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공동체’ 철학으로 혁신교육 앞장

STEAM연구시범중학교 융합인재 육성 박차

자치법정제도, 스스로 문제해결 ‘효과만점’

전원학교에서 성장하는 밝고 건강한 아이들

학교는 학생들에겐 배움터이자 생활공간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배움의 즐거움을 알며 꿈을 키워나간다. 교사들에게는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자 학생들과 함께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는 전당이다.

학교는 또 울타리너머의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으로 조용히 제 역할을 다하며 푸르게 성장하는 학교가 있다. 따듯한 정이 넘치고 밝은 미래를 향해 열심히 뛰는 삼기중학교다.

삼기중학교 김형곤 교장

◇ 작은 학교의 큰 기상

삼기중학교는 미륵산 장군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익산시 삼기면에 위치한 작은 중학교다. 한 학년에 한 학급씩 총 세 학급으로 편성돼 있으며 전교생 82명, 교직원 13명의 전원학교다. 1972년 개교해 올해로 42년의 역사를 써왔고 총 4천884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구 익산군지역 교육의 한축을 담당해왔다. 현재는 무시험배정 원칙에 따라 삼기중학구로 묶여 석불, 삼기, 용성, 낭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진학한다.

삼기중은 학생 수가 적고 시설 면에서 도심 학교와 비교해 미흡한 반면, 주변의 자연환경과 생태를 학습과 연계해 인성과 감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또 혁신교육철학을 받아들여 항상 새로운 교육모델을 연구하고 적용해 오히려 도시학교보다 앞서가는 인재육성을 하고 있다. 또 STEAM연구 시범중학교로 지정돼 융합인재를 기르고 있다.

2009년 취임해 3년 동안 삼기중학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김형곤 교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학교가 됐다. 나무로 둘러싸인 교정에서 안정적으로 공부하고, 뒤뜰에서 꽃도 키우고 농산물도 키워서 직접 수확한 채소를 먹으며 배우는 자연생태학교다. 작은 학교지만 교사들의 노력과 열정이 학생 모두에게 골고루 전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삼기중학교 전경

◇ 혁신교육철학, ‘배움의 공동체’

 삼기중학교는 교과부가 지정한 혁신학교는 아니다. 그렇지만 김형곤 교장과 교사들은 2010년 교원연수로 다녀온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학교 탐방을 계기로 수업에 대한 변화를 모색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전교생·전교과를 대상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기중 교사들은 이를 위해 혁신학교 전문가인 장곡중 박현숙 수석교사를 초빙해 특강을 듣고 컨설팅을 받는 등 학교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ㄷ자'형으로 자리를 배치하고 학생들의 소그룹활동을 활성화하며 월 1회 이상 전교사들이 참관한 가운데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교육방식에 즐겁게 참여하고 교사는 수업 전후 협의회를 통해 점검하고 평가한다.

‘배움의 공동체’ 교육에 대해 김형곤 교장은 “배움의 공동체는 우리나라에서 혁신학교로 먼저 지정된 대부분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학교개혁 원리로서,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행해지던 일방적 수업방식을 버리고 배움이 실재하는 수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교사는 배움이 있는 수업을 디자인하고 ‘모두’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대응하며 성찰과 반성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기중은 혁신학교로 지정받지 않아 정부지원도 없을 뿐 아니라 인사에도 아무런 이득이 없다. 하지만 혁신교육모델을 일찍 받아들여 실천하며 노력하는 교사들의 열정이 삼기중학교를 주목하게 만든다.

삼기중학교는 학생 자치 교육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자치법정이 열린 모습.

◇ STEAM 융합 연구수업

삼기중학교는 전라북도에서 최초로 'STEAM연구수업시범' 중학교로 선정되며 21세기를 이끌어갈 융합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TEAM이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의 합성어로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인 창의적인 융합인재육성에 맞춘 교육목표다.

그동안의 단편적인 교과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모든 교과와 연계한 융합수업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융합된 지식을 기반으로 21세기 인재로 성장해 나가는 교육방법이다.

STEAM 융합수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예를 들어 익산이 석재도시라고 한다면, 학생들은 우선 과학시간에 익산의 지질학적 특징을 배워 화강암 생산의 중심지로서 익산을 배운 후 사회시간엔 아사달의 후예들이 만들어낸 석재 문화재를 배우고, 수학과 가정교과 시간에는 석재문화재의 하나인 탑을 만들어보고, 국어시간에는 탑을 만들며 불렀던 노동요와 탑돌이 설화 쓰기를 배우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석재과 관련해 익산이라는 지역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융합수업이 이뤄진다.

이밖에 삼기중은 익산고 과학체험행사, 전북학생과학축전참가, 대전첨단과학관탐방, 탑만들기 및 발표 등의 융합인재교육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특기적성 교육도 도심 학교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진은 기타반 학생들의 연주 모습.

◇ 학생 자치 중심 인성교육

삼기중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리더십을 가진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

그 중 하나인 학생자치법정제도는 ‘그린마일리지’제도와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일정 이상의 상점을 얻은 학생에겐 상품권 등으로 칭찬하고 벌점을 받은 학생은 재판에 회부해 학생들 스스로 개선해 나가도록한 제도다.

교사의 개입 없이 학생들 스스로 판사와 검사, 변호사, 배심원이 되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질서를 배우게 된다.

일례로 한 학생이 흡연으로 법정에 회부됐을 때의 학생자치법정의 판결은 이렇다. 담배에 대한 해악을 알리는 금연홍보 UCC(User Created Contents)를 유투브(U-Tube)에 올리라는 것. 스스로 금연 홍보물을 제작하며 담배를 알고 끊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명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삼기중학교의 한 학생이 벌로 제작한 금연홍보 UCC가 세계에 상영되고 있다고.

김형곤 교장은 “선생이 벌을 주면 승복하지 않는 학생도 자치법정을 통해 결정한 사항에 대해선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학생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서 가장 좋은 인성·인권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맑게 성장하는 전원학교

삼기중학교는 2009년 9월 농산어촌 전원학교로 지정되어 2012년 2월까지 국비를 지원받아 환경 및 학습 환경을 개선했다.

영어, 과학, 미술, 음악 등 교과교실을 완비하고 학습여건을 개선했으며 운동장과 진입로, 연못 등을 개선 및 조성하고 태양광 가로등, 빗물이용시설 등의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개축대상학교 평가를 받았던 교사(校舍)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개축이 지연돼 학습 환경이 도심학교에 비해 미흡한 건 사실이다. 대부분의 외곽지역 학교들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삼기중은 여건을 탓하며 성장을 멀리하는 학교가 아니라 주어진 여건 속에서 노력하여 발전하는 학교가 되고 있다.

김형곤 교장은 "35년 교직생활을 하면서 제일 모자란 아이가 웃으며 다닐 수 있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데 애써왔다. 삼기중은 실제로 그렇다”고 자신한다.

인사하며 지나가는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며 덕담을 나누는 학교. 3년 동안 급우들과 함께 생활하며 따듯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학교. 교사들과 한 가족처럼 생활하며 성장하는 건강함이 넘치는 학교. 삼기중학교를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다.           

정완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