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탐방을 통해 논술능력 쑥쑥

학생들의 쉼터인 ‘토티의 마을’ 운영

학생들이 펼치는 한마당 목련예술제

내실 있는 교육과정 연구 열린 교육

이일여자중학교는 옛 이리시의 중심지인 인화동에 위치한 유일한 학교로 1965년 삼남여중이란 이름으로 개교했다. 그 후 성신여중으로 교명을 변경했고 1977년에 이르러 지금의 이름으로 다시 개명됐다. 그렇게 세 개의 이름을 시민들의 기억에 새긴 이일여자중학교는 개교 이래 익산을 대표하는 사립 여성교육기관으로 성장하여 인재 양성에 크게 공헌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육성종목으로 긴 세월 동안 탁구를 살려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영자 선수와 홍순화, 박해정 등 지금까지 국가대표 10명을 배출하며 탁구 명문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5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배움터를 닦아온 이일여중은 익산시의 도심권이 영등동 일대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쇠퇴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도 이일여중의 열정은 식지 않아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거듭나고 있다. 안으로는 내실을 기해 학교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즐거운 학교문화를 일구고 있다. 교화인 목련꽃 같이 예쁜 793명의 학생들과 45명의 교원이 함께하는 이일여자중학교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이일여자중학교 전현배 교장

◇ 사랑으로 아이들을 지도

이일여중 전현배 교장은 1976년 함열여고에서 체육교사로 교육자의 길에 들어섰으며 2년 뒤엔 이일여고에 부임하며 한 울타리에 있는 이일여중과 인연을 맺는다. 그 후 1986년부터 이일여중에서 근무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보살핀 시간이 올해로 27년째가 된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체육교사로서 운동장 수업이 많다 보니 때때로 부상을 당하는 여학생들을 위해 응급처치 자격증을 따서 직접 보살폈다는 전현배 교장은 “한 학생이라도 소중하게 사랑으로 지도하고 베푸는 것이 내 교육”이라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세대 차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며 무엇보다 정서활동과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인성교육의 효과로 폭행과 도벽이 없는 안전한 학교가 된 이유를 교사들의 협력과 헌신적인 지도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37년간의 교육자생활에서 보람 있었던 일을 묻자  “78년에 부임했을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학비를 내주고 무사히 졸업시켰다. 그 여학생이 어느 날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잘 성장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 학생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고 일화를 들려줬다.

우리 지역의 향토문화가 남긴 자취를 따라 가본다.

인물과 유적을 따지지 않고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문화 탐방을 하는 학생들.

◇ 향토문화탐방 통해 일석이조

이일여중은 2,000년부터 매년 학교 특색 사업으로 ‘징검다리 휴일을 활용한 향토문화 탐방’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익산시를 비롯해 도내에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켜 이일여중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일여중 전교생은 매년 3-5명 정도로 조를 지어 선택한 주제에 따라 공동으로 조사활동을 실시하게 된다. 익산 금마지역 일원에 산재한 문화유적과 고장을 빛낸 인물 및 전통공예 기능전수자, 설화와 민담, 들꽃탐사, 향토 음식점 등 광범위한 주제를 설정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탐방하고 자료를 조사·수집하게 된다. 탐방한 내용은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되는데 모아진 자료는 수행평가에 반영하며 우수작을 선정하여 상을 주고 책자로 엮어낸다.

올해는 ‘익산을 빛낸 인물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지난 6월 실시됐는데 우수작으로 선정된 탐방보고서를 보면 ‘팔봉도예의 후손 박창영 선생님’, ‘익산의 샛별 이일탁구부’, ‘익산을 발전시킨 시장님에 대하여’ 등 이일여중 학생들이 익산을 누빈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은 조사계획, 실내조사, 실외조사, 느낀점의 순서로 체계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며 논술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우고 조별활동을 통한 협동심과 사회성, 자신감을 얻고 있다.

