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단에 발주 위탁하는 건 무자격자에 폭탄 맡기는 격 

“익산시가 직접 발주하면 10억 가까운 예산도 절감 한다”

글 싣는 순서

Ⅰ 방향성과 현실

Ⅱ 환경관리공단의 현주소

Ⅲ 공법 검증

무방비 상태의 경과

환경공단은 지난 2007년 익산시 하수슬러지처리시설을 '탄화' 공법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숯가마 처럼 공기를 차단한 상태에서 슬러지를 열분해하여 무기물을 생산하는 '탄화'공법은, 소각과 마찬가지로 고온에서 슬러지를 처리하기 때문에 고온에서 견디는 재질 사용으로 투자비가 높고 시설수명 또한 짧다.

더 큰 단점은 공기를 차단해야 하는 공정의 특성상 연속공정이 어렵고 운영비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환경부 의뢰로 이루어진 실태조사보고서는 "탄화처리단가가 25만7천원으로 하수슬러지처리공법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밝히고 있다.

김해시 사업추진을 기점으로 붐이 일었던 탄화는 준공된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탄화를 계획했던 지자체들은 새로운 공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국가시책에 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건조후 연료화'로 변경했고 익산시도 그 중 하나다.

이때 익산시는 탄화공법으로 결정한 환경공단의 타당성검토 및 기본계획을 종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된 결정을 번복하는 임무를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맡긴 것이다.

익산시는 환경공단을 배제하고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민간사업자에게 위탁 방식을 6개월 여 동안 검토하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익산시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당초 계획한 턴키방식의 문제점과 환경공단에 의한 공법선정의 불안함을 충분히 파악했어야 옳다. 그러나 여러 정황은 익산시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였음을 보여준다.       

책임 회피 대가는 ‘예산 낭비’

환경공단이 1년 여 동안(처리방향 변경시간을 포함하면 5년) 준비한 익산시하수슬러지처리시설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서는 기술의 기초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는 '무지(無知)'의 산물이다.

중간보고서는 '기본계획' 용역과정의 중간 산물이지만 언제든지 익산시가 동의만 하면 곧바로 최종보고서로 확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기술적인 설명과 평가에 오류가 많고 형평성마저 의심되는 현재의 중간보고서는 잘못된 결정으로 유도하는 안내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익산시 관계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계속 검토 중이라며 태연하다. 마치 미완성 작품이 일정시간이 흐르면 자동적으로 갑자기 완벽한 작품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과 같다. 이러한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대일 뿐이다. 공법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공정한 평가자세 역시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익산시 용역보고서는 당연히 ‘건조 후 연료화’ 공법에 대해 정확한 평가자료를 제공, 최상의 기술선택을 보증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 환경공단과 환경공단에서 용역을 하청 받은 중소업체, 그리고 익산시 모두 하수슬러지처리공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간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보고서의 또 다른 문제는, 어떤 공법에 대하여는 지나치게 과장된 업체의 주장을 고의성이 의심될 정도로 그대로 옮겨 적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본계획에서는 일반적인 사항, 즉 시설규모, 최종제품특성(함수율, 최종제품 사이즈, 열량변화), 연간가동시간, 부지면적, 안전성, 환경성, 자동화, 폐수처리, 등의 사항을 한정하면 된다.

정확하지 않은 편파적인 평가 자료는 최상의 기술 선정의 방해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사업의 실패로 이어질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용역의 대가로 익산시는 환경공단에 1억8천만 원을 지급한다.

만약, 현재 계획대로 환경공단에 위탁해 사업을 추진한다면 익산시가 환경공단에 추가로 지급해야할 발주 대행수수료율은 감리비 요율보다 1% 낮다. 익산시하수슬러지처리시설에 180억원이 투자되는 것을 감안해 감리비가 10억원이라면 발주대행수수료는 9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익산시가 직접 발주하면 9억원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이는 당연히 절감되는 혈세다. 그러나 익산시 공무원들은 공공연히 "5년 전에 정해진 대로 하면,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 굳이 나서서 혹시라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어느 누구도 나서질 않고 있다. 무소신과 무책임의 전형이다.

공무원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대명제를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

익산시가 직접 발주해야 하는 이유

환경공단 이사장 기술공모방식 권고

익산시와 환경공단간의 계약을 보면, 익산시가 환경공단에 하수슬러지처리시설 사업을 위탁하면 환경공단은 턴키방 식으로 발주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턴키방식은 건설사가 공법을 채택해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건설사는 당연히 값싼 저급기술로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바로 사업의 실패로 이어진다. 그동안 실패한 지자체 사업의 대부분은 이에 기인한 사례들이다.    

교수들과 발주기관의 직원들이 업체들에 의해 평상시에도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연유로 평가위원들의 명단이 업체에 사전에 누출되는 등 ‘턴키방식공사’에 따른 잡음과 병폐는 그치질 않고 있다.

지금까지 환경공단은 지자체로부터 많은 사업을 위탁받아 턴키로 사업을 추진했다. 얼마 전엔 환경공단 직원들은 물론 평가에 참여한 교수들까지 뇌물수수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올해 초, 환경공단이사장(박승환)은 "담합 유혹이 높은 턴키방식에 의한 공사를 줄이고, 담합 가능성이 낮은 기술제한입찰방식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홈페이지에 이를 게시하며 그 실행을 대외적으로 약속했다.

박승환 이사장이 턴키방식 대신 기술공모방식을 권장한 이유는, 기술공모는 공법사가 주체가 되어 대기업 간의 담합이나 사전 거래로 인한 우수기술배제 가능성을 예방함으로써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사업추진에 적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술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증시설이다.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하수슬러지건조는 기술공모가 바람직한 추진방식이다.

결론적으로 익산시가 하수슬러지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한 최상의 기술선정과 최대한의 투자비절감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사업추진을 환경공단에 위탁해야 하는 당위성은 단순한 책임회피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상식을 가졌다면, 신뢰할 수 없는 주체에게 그것도 추가로 비용까지 들여가며 자신의 사업을 맡기는 익산시를 아무도 남득하지 못한다.

익산시가 직접 기술공모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발생되는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다.

익산시하수슬러지 기본계획은 아직 납품 전단계이기 때문에 타절, 준공 모두 가능한 상태이며 타절로 인한 용역비절감가능성도 남아있을 것이다. 책임 있는 공무원이 나선다면 10억에 가까운 재정은 당연히 절약된다.

한편, 익산시 사업부서들은 예산절감을 위해 소규모 사업들을 모아서 처리하는 자체설계단을 구성해 단 돈 몇 천만원이라도 절감한 사례를 다수 낳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