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폭력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배움을 찾는 학생들에겐 큰 짐이나 다름없다. 올바른 배움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건강과 인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교과부에서 선정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우수사례’들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우리의 교육현장이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주입식 예방교육이나 상·벌식 지도에서 벗어나 학교 환경에 맞는 접근과 학생 눈높이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수사례를 낳은 학교들이  대부분 이런 점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은 항상 새롭다. 낡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없다. 열린 자세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학생들을 보살피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지난주에는 서울 신상도초등학교의 지역사회 및 가정과 연계한 학교폭력 예방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다양한 부분과 다각적 방면에서 학교폭력에 대해 실질적으로 접근해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다양한 접근만이 방법은 아니다. 조그만 계기로도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학교들 중 울산남창중학교의 사례가 바로 그렇다. 남창중은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주효할 것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1년부터 창의인성교육선도학교로 선정된 남창중이 만들어가는 학교폭력 없는 즐거운 학교를 소개한다.

선생님과 1박2일 보내며 마음 열고 대화 ‘기적의 하룻밤’

학교폭력의 원인을 소통부재에서 발견

교사와 함께 하룻밤 보내며 고민 상담

영화도 같이 보고, 목욕탕에 함께 가기

학생과 선생님 신뢰 저절로 쌓아져

‘티처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왼쪽에서 첫번째)이 선생님 가족과 식사하고 있다.

◇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을 찾다

남창중학교는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의 농어촌지역 학교지만 34학급이 편성된 대규모 학교다. 학교 주변의 환경과 지역 특성상 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편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대책은 효과가 미흡했다. 남창중은 그 원인을 교사와 학생이 서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데서 찾았다.

학교폭력은 교사와 학생 간에 소통이 없이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했다.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이 입시위주교육, 신체활동부족, 인성교육부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남창중은 교사와 학생의 대화 단절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학생들이 아무리 힘들고 고민되어도 자신의 마음을 진심으로 알아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든든한 누군가가 바로 선생님이라면, 학교생활이 즐겁고, 자연스럽게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학생들이 배우고 바라보는 교사야말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 선생님과 함께 ‘1박~2일!’

남창중은 그 해법을 가까운데서 찾았다. 예능프로인 ‘1박 2일’에서 착안한 것으로, 하룻밤 동안 함께 숙식하며 많은 경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교사와 제자가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사제가 함께하는 기적의 하룻밤 ‘티처 홈스테이’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티처 홈스테이’의 내용은 간단하다. 교사와 학생이 1박 2일 동안 함께 지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부모의 동의하에 교사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목욕탕에 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학생들은 평소의 고민이나 어려운 일들을 편안하게 상담한다. 일종의 기숙 상담으로서 교사의 집에서 함께 숙식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고민 상담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방식이다.

교사의 집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학교숙소나, 수련원, 찜질방 등 교사와 학생이 편한 곳을 선택해 행해지며 학교는 교사가 재량껏 임할 수 있도록 경비를 뒷받침해준다.

이후 교사와 학생은 ‘티처 홈스테이’ 실시 소감문을 작성하고 학부모는 교사에게 감사편지를 쓰도록 한다. 무엇보다 이 하룻밤은 서로의 벽을 없애고 신뢰를 갖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1박 2일의 시간동안 학생과 교사 모두 달라지는 계기가 되고 있어 ‘기적의 하룻밤’이라고 불러질 정도로 그 효과가 크다.

남창중 학생들이 공수 자세로 학교폭력예방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작은 배려와 관심이 필요

지난 4월 ‘티처 홈스테이’에 참여한 남창중 손덕제 교사는 2학년 학생과 보낸 1박 2일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소감을 남겼다.

“티쳐 홈스테이도 벌이라 생각을 하는지 걱정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성남동 시내에서 옷가게를 함께 구경하면서 그러한 걱정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 항상 복장 때문에 교칙에 위배되어 지도를 많이 받았는데 00이의 꿈이 패션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00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중략~ 선생님의 작은 배려와 관심이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창중은 이처럼 사랑관심대상(요주의)학생에 대해 우선적으로 ‘티처 홈스테이’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 학생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 없었던 원인을 알고 또한 상호간의 신뢰를 쌓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학습을 지도하는 데에만 신경 쓸게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해 이해하고 지도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남창중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체육수업을 받고 있다.

◇ 스승존경 제자사랑

남창중은 위와 같이 학생을 가르치기보다 이해하고 보살피는 교사를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자 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중요하지만 교사와 학생의 소통을 위한 작은 노력이 학교에서 폭력을 사라지게 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교사도 학생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학생도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스승존경 제자사랑 행복한 학교’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남창중은 자부한다.

지난 5월 ‘티처 홈스테이’발대식 이후 여러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실제로 학교폭력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남창중학교를 담당하던 경찰이 특진한 사연도 알려졌다. EBS와 신문, 방송에서도 연거푸 남창중의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다루며 그 효과와 사례를 알리고 있다. 학교폭력이 심각했던 학교에서 사제간 소통과 신뢰를 쌓는 프로그램으로 폭력을 몰아내고 지금은 창의인성교육모델 학교로까지 선정된 남창중학교. 무엇보다 학생들이 즐겁게 다니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정완창 인턴기자  

친구들을 안아주며 서로간의 우애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