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공부 아닌 진로 결정을 도와 동기를 심어주는데 주력

학생들 관심 직업군 14개로 나눠 외부 전문가의 생생한 특강

‘교육 복지 우선 지원 학교’지정, 인성인권교육 실천 학교문화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심어주는 게 교육목표

어양동 하나로변에 위치한 영등중학교 전경

요즘 사회적 화두는 교육이다. 우리나라가 대학과 초중고등학교가 서열화되고, 학맥이 개인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입시에 매달린다. 전인교육이라는 말은 겉으로 내세우는 구호에 불과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면서도 우리사회는 학교폭력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이기 때문에 폭력문제가 사라질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입시문제와 학교폭력이 별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잘못된 사회구조를 내버려두고 말단에만 몰두하는 까닭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북교육은 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각급 학교들은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학교탐방>을 통해 익산지역 학교들이 일선에서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각 학교별 특성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영등중학교 김평기 교장

영등중학교는 1992년 처음 생길 때 학부모들부터 인기가 높았다.

당시 영등동 일대가 개발될 때 설립됐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건 당연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일각에서는 영등중학교를 두고 '학생들의 질이 좋지 않다, '선배들에 의한 폭력이 자주 일어난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한 때 부정적 이미지가 퍼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등중학교는 학교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수업을 질을 높이기 위해 애써왔다.

지난해 도교육청으로부터 교과교실제 학교로 선정됐고, 올해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담장에 장미를 심어 환경을 개선시키고, 지난해부터 외부 유명인사를 초청해 학생들의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05년부터는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종합반을 편성해 성적을 끌어올리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위해 심화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도교육청에 인성강화실천학교에 응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영등중학교는 26학급에 886명의 학생들이 꿈을 키우는 요람이다. 김평기 교장을 포함해 총 교원은 45명.  

◇ 진로교육으로 꿈 심어줘

학생들에게 공부의 동기를 심어주려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이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영등중학교는 지난해부터 외부인사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직업관과 꿈을 심어주고 있다.

직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또는 '나중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영등중학교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관심 있는 분야를 조사한 후 비슷한 직업군으로 묶어 총 14개 전문분야로 나눈 뒤 직업별로 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응이 매우 좋다.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특강에 참여해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대답을 듣습니다. 막연히 공부만 하는 학생들에게 학습동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고 있어요." 김평기 교장의 말이다.

올해는 전주 KBS 앵커 정현정 아나운서를 비롯하여 기업가, 법조인, 의사, 스포츠선수 등을 강사로 초빙해 특강을 열었다. 아울러 학교 수련회를 진로직업 관련 프로그램으로 실시하고 있다.

◇ 교과교실제 운영 특화학습

영등중은 지난해 도교육청으로부터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로 지정됐다.

교과교실제는 영어 수학 사회 과목 수업을 정해진 교실에서 하는 것인데, 교실마다 과목특성에 맞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영어교실에는 영상스크린으로 교육하는 프로젝터와 음향장비가 갖춰져 있다. 익산에서는 영등중학교와 북중, 원여중 등 세 곳이 지정됐다. 

영등중은 빈 교실 6곳을 영어 수학 사회교실로 꾸미고 각 과목에 필요한 기자재나 시청각도구들을 비치했다. 학생들은 해당 교과시간에 그 교실로 이동하여 수업을 받게 되는데, 학업성취도가 높고 교사들도 질 높은 수업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교과교실은 두 가지 형태로 실시되는데,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둘로 나눠 운영된다.

◇ 넝쿨장미로 환경 개선 

익산시 하나로 변을 걷다 보면 장미꽃 울타리가 시선을 사로잡으며 방문객을 환하게 맞아준다. 원래 영등중학교는 주변이 대로와 아파트, 상가들로 구성돼 있어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학교부지도 좁은 편이어서 생태환경 면에서 안락한 환경조성이 어려웠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영등중학교가 구상한 것이 등굣길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에 넝쿨장미를 심는 것이었다. 

2009년 부임한 김평기 교장은 "학생들에게 안정된 학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장미꽃을 심었다"며 "올해는 꽃이 만발해 시민들까지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사시사철 꽃피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장미꽃을 주제로 한 행사도 계획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을 상대로 한 '2012학년도 가족과 함께하는 장미꽃 사진 콘테스트'인데, 현재 우수작품 심사를 하고 있다. 가족사랑, 학교사랑을 실천하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이다.

장미꽃 사진 콘테스트에 출품된 가족사진

◇ 교육복지와 인성인권교육

영등중은 2009년부터 교과부 사업인 '교육복지 우선 지원학교'로 지정돼 취약계층에게도 다양한 학습기회를 주고 있고, 특히 인성 및 인권 교육에 힘을 쓰고 있다.

또 학생들이 마음 편히 들러 이용할 수 있는 학생 쉼터를 마련해 필요할 때 복지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3학년 10학급 중 3학급을 인성인권교육실천 학급으로 선정,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인권 존중의 학교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우선 조성하고, 올해 도교육청이 공모하는 '인성강화실천학교' 지정사업에 응모했다.

학생들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인권에 대해 고민하고 문화체험 경험을 마련하는 등 인권 존중의 학교문화, 학급문화를 찾아가고 있다.

인성교육과 관련해서는 학부모의 역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점심시간 후 잔반을 검사해 음식물 쓰레기를 가장 적게 남기는 학급에게 상을 주거나 '좋은 엄마 되기 교실', '학교폭력 예방교육 및 금연교실', '작은 사랑 큰 기쁨' 자원봉사활동 등에 참여한다.

영어 교과교실에서 프로젝터를 이용한 수업을 받고 있다.

◇ 다양한 방과후학습

영등중은 방과후학교를 다양하게 편성해 우수한 학생과 부족한 학생 모두에게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효과와 함께 학습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국·영·수와 사회,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종합반을 편성해 매일 오후 네시 반부터 3시간씩 기본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있으며, 우수학생들을 위해 영어 수학 심화반을 구성, 학기당 30시간을 가르친다. 나머지 학생들은 보충학습이 필요한 과목을 공부한다. 

특기적성반으로는 축구, 탁구, 배드민턴, 음악 등을 운영해 학습 외에 적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학교 인근의 '익산아이스링크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꿈, 희망, 사랑

김평기 교장은 영등중학교를 꿈과 희망, 사랑이 넘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스스로가 꿈을 갖고 노력하게 하는 것이 학교가 할 일"이라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도와주는 역할이 학교교육"이라고 말했다. 

꿈을 갖게 되면 아이들에게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기고, 이후에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입니다."             

정완창 인턴기자

방과후 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밝게 미소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