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익산역 선상역사(線上驛舍) 데크 확장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용도로 바닥에 설치하는 데크(목재판)는 익산역 사무실을 철로 위로 뜨게(선상역사) 짓기로 하면서 처음에는 너비 5미터, 길이 100미터로 설계됐었다.

철로 위로 건물을 지으면 철로 때문에 동서 양쪽이 끊어지는 것을 막는 장점이 있는데, 양쪽을 오가려면 철로 위로 복도처럼 데크가 설치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5미터짜리는 너무 좁고, 역세권과 새만금이 개발돼 승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폭을 늘려야 한다는 익산시의 주장에 따라 시공사인 철도시설공단은 설계를 바꿔 42미터로 넓히기로 약속한 듯 했다.

이를 위해 추가비용 90억원 중 공사를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45억원, 나머지 절반을 익산시가 부담키로 했지만, 최근 철도시설공단이 비용부담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철도시설공단은 빚이 18조원에 하루 이자만도 2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각 지역 고속철 역사(驛舍) 건축비를 되도록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따라서 전북 정읍역도 당초에는 선상역사를 짓기로 했지만, 돈이 많이 든다며 최근 계획을 철회해 국회의원 후보자가 단식농성을 하는 등 지역민심이 좋지 않다.

때문에 익산시는 90억원을 혼자 부담할 수는 없다며 데크를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이 45억원을 부담키로 확정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우리 측과 지난 1년간 협의해온 것 뿐”이라며 "사람들이 오가는 데는 5미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산시의회 장오준 의원은 지난달 31일 도시개발과 새해업무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익산시가 45억원을 부담하기로 한 만큼 시에서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역세권개발사업을 할 때 설계에 반영해 나중에 넓혀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장 의원은 “익산역 준공은 2013년, 역세권개발 완공시점은 2016년일 뿐 아니라, 민간투자로 이뤄지는 역세권개발사업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철도시설공단이 비용부담을 않는다고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데크 확장이 정말 필요하다면 익산 서부지역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며 “역사 건축과 역세권개발사업 준공이 동일한 시기에 이뤄져야 철도 이용객도 편하고 서부지역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데크를 넓히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며 “역세권을 개발할 때 복합환승센터를 지으면서 나중에 넓혀도 기술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세권개발계획 용역에 이미 데크 확장문제를 포함시켰다”면서 “개발이 이뤄지면 국비가 지원되는데, 이 돈으로 넓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경애 의원은 "정부가 호남고속철 민영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역세권 개발계획 수립용역에 민영화에 대한 장단점 분석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