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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들여 매입한 유수지 조성부지가 사업 불가능한 쓰레기 매립장이라니

▲ 익산시, 유천지구 유수지 조성 사업 공사 부지 알고보니 쓰레기매립장.. 설계변경 불가피

토지매입비, 관련 부대공사비, 정상적인 물빠짐 위한

배수펌프장 설치 등 약 70억원 낭비

유천지구 유수지 조성 공사현장. 공사도중 발견된 쓰레기가 임시로 야적돼 있다.

익산시가 재해위험지구를 정비한다며 유천지구(석탄동)에 유수지(저수지)를 조성하던 중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이 발견돼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설계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수십억원의 추가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이미 토지 매입에 들어간 세금은 고스란히 낭비될 상황.

지난해 본격 추진된 '유천지구 유수지 조성사업'은 유천배수펌프가 있는 석탄동 일대 7만2천㎡(2만3,700여평)를 매입해 6만6천㎡(2만평) 규모의 유수지를 조성하고, 천변에는 쉼터와 자전거길을 만드는 내용이다.

이곳은 호우 때 물이 넘치기 때문에 소방방재청과 협의,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국비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사업비는 113억원, 이중 국비가 67억8천만원, 나머지 45억2천만원은 도비와 시비다.

시는 지난 해 초 실시설계와 토지보상(40억여원)을 완료하고 같은 해 6월 착공해 1차 기본공사를 마쳤으며, 올해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유수지 사업부지에서 흙을 파내던 중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이 발견됐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2만3천㎡ 부지에 3~3.5미터 높이로 약 8만㎥의 쓰레기가 쌓여 있으며, 20여 년 전 이리시청이 생활쓰레기를 매립한 후 흙을 깔고 다시 민간에게 분양했다.

따라서 유수지 조성 규모는 매립장 일대 3만㎡를 제외하고 나머지 3만6천㎡로 축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때문에 토지매입비를 낭비했고, 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당초 설정했던 재해방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할 상황이 됐다.

◇ "쓰레기 매립 사실 몰랐다"

"쓰레기 매립장인줄 몰랐습니다. 이곳은 원래 물길이었던 것 같은데, 예전에 하천을 정비하고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면서 물길을 다른 쪽으로 돌린 후 이곳에 생활쓰레기를 묻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희들도 나중에 주민들에게 듣고 알았습니다." 시청 관계자가 말했다.

문제는 이곳을 부지로 선정할 당시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면서도 쓰레기매립장인줄 몰랐다는 것과 이후 실시설계 및 사전환경성검토 과정에서 이곳에 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설계업체에 실시설계용역을 맡길 때 익산시는 전체 2만평 부지 가운데 단 한곳만 시추해 토질조사를 벌일 것을 명시했다. 넓은 부지 가운데 왜 한곳만 조사하도록 했는지 의문스러운 대목. 그러나 용역업체는 3곳을 추가해 총 4곳의 토질을 조사했는데, 이마저도 새로 제방이 조성될 라인을 따라 토질조사를 벌였기 때문에 사전환경성검토과정에서 쓰레기 매립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또 용역업체가 토질조사 지점을 선정할 때 관계 공무원과 협의했는데, 쓰레기 매립부지는 조사 지점에서 제외됐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익산시가 이곳에 쓰레기가 매립됐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다면 토질조사를 했을 것인데, 우리는 단지 사후 안전을 위해 제방이 설치될 곳만 토질을 조사했습니다." 사전 환경성 검토과정에서 왜 쓰레기매립 현황을 밝히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용역업체 관계자가 이 같이 말했다.

◇ 예산 낭비·사업비 증액 이중 부담

어쨌든 익산시는 사전에 업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쓸모없는 땅 3만㎡를 사들이고 관련 부대 공사를 벌이는데 20억원 정도를 낭비했고, 토지주는 땅을 팔아 이익을 본 셈이 됐다.

또 주변지역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익산시는 이곳에 20만톤의 물을 저장할 계획이었는데, 사업부지가 절반 가까이 줄어 12만톤 정도밖에 저장할 수 없게 됐고, 물 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펌프시설 4개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익산시청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지난 11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설계를 변경해 펌프를 설치하려면 약 50~60억원의 예산이 증액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쓰레기는 그냥 묻어두고 간다

또 다른 문제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인데, 익산시는 그냥 묻어두고 간다는 계획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 처리비로 50억원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을 그냥 놔두거나 쓰레기 더미 위에 흙을 쌓거나, 보토한 후 표면을 정비하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자전거도로를 내고 쉼터를 조성할 경우 우선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고, 기왕 발견된 쓰레기를 방치한다는 것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0년 이상 됐기 때문에 냄새 걱정은 없다"고 말했지만,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공인기관을 통해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익산시의회 송병원 의원은 지난 11일 재난안전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사전에 환경성 검토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을 하다가 폐기물이 나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치밀하게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예산낭비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