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을 통해 배우는 하모니 교육

장학회 운영으로 학생 사랑 실천

교육복지와 우수 환경 만족 최고

컨설팅교실로 교육전문성 일궈내

남성중학교가 자리한 남성학원의 교문

소라산은 배산과 더불어 익산 도심권에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북부시장 사거리에서 영등동 방향으로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좌측으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소라산을 만날 수 있는데, 본디 산이 아니라 ‘소라단’이라고 부르는 구릉이었다. 소라단은 송전내(松田內)가 바뀐 것으로 우리말로 하면 ‘솔밭안’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윤흥길의 작품 ‘소라단 가는길’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으로 오랫동안 익산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그 솔향기 그윽한 소라산 안뜰에 남성중학교가 배움의 장을 열고 있다. 한 울타리 안에 남성고, 남성여중고와 함께 자리한 남성중은 주변 자연환경과 더불어 삼천 여명의 학생이 한데 모이는 안정된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1946년 개교한 이래 67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며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요람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또한 새롭게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인성이 뒷받침된 21세기형 인재 양성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

남성중학교 고우영 교장

◇ 모교에 은혜를 되갚다

남성중학교 고우영 교장은 남성중학교와 남성고등학교를 나왔다. 대학시절 교생실습도 남성고에 나와 실습을 마치고 교편을 처음 잡은 곳도 남성여중이다. 어린 시절 공부하고 성장한 학교에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인연은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나타난다.

고우영 교장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게 훌륭한 사람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학생들은 내게 후배이며 제자인 동시에 가족과 같다”고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수학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엄한 ‘호랑이 선생님’이었던 고우영 교장은 모교에 돌아와 남성여중과 남성여고를 거쳐 올해 남성중학교에 부임했다.

교장으로써 남성중을 어떤 학교로 만들어 갈 것이냐는 질문에 “학교가 이뤄낸 전통을 이어가는 긍지를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가고 싶은 학교에서 머무르고 싶은 학교로, 또한 배움이 있는 학교로 만들어 가는 게 할 일”이라고 대답했다.

오랫동안 한 울타리에서 근무했던 경험 중에 기억나는 일을 묻자 그는 “교사로 근무할 때 한 지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고 얼마간의 돈을 보내왔는데 마침 한 학생이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웠기에 그 학생을 돕게 됐다. 그 학생이 교대에 입학하고 몇 년 후 모교로 부임했는데 자신처럼 어려운 학생을 위해 월급에서 일정부분을 떼어 돕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런 것이 은혜를 되갚고 이어지는 남성인의 전통으로 남았다”고 술회했다.

◇ 학생사랑 장학회 운영 

남성중은 그 전통에 걸맞게 학생들에 대한 교사와 지역 사회의 지원이 공고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직원 장학회’와 ‘나눔의 장학회’인데 타 학교엔 없는 학생사랑의 실천이 되고 있다.

교직원 장학회는 1992년에 몇몇 뜻있는 선생님들이 제자사랑을 실천하고자 장학회의 필요성을 제기하여 그 해 5월 전 교직원의 뜻을 모아 설립하고 장학활동을 시작했다.

교사들의 작은 정성과 성의를 모아 학생들이 어려운 여건에 굴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이다.

장학생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뿐만 아니라 교우관계가 좋으며 학교생활에 모범적이고 성실한 학생을 각 학급당 1명씩 선발해 스승의 날에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남성중의 장학활동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존경과 사랑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고 있다.

나눔의 장학회는 학부모와 교사, 동문을 비롯한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으고 나누는 장을 마련하고자 2006년 학부모 중심으로 설립되어 운영하고 있다. 1구좌 5천원의 작은 정성이 사랑의 나눔으로 이어져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도록 모아지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타인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취지를 두고 있다.

나눔의 장학회는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지원하기보다는 국가와 지역 사회를 위해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결식학생 돕기 및 수련활동비, 테미학습비 등 학교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에 지원하고 있다. 

◇ 환상의 하모니를 이뤄내

남성중학교는 올해부터 전교생 ‘합창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교생이 모여 합창대회를 1년에 2회 연다는 계획이다. 아이디어는 올해 부임한 고우영 교장이 냈는데, 합창제를 통해 반별 단합과 인성 감화를 유도하고 학교폭력 예방은 물론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고우영 교장은 “내가 남성중에 다닐 때만해도 합창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합창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며 “합창이야말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서로 교감하고 나누며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처음 합창제를 계획할 당시에는 지도를 맡은 음악교과 교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집중이수제로 인한 음악수업이 없는 반도 있고 변성기를 맞은 학생들의 참여도와 성과를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지난 7월 17일부터 3일 동안 학년별로 첫 합창제가 열렸는데 학생들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 남성중학교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지켜본 백문호 교감은 “예상과 달리 아이들의 열정이 굉장히 컸으며 합창연습 과정에서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지켜봤다. 2학기에는 학부모도 초청하여 합창제를 열 계획”이라며 합창제의 효과를 자랑했다.

합창제는 올해부터 1년에 2회에 걸쳐 열리는데 학년별로 지정곡 1곡과 자유곡 1곡을 정해 음악시간과 방과 후에 틈틈이 연습한 후 합창제에서 발표하게 된다. 합창제는 공정한 심사를 통해 시상하고 학년별로 1등한 반은 ‘별무리축제’기간에 무대에 올라 실력을 뽐낼 수 있다.

◇ 모범적인 학교

남성중은 큰 사업이나 다채로운 활동 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학교다. 중학교 생활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진로지도와 인성교육, 소질을 계발하는 내적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교사들은 전문성 향상으로 보다 나은 학습지도를 연구하는데 힘쓰고 있다.

올해부터 남성중은 익산교육지원청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학교에 선정돼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학습능력 증진, 문화체험, 심리심성, 복지 등의 영역에서 13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내에 마련한 교육복지실은 아이들의 따뜻한 쉼터가 되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 기간에도 진로탐색 직업체험, 봉사활동, 여수엑스포 관람, 우주 체험학습 등 백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여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의 기회가 됐다.

교사들은 스스로 전문성과 학습연구를 위한 ‘컨설팅교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습지도 연구를 위한 자율장학 제도로서 1년에 한번 씩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수업장면을 촬영하고 같은 교과별 교사들이 모여 수업의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다른 교사의 학습에서 배울 점은 배우고 고칠 점은 고쳐가며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지도를 하기 위한 노력이다.

더불어 교사들은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기 위한 방법으로 전 교사가 등교지도에 나섰다.

학생인권부장 교사뿐만 아니라 전교사가 돌아가면서 등굣길에 나가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아주며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는 교사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 미래를 향한 강스파이크

남성중학교는 배구 명문 학교로 전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항상 1,2위를 다투는 명실공이 전통의 강호다. 지난 5월 안산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였으며 4월에 열린 태백산배 전국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그런지 남성중학교는 배구를 닮아 있다.

신사적인 스포츠이면서 짜임새 있는 호흡과 협력이 필요하며 강력한 스파이크가 꽃인 것이 배구라면, 모범적인 학교 본연의 모습으로 구성원들의 노력과 사랑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가며 결국 행복한 학생이라는 꽃을 피워내는 곳이 남성중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학교를 자랑해 보길 권하자 2학년 박성진 군은 “선생님들이 친절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솔직하게 이런 대답, 처음이다.                 

정완창 기자

지난 7월 열린 합창대회에서 남성중 학생들이 합창하고 있다.

남성중학교 배구부는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