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주름에 삶의 질곡이 깃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행복한 얼굴의 농부 김희수(59)씨가 사과밭을 바라보며 전하는 농사에 대한 지론이다.

김희수씨는 익산시 낭산면 석천리 1098-13번지 용현농장에서 사과받을 가꾸는 익산 본토백이 농사꾼. 낭산에 태어나서 한번도 낭산을 떠난 적이 없는 그는 지금 4.3ha 사과농장에서 연간 1억5천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농사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40년도에 낭산에서 태어난 그는 17세에 부모님을 잃었다. 초등학교나마 근근히 졸업을 하고 배우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후 맨주먹으로 농사에 매달린 그는 결국 10억대 이상의 부자가 되었다.

배운 것이 없어 떠날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던 그가 선택한 일은 날품팔이 노동일이었고, 한 우물을 판 그가 얻은 현실이다.

땅콩농사를 지으면서 조금씩 보탠 것이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김희수씨. 서른한살이던 지난 78년도에 중개상의 소개로 시작한 땅콩농사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김씨는, 땅을 임대해 땅콩과 참깨농사를 지으면서 깨알만큼 조금씩 들어오는 수입을 허튼 곳에 쓰지 않고 모으고, 그돈으로 땅을 사기 시작했다.

그는 24년 동안 땅을 사서 모은 끝에 사과밭 1만1천평, 배농장 1천500여평을 소유한 부농이 된 것이다.

게다가, 그는 축산일까지 하여 그가 키우는 소만도 100여마리다. 이렇게 가진 재산을 합하면 그도 이제는 어엿한 10억대 부자이다.

"농촌에 오면 모든 것이 돈입니다. 농촌으로 오지 않으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씨의 말은 그래서 확신에 넘친다.

"인생 이야기 하면 파란만장합니다"고 담담하게 말을 잇는 김씨는 위암환자이다. 그는 지병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땅콩농사를 하다가 모은 돈으로 근처에 주유소를 지었다. 주유소 일을 하면서 지역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다보니 외상으로 기름을 팔게되고 기름을 매입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로 병을 얻었다.

시골에서 인맥으로 장사하다 보니 외상값을 주지 않고 이를 받아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면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연일 시달리다 보니 겔포스가 主食이 될 정도가 되었다.
결국 2003년도에 위의 2/3를 절제하고 되었고 죽음을 눈앞에 둔 것이다.

김씨는 결국 주유소를 팔고 지난 99년부터 주유소 운영 중 사과묘목을 심어놓았던 사과농장으로 들어오게된다.

"환경이 중요합니다. 사과농장에 들어오면서부터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매년 스트레스를 받아 정기점검을 하면서 겔포스로 살았는데, 농장으로 온 이후부터 약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현재는 다 나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익산 시내에서 사업을 하던 36세의 큰아들 부부가 사업을 거두고 사과농장 농사 일에 함께 나섰다. "농촌에도 희망이 크고 잘 살 수 있는데 왜 도시로 가려는지 모르겠다"는 그 부친의 철학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 한국 농업도 가문 전수가 현실로 이루어지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서 일하려는 일손이 적게 만드는 정부의 농업정책을 꼬집는 그는 일손의 부족함을 가장 커다란 어려움으로 꼽았다.

도시와 농촌이 하나가 되면 익산은 정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과 알맹이를 솎을 시기(5-6월)나 농번기 때 익산시가 정책적으로 부녀회, 여성단체협의회 등과 연계하여 일손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돈도벌고, 좋은 일도 하고 운동도 되어 건강에 좋습니다".

김씨는 가장 큰 애로점으로 일손의 부족을 꼽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으로 농촌은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때 농촌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제언하는 그는 익산 미래 농업인들의 대부다.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지 말고 농촌으로 보내주세요. 농촌에 있는 모든 것이 돈이고, 일하는 재미가 얼마나 큰데요, 희망근로로 일하는 분들도 농촌으로 오시면 좋겠어요"

김씨는,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소 마릿수를 더 늘리고 싶은 게 꿈이예요. 머지 않아 200마리로 늘릴 겁니다"며 희망을 전했다.

아들 둘 딸하나를 모두 결혼시켜서 아파트 한채씩 사주어 내보내기까지 여유 있는 삶을 산 그는 분명 우리 서민들의 희망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상을 보여주고, 학력은 부자와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김희수씨는 도농복합도시 익산의 희망지표로 떠 오르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