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만든 유기농 된장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는 ‘4남매 시골된장’ 대표 황수연씨

"가족이 아파본 사람은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아요"

아빠가 하늘로 떠나고 홀로 남은 엄마가 아이 넷을 키우기 위해 항아리 10개로 시작한 된장 만들기.

이제는 항아리가 600여개가 넘었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 청국장 모두 유기농 가공 인증을 받았고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사가 됐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된장 판매. 황수연씨(38세)는 귀농 5년 만에 전국에서 유명한 여성 경영인(CEO)이 되었다. 그녀의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았다.

◆ "처음에 된장을 파는게 너무 창피했어요."

된장 판매를 시작한 2007년 이전까지 황씨는 당시 33세로 남자 아이 1명과 여자 아이 3명을 둔 평범한 가정의 주부였다.

황씨는 일본에서 7년 정도 가족과 함께 생활하다 남편에게 찾아온 대장암 때문에 휴양을 위해 2005년, 친정어머니의 땅 금마로 왔다.

황씨의 친정 어머니는 후일을 생각한 것일까. 강원도 정선에서 생산된 좋은 콩 만을 골라 항아리 10개에 된장을 담갔다. 어머니가 담그는 된장 항아리는 잘 익었고, 매년 증가하다보니 40개가 됐다.

된장이 잘 익어가자 황씨는 4남매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이 된장을 팔기 시작했다.

처음 파는 된장은 판로가 없었다. 전단지도 만들어보고, 재래시장에 내다 팔기도 해보고 홀로 체육공원에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만들어 준 된장은 팔리지가 않았다.

황씨는 된장을 팔기 위해 익산시청 홈페이지에 판매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느날 모르는 손님이 된장 1kg을 사갔는데 참으로 신기했다. 하지만 다음날 익산시청으로부터 "허가 없이 판매하면 고발조치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2007년 4월 익산시 환경위생과에 개인 영업허가 신고를 한 것이 그녀의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이었다.

◆ 1년 동안 팔지 못해 '발 동동' 1년 후 전국에서 된장 부문 1~2위

영업허가 신고를 냈지만 된장을 만들어 먹는 금마라는 시골 지역의 특성과 무연고로 인해 된장은 1년 동안이나 팔리지 않았다.
이렇게 된장이 팔리지 않자 지인이 인터넷 쇼핑몰 옥션을 통해 전국구를 공략하라고 조언

다.

2008년 4월부터 옥션에 입점을 해 판매를 시작했다.

3개월 후인 그해 7월부터 황씨는 된장 부문에서 전국 1~2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이어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도 8월에 입점해 10월에 된장 부문에서 역시 전국 1등을 차지, 전국 우위를 점했다.

◆ 동나기 시작한 된장 항아리

된장 항아리가 비워지기 시작했다. 황씨의 어머니는 항아리를 더 구입했고 "미친듯이" 된장 담그기를 이어가 2008년 가을에는 항아리가 200개로 늘어났다.

맛과 정성으로 승부한 황씨의 소문은 전국으로 번져 2009년 5월에는 KBS '인간극장'에 방영됐다.

또 다시 항아리 200개가 모두 매진됐다. 어머니와 함께 황씨는 된장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4남매 시골된장 공장 전경

◆ 하늘은 외면하지 않아 '우연히 찾아온 행운'

2010년 2월에는 '황수연전통식품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된장을 팔기 시작한 3년 째서야 황씨는 자체 쇼핑몰 '4남매 시골된장(www.4namme.com)'을 개설했다. 당시 또 다시 재미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중앙일보 3월 2일자 신동화 교수의 '맛'칼럼에서 추천된 단 1줄의 맛된장 소개 글이 게재됐다.

홈페이지를 오픈한 날이 3월 1일이었고, 중앙일보에 소개된 날은 3월 2일이었다.  자체 쇼핑몰을 오픈한지 하루만에 자연스레 전국에 홍보가 됐고 된장 판매는 또 다시 성장가도를 달렸다.

◆ 연고 없는 지역판매 농업기술센터와 연결로 성공

지역에 연고가 없었던 황씨는 지역과 연계를 위해 2009년 가을 금마면 소재 농업상담소를 찾았다.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는 황씨가 성공하게 된 또 다른 계기를 제공했다.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마된장, 마고추장, 마간장 개발을 공동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마간장이 맛이 좋아 2010년 10월, 전주발효식품엑스포 우수상품전에 출품해 식약청장상을 수여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농업진흥청에서 실시하는 '발아현미를 이용한 기능성 된장 개발사업'을 신청해 역시 선정되어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와 공동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황씨는 이를 또 2011년 전주발효식품엑스포에 출품해 도지사 표창을 받았고, 같은해 12월 16일에는 농업 유공자 표창까지 받았다.

또 황씨는 같은해 겨울 쌀 시장 안정과 쌀산업 활성화를 통해 농림수산식품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 연구개발 전문가

황씨는 이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가로 변신해 있다. 최근 '4남매 발아현미 된장'을 출시해 젊은 층에 인기를 얻고 있다. 연구개발을 상품으로까지 잇고 있다.

최근 7월에는 우석대학교의 고구마 된장 관련 기술이전을 통해 익산농업기술센터·고구마산학협력단·4남매 시골된장이 공동으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된장쿠키를 출시, 현재 더 좋은 된장쿠키를 만들기 위해 연구 보완 중에 있다.

◆ 융자보다 지원 절실

황씨는 귀농을 했지만 정부와 익산시가 지원하는 귀농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귀농정착지원사업비 2억원, 주택구입비 4천만원을 합한 2억4천만원도 귀농을 시작한지 5년 이내여야 받을 수 있지만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한푼도 받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농업후계자로 1억5천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이 비용으로 논을 구입해 현재는 유기농콩과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융자금의 경우 상환기일도 짧기 때문에 인맥이 없으면 판로를 개척하기도 힘들어 경영상 어려움에 시달리고 결국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황씨는 현재 자동화 시설이 절실한데, 내년부터 실시되는 익산시의 지원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 유기농 된장만을 고집하는 그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어떻게 나쁜걸 만들 수 있겠어요"

황수연씨는 귀농을 위한 귀농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아파서 휴양 차 시골로 왔고,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달리한 이후 4남매의 생계를 위해 농촌생활을 시작했다. 인맥이 없어 맨땅에 헤딩을 했고, 아이들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귀농을 했다.

황씨는 국산콩과 유기농만을 고집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먹는 된장을 만드는데 나쁜 것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이다.

현재 된장을 비롯한 고추장 간장, 청국장, 들기름, 참기름 등 10여종의 제품을 만들며 연매출 3억원을 달성하고 있는 황씨는 오늘도 말한다.

"가족이 아파본 사람은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아요."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