◇ 학생이 함께하는 공간

이일여중은 올해로 2년째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로 지정돼 향후 4년간 학생들에게 학습, 문화체험, 심리정서, 복지,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도움과 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 이일여중은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로 지난 4월부터 ‘토티의 마을’이란 이름의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토티’란 멘토(조언자)와 멘티(도움받는자)의 줄임말로, 이일여중이 지향하는 교육복지가 서로서로가 멘토와 멘티가 되어 함께하는 학교생활을 만들어간다는 목표를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이일여중의 교육복지는 학습, 문화체험, 복지, 심리정서, 지원 5개영역에서 17건의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데 저소득층 학생이 걱정 없이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진행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행복감증진프로그램, 곡성기차마을 문학기행, 작가와의 만남, 함께하는 학교(학부모연수), 내안의 수호천사(또래상담), 길동무만들기(사제동행) 등이 있다.

이일여중 학생들이 가장 자신 있게 여기는 학교의 자랑.

목련예술제에서 학생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 이일여중의 하이라이트, 목련예술제

이일여중에 다니는 학생들이 가장 자신 있게 자랑하는 학교 활동 중 하나가 바로 ‘목련 예술제’다. 매년 가을 2일간 펼쳐지는 이일여중의 축제는 갑갑한 학교생활에 지친 학생들에게 설렘과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마음껏 끼를 방출할 수 있는 무대가 되고 있다. 올해 13회를 맞는 목련 예술제가 특별한 이유는 각종 행사와 전시 등이 펼쳐지는 ‘어울림한마당’과 음악제와 가요제가 있는 예술제를 결합시켜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첫째 날 펼쳐지는 어울림한마당에서는 교내 곳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초청공연, 도서관행사, 보물찾기, 요리 경연대회, 먹거리 마을, 모형항공기 경연대회, 이웃사랑 캠페인, 정보검색대회, 모의 법정 등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참여하며 또한 교내 곳곳에서 시화전, 미전, 리본공예 등의 전시회도 열린다.

둘째 날엔 솜리예술문화회관에서 공연 한마당을 펼치는데 현악합주, 합창, 청소년 댄스, 뮤지컬 공연 등 수준 높은 음악제를 연 후 축제의 하이라이트 가요제가 열려 평소에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무대가 펼쳐진다. 이일여중 학생들은 목련 예술제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해서 ‘전라도의 자랑이자, 이일여중에 입학하는 이유’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자율적인 학습환경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 자율장학과 가정연계 교육모델

이일여중은 교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교육지도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교수학습지도 연구와 자율장학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수업공개를 통해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육의 틀을 만들고 학부모의 달, 주간, 날을 지정하고 운영하여 학교와 가정이 연계한 교육 모델을 만들고 있다.

자율장학은 교사의 전문성을 길러 학생들에게 나은 학습지도를 하고자 교과별로 실시하는 동료장학, 스스로 수업을 촬영하고 연구하는 자기장학, 월말 정기 직원 연수회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수업 모습을 촬영해 연구하는 자기장학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 의욕을 높이고 있으며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는 홈페이지 이전으로 그동안 올린 영상을 볼 수 없으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수업공개는 교과부 지침으로 거의 모든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일여중도 학기별로 2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일여중이 다른 점은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키 위해 학부모의 달, 주간, 날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다.

학기별로 각 1회씩 지정해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이해를 증대시키고 학교와 가정 간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교원과 학부모간 정보교류를 통해 학생지도를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영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어학실 운영, 과학 탐구토론반 운영, 1인 1악기 다루기, 독서토론,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 등 각 교과에 학생들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

◇ ‘이만한 학교 없어’

이일여중에는 위에서 소개한 학생활동 외에도 다른 우수한 활동이 많다. 밴드 동아리 ‘Rollink’(롤링크)와 토론반 ‘치티&도란도란’, 만화동아리 ‘궤도이탈’, 방송반 ‘IBS’, 봉사동아리 ‘작은 사랑 큰 기쁨’ 등 소녀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열정이 아름답게 모여 있다. 그 중 신문반은 매년 이일여자중학교 신문 ‘이일타임즈’를 직접 만들어 발행하는데 그 내용이 알차기 그지없다. 학생의 눈으로 학교의 소식들을 취재하고 기록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일타임스 5호에서 학생들은 ‘중학교 시절이 재미있고 좋게 남고 싶으면 이일여중으로!’, ‘일단 와봐. 절대 후회하지 않을껄’, ‘진짜 이만한 학교 없어’라고 써넣었다.

학생들 스스로 만족하고 추천하는 학교,

이일여자중학교를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