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수관 묻으며 먼저 파헤치고, 석재블럭 가라앉아 아스콘 포장 검토

익산시는 2007년부터 익산역 맞은 편 중앙동 구도심 상가 8개 거리 2.5㎞에 58억원을 들여 전신주 및 통신주를 땅에 묻고 도로 바닥을 석재로 까는 등 특화거리를 조성했다. 지난 6월 현재 사업이 거의 완료된 상태며, 100미터만 남은 상태.

그런데 많은 비용을 들여 석재블럭을 깔아놓은 특화거리가 완공된 지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지반 곳곳이 가라앉으며 블럭이 깨졌고, 차량이 그 위를 지나가면서 더욱 망가지기 시작했다. 지반 침하가 심한 몇몇 지점은 아스콘으로 땜질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 5월부터 익산시가 특화거리에 하수관을 묻으면서 이 일대 곳곳을 파헤친 후 임시로 아스콘 포장을 해놓아 '누더기 거리'가 됐다.

게다가 익산시의 '하수관거 임대형 민자사업계획'의 기본구상은 특화거리 조성 계획보다 먼저 수립됐기 때문에 시청 내 관련부서 협의가 이뤄졌더라면 나중에 하수관을 묻으면서 특화거리를 뜯어내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한 군데서 지반이 가라 앉으면 그 주변이 연쇄적으로 가라 앉고 있습니다. 하수관을 묻고 나서 도로 표면을 부직포로 덮어놓으면 맑은 날 먼지가 나고, 비오는 날은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통행이 불편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아스콘으로 포장해달라고 했습니다." 중앙동의 한 상점 주인이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익산시가 도로 표면을 뜯어내고 점토벽돌을 깔거나 아스콘으로 포장한 뒤 부드러운 소재로 덧씌우는 공사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큰 폭의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미 투입된 사업비와 새로 투입될 사업비 합계는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상점가 일부 상인들은 지반 침하 문제가 발생할 때부터 석재 블럭은 깨지기 쉽기 때문에 계속 보수해야 하고, 차량 운행에도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수관을 묻으면서 도로가 엉망이 되자 석재 블럭을 아예 뜯어내고 다른 재료로 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익산시는 향후 공사 방향을 주민들과 협의중이지만, 하수관거 사업으로 뜯겨진 거리를 원상복구할지, 전면 재시공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원상복구 한다 해도 임시로 포장한 아스콘을 또 뜯어 석재블럭을 깔아야 하고, 전면 재시공할 경우 기존에 투입된 예산이 낭비되고 거액의 신규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를 갖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조규대 의원은 지난 9일 도시개발과 행정사무감사에서 "사업 전에 여러모로 주민의견을 수렴해 특화거리를 완공했는데, 갈아 엎고 포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일관성 없는 행정에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