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조리종사원, 10년 일해도 교사 첫 월급보다 적다니

10년 근로자 월급 150만원도 안 돼..

휴가도 제대로 사용 못하고, 아파도 산재처리 안 해

익산시의회 이경애 의원

익산시의회 이경애 의원(산업건설위)은 지난 24일 익산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익산지역 학교비정규직 중 급식실 조리종사원의 임금 및 근로조건, 근무환경 실태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설문조사는 이경애 의원이 의뢰해 올해 7월 7일부터 24일까지 14일간에 걸쳐 익산지역 16개 초·중·고교 급식실 조리종사원을 대상으로 ‘새사회의 주인 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자 학교’의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또한, 이경애 의원은 조사배경 및 목적에서 “임금, 근로조건에서 가장 열악한 분야 중 하나인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파악해 알리고 노동환경 개선 등을 교육청이나 지자체 단위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가장 열악한 조건임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를 토대로 근무조건 및 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 연령대별 분포 현황은 50대 경력단절 여성이 주를 이뤘고,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70%에 이르는 응답자가 불만 혹은 매우불만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조리원의 62%가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조건임에도 취업의 첫 번째 동기가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어 익산에 종사하는 급식실 종사자들이 우리나라 현실에 나타나는 대부분 50대 부모의 일하는 노동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점이 여실히 나타났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인 조리종사원으로 취업하게 된 계기 설문결과표.

◆ 117명 조리종사원, '생계 위해'

이번 조사는 익산지역 초·중·고 16개 학교 117명의 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원을 대상으로 했다. 117명 모두 여성으로, 연령은 50대 60명, 40대 45명, 30대 2명이었다. 익산 지역내 조리원 종사자들은 공립초등학교 53명, 공립중학교 19명, 사립고 12명, 사립중 18명, 공립고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117명의 종사자들에 대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계기'에 대해 67%가 생계를 위해 취업을 하게됐다고 응답했다.

근속연수는 5년 이상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이들 중 10년이 넘게 일한 종사원도 32%에 달했다. 특이하게도 근속연수가 학교의 설립시기와 대체로 비슷해 대부분 장기간 근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대부분 무기계약직 해고 불안감 팽배

    노동강도, 96%가 불만

조사자들은 대체로 "2년 이상 근로한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지침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음이 확인됐다.  일부는 1년 기간제계약직(97명), 1년 미만 계약직, 도급회사 파견직, 아르바이트 등도 있어서 이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불안을 뭍는 질문에는 '보통' 이상 '매우 느끼는 정도'에 대해 62%가 불안함을 표현했다. 단순하게 보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어 고용불안 요인이 없을 것처럼 보였으나 전반적인 학생수의 감소추세로 인해 언젠가는 해고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수준에 대해서는 47%(54명)가 '보통'이라고 답했고, 50%가 '불만족' 혹은 '매우불만족'이라고 답해 임금인상에 대한 조리종사원들의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62%(66명)가 ‘보통’이라고 대답했고, ‘불만’(11%), ‘매우불만족’(13%), ‘만족’(15%)로 나타났다.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70%에 이르는 조리종사원들이 ‘불만’ 혹은 ‘매우불만’으로 답했다. 전반적으로 노동강도가 심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보통’(43%), ‘불만족’, ‘매우불만족’이 53%로 전체 96%가 대체로 불만이라고 답했다. 인사승진과 노무관리에 대해서는 ‘보통’(53%), ‘불만족’과 ‘매우불만족’이 43%로 96%가 대체로 불만을 나타내 전반적인 관리가 없음을 나타냈다. 노동안전과 산재예방에 대해서는 ‘보통’(55%) 응답을 포함해 ‘불만족’이 94%에 이르는 것으로 노동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전반적인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의 여러 가지 불만족과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으나 응답자의 80%이상이 ‘직장분위기’가 좋다고 응답했다.

학교 급식 조리종사원 만족도

◆ 급여 100만원에서 110만원이 대부분

급여는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80~90만원부터 최고 140만원을 넘지 않았다. 100만원에서 110만원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어, 10년 이상 장기근무를 해도 열악한 급여조건에서 일하고 있어 처우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리종사원들의 가계 전체 수입 대비 본인 임금의 비중은 30% 미만 응답자가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이어 본인 임금이 가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응답한 이가 38%가 넘어 조리종사원들 가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조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14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는다 해도 가계 총수입이 300만원이 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8% 노동자들의 본인 수입이 가계수입의 전부라고 응답했다.

◆ 휴가 제대로 사용 못해

조리종사원들은 연가와 병가 등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리종사원의 55%(60명)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보통'이라고 응답한 이들을 포함하면 70% 이상이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주로 손목결림, 어깨 근육통, 허리통 등을 호소했다. 단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음식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같은 통증을 호소하고, 만성두통, 위장장애 등도 나타났다.

또한 근무 중 아파서 병원에 가도 치료는 93%의 노동자가 개인부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이 재고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빠지면 일할 사람이 없어 동료들이 힘들기 때문'(69명 69%), '매일 아프니까 그러려니 하고 참았다'(20명 20%)고 응답해 제대로 병원에 가지 못한 채 참으면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임금체계와 임금인상 '가장 개선해야할 점' 지목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가장 개선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다중 답변이 가능토록 묻는 질문에 임금인상을 첫째로, 그 뒤를 이어 임금체계 개선, 복리후생 향상을 꼽았다.

이처럼 조리종사원 다수가 자신들의 노동 댓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고, 임금체계 개선은 근속에 대한 정당한 지급 및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 등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노조활동,  불이익 받을까봐 불안감 높아

노동자의 권리인 노동조합 가입의 경우 57%가 가입했고 43%가 미가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이점은 초등학교 조리종사원의 경우 대다수가 가입되어 있는 반면, 사립 중고교의 경우는 거의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응답에서는 '노조가입에 대한 부담(불이익)이 41%(18명)를 차지했다. 또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다수의 사립중고교 조리종사원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이 있을것을 염려해 가입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학교 급식 조리종사원의 세금공제 전 월급여

◆ 대부분 임금에 대한 불만 표출

그 외 개별적 당부나 개선해야할 점에는 호봉제 시급한 처리, 연봉제, 공무원과 같은 대우, 인원감축 금지, 냉방시설 개선, 고용불안 등을 지적했다.

또한 "조리종사원 처우개선은 뒷전이고, 윗상사나 학부형, 운영위원장 등을 먼저 생각하는 점 등 일선에서 땀 흘리는 저희들은 매우 아프다"면서 조리종사원의 인격에 대한 대우도 요구했다. 이어 "첫 월급을 받았을 때 (10년이 넘게 일한) 그분들의 월급과 저의 월급이 똑같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도 밝혔다. 이 밖에도 노동현장의 더위에 대한 강한 불만도 표출했다.

◆ 주요 문제점과 제안

이경애 의원은 조사결과를 통해 "학교 조리종사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동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임금과 근무연수에 관계 없이 동일하게 지급되는 임금은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가장 심각하게 제기되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중장기적인 임금 현실화 방안, 교직원에 준하는 복리후생 계획 수립, 자유로운 휴가사용 방안,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방안마련도 아울러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노동조합 미가입의 90%이상이 사립학교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조리종사원들이 학교측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하고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다면 사립학교 노동자들도 현재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권리인 노동조합 가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정조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