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여산면은 금남정맥의 한 가운데 위치해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금남정맥은 전북 진안군의 주화산(조약봉)에서 출발해 운장산, 완주군 대둔산을 거쳐 익산시 여산면 천호산, 천마산을 지나 충남 계룡산으로, 이것이 부여군 부소산으로 이어지는 금강의 남서쪽 산맥이다. 백두대간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는데, 금남정맥은 아래서 위로 올라갔다. 익산시 지도를 펼쳐놓고 볼 때 여산면은 동서 가운데 동쪽에 있고, 남북으로는 북쪽에 있는데 익산지역에서는 금강의 최고 상류가 되는 곳인지라, 만경강 수계인 익산 남쪽과는 풍광이 다르다. 하지만 금남정맥의 가운데에 있는 천호산은 서쪽으로 용화산과 미륵산을 거쳐 함라산을 만들어 익산지역의 주요 산맥을 형성한다.

여산면 원수리 학동마을의 ‘갈매봉’. 쌍봉이라고도 하며, 마을 주민 한 명이 쌍둥이를 두 번이나 낳았다.

황새가 많이 깃들어 학동마을.. 쌍봉 정기 받아 연속 쌍둥이 낳아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학동마을.

학동마을 저수지

쌍둥이를 두 번이나 출산했다는 주민이 살았던 집.

◇ 황새 많이 살고, 갈매봉 정기 받은 학동

여산면 원수리源水里는 천호산 줄기 밑에 깃든 마을인데, 학동鶴洞마을에서 김완길(83) 신재옥(77) 김태수(75) 윤두병(52)씨를 만나 마을의 유래와 민담을 들었다.

주민들은 이곳에 옛날부터 학(황새)가 많이 살아 학동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천호산 주봉이 마을 뒤에 있고, 왼쪽으로는 천호산 줄기인 갈매봉이 있다. 주민들은 갈매봉을 필봉이라고 부른다. 필봉은 문필봉을 말하는데, 꼭대기가 붓 끝처럼 뾰족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주민들은 필봉의 정기를 받아 이 마을에서는 유명인사는 아닐지라도 꾸준히 인재가 배출된다고 하며, 학교에서도 학동마을 자녀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자랑했다. 또 풍수가 좋아 “도적이 나와도 대도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고시생 없는 집이 없어요. 옛날 중앙청에도 근무하고,  인재가 많이 나옵니다.”

어떤 주민들은 필봉을 비봉이라고도 불렀다. 필봉 너머 비봉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왕건의 군대 주둔했던 ‘문드러미재’

갈매봉(필봉) 밑으로 난 도로를 지나면 천주교 성지(천호성지)가 있는 완주군 비봉면에 이르는데, 이 도로가 옛날에는 ‘문드름재’(문드르미재, 문드러미재)였다.

익산향토지에 따르면 옛 문헌에는 이곳이 ‘문입치門入峙’ 또는 ‘문현門峴’이라고 적혀 있으며 이는 문드르미재를 말하는데, 문입치라는 말은 이곳이 천호산 넘어 완주군 비봉과 고산으로, 여기서 봉동과 용진을 거쳐 전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이라고 기록했다.

따라서 이곳은 군사적 요충지였고, 태조 왕건이 금마에 진을 친 후백제 견훤의 군대에 맞서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견훤은 항복하지 않았는데, 금마에서 여산으로 넘어오는 ‘숯 고개’, 즉 탄현炭峴에서 왕건은 견훤 군대를 물리쳤다. 탄현은 후삼국의 통일을 꿈 꿨던 견훤에게도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였기 때문에 이곳은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 여산면과 비봉면의 길목

학동은 완주군 비봉면과 여산면 소재지를 연결하는 곳인데, 옛날에는 비봉면 등지에서 5일장인 여산장을 많이 왔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여산장에는 논산시 강경포구에서 가져온 젓갈과 생선 값이 싸고 흔했기 때문이다.

하얀 도포를 걸친 비봉양반들이 여산에서 볼일을 보고 문드러미재를 넘어가는 행렬이 볼만 했다고 한다.

또 여산장에는 큰 우시장도 열렸는데, 완주군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학동마을 근처에서 버릇처럼 쉬었다 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지금도 여산면 소재지에 있는 여산장에 가면 소 피로 끓인 피순대국이 맛있다고 했다. 

◇ 쌍봉 정기에 두 쌍둥이 낳은 할머니

갈매봉은 필봉, 또는 비봉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주민들은 쌍봉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유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쌍봉雙峰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수십년 전에 터졌다.

지금은 사망한지 이십년 정도 되는 마을 주민이 쌍둥이를 두 번 연속 낳았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가 12남매를 뒀는데, 두 번이나 쌍둥이를 났어. 그것도 다 아들로만. 그 할머니는 돌아가셨는데, 아들들은 외지에 살고 있어.”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말했다.

신재옥씨는 “쌍봉을 바라보고 잠을 잔 후 쌍둥이를 났는지 모르지”라고 말했다.

두 쌍둥이를 낳은 집을 직접 둘러보았는데, 사람은 살지 않았고, 다만 쌍봉인지, 필봉인지, 갈매봉인지는 몰라도 산 봉우리가 그 집을 향하고 있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