성장하고 전주와 완주가 통합할 경우 익산은 양 지역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가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현재 익산시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통합지역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둘러서 익산시의 입장을 확고히 정해놔야 할 이유다.

◇고양이목에 방울달기

어느 시군이나 시군 통합문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행정구역의 통합은 정치의 통합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광역의원의 수는 보장받을지 몰라도 현재의 시장 군수가  통합지역의 단체장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통합시청사 건립지역이나 통합시의 명칭을 정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다. 

2009년 전주완주 통합논의는 정치적으로 불리한 완주군수와 이와 연관된 세력의 반대 때문에 갈등만 남기고 끝났다.

당시 완주군수는 2010년 6월에 치러질 5대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었고, 전주완주 통합시장 선거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완주군의 반대가 격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산시가 통합을 추진하려 했던 서천군이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2014년 6대 지방선거에서 인구가 많은 군산 출신 정치인이 통합시장으로 당선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서천군수를 둘러싼 지역의 핵심정치세력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익산과 군산도 마찬가지다. 양 지역 정치인 중 누가 통합시장에 당선될지 예측할 수 없고, 선거구도 지나치게 넓어서 선거운동 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정부가 법률에 의해 강제적으로 통폐합하지 못하고 자율적인 통합방안을 고수하면서 각 지자체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현재의 시장군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중에 강제로 통폐합 될망정 굳이 자신들의 임기중에 통합을 해야 할 절박성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시군통합과 국회의원 선거구 변경문제가 맞물리면서 국회의원들도 적극적이지 않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