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적어 개인별 맞춤지도 효과

A+학력관리계획 세워 실력 일취월장

전교생이 함께 즐거운 한마음 학교

주민들의 애정이 모여 사랑받는 학교

예로부터 인심 좋은 양반고을로 소문이 자자한 함라면. 그곳에서 한국전쟁 직후인 1952년 개교해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하고 배움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함라중학교를 찾았다.

함라중은 그 태생부터 남다르다. 전쟁 후 초등학교밖에 없는 마을의 교육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학교 부지를 기부해 학교를 세운 것이다. 당시 함라면에는 1908년 개교한 함라초등학교가 지역교육을 담당해오고 있었으나 고등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지역사회가 발 빠르게 나섰다. 근처 웅포, 함라, 성당, 용안면 학생들이 배움을 위해 모이기 가장 좋은 곳으로 낙점된 곳이 바로 함라면이었고 학생들은 함라중으로 모여들었다.

현재의 함라중은 역사와 전통과 더불어 배출한 인재들이 함께하는 어엿한 명문이지만 차츰 줄어드는 인구에 비례해 학생 수도 줄어들어 소규모 농촌학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학생과 학교와 마을이 똘똘 뭉친 공동체 학교로 성장해 작지만 강한 학교, 양질의 수준 높은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로 거듭났다. 26명의 푸른 꿈이 성장하고 있는 함라중학교에서 그 열기를 직접 느껴봤다.

함라중학교 곽인근 교장

◇ 잠재된 열정 이끌어내는 소통철학

곽인근 교장은 지난 2010년 함라중학교에 부임했다. 학년 당 1학급에 전체 학생 수가 30여 명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농촌학교를 이끌게 된 그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부터 시작했다.

먼저 학교를 리모델링하고 강당을 신축하는 등 환경개선에 앞장섰다. 학교의 위치는 마을을 내려다보는 약간 높은 양지바른 곳으로 잔디운동장을 비롯해 숲이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교육환경을 자랑하지만 오래된 시설과 남는 교실의 개선이 시급했다. 이에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과교실제에 따라 전체적인 건물의 리모델링을 통해 학습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특수교실과 강당을 신축하는 등 새 학교 못지않은 시설을 완비했다.

교사들에 대해서는 항상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들을 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적극 도와주는 자세로 임한 결과 교장이 나서지 않아도 능동적으로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문화가 학교에 자리 잡게 됐다.

곽인근 교장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상하좌우 없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함라중은 모두가 함께 즐겁게 소통하며 성장하는 학교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의 다짐’ 서약서를 작성하고 목표 달성에 도달한 학생에게 상장을 수여한다.

◇ ‘나의 다짐’통해 꿈에 다가선다

함라중은 적은 학생 수와 지역적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만드는 교육활동을 실현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과교실제에 따라 영어와 수학 교과에 대해 전용교실을 마련하고 수준별 맞춤식 교육을 펼치고 있다. ‘오름반’과 ‘디딤반’으로 학생들을 편성하여 각 수준별 교재를 제작, 학력 신장의 기초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그런데 함라중의 교과교실제는 타 학교와 비교해 그 전체적인 틀에서는 같지만 확연히 다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생 수가 적다는 점인데 1학년 학생의 경우 4명이고 2, 3학년은 1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학생들을 나눌 경우 각 반별 인원은 더 적어지게 된다. 그래서 수업을 진행하는 학습시간이 개인지도와 같은 효과를 낸다. 교사와 1대 1로 마주치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각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함라중은 학생들이 학업성취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수 있도록 관리카드를 작성하고 개별적으로 관리한다.

학생들은 ‘A+학력향상 계획’에 따라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과목을 만점과목으로, 나머지 과목에 대해선 목표 점수를 작성하고 ‘나의 다짐’서약서를 통해 부모와 함께 계획을 세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방법을 연구하고 각 학생별로 지도를 아끼지 않으며 목표를 달성한 학생에게는 상을 주고 격려해 준다.

전교생이 모여 학교법정을 열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습관을 길러준다.

◇ 한 울타리 안의 공동체 인성교육

함라중의 학생들은 거의 전교생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형, 동생, 친구들이기 때문에 학교문화가 남다르다.

경쟁과 이기심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학습과 생활면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학생들의 얼굴에서 맑고 고운 심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그늘이나 집단 따돌림은 함라중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통한다.

학습에 있어서도 협력을 통한 모둠 식 수업방법으로 임하고 있지만 즐거운 학교생활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함라중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체험학습의 경우 전 교생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탐방, 갯벌체험, 봉사활동, 민속체험, 선유도 체험, 제주도 수학여행 등의 각종 활동을 선후배가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 간 우애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방과후 활동 중 골프교실에 참여하는 학생들.

방과후교육과 스포츠 활동도 마찬가지며 도심권 학교에 못지않은 특기계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골프, 오카리나, 난타, 탁구, 기타연주, 요가, 락밴드 등의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비와 강사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골프교실의 경우 작은 골프연습장을 교내에 마련해 놓고 정기적으로 강사를 초청해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락밴드의 경우에도 장비 일체를 마련해 선후배 상관없이 열띤 참여가 이뤄지고 있으며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되고 있다. 토요스포츠클럽 동아리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땀 흘리며 소통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 주민들의 사랑으로 성장

함라중을 즐거운 학교로 만들어가는 주체로 학생과 학교와 학부모 외에도 지역 주민을 들 수 있다.

함라면 주민이라면 거의 대부분 자녀를 둔 학부모 외에도 함라중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애정이 깊다. 오래도록 함라면에서 중학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온 덕분이며 지역발전에 공헌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농촌이라는 지역적 한계와 학생 수 감소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함라중의 학생들을 위해 주민들이 팔 걷고 나섰다. 면내 17개 민간단체와 함께하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애쓰고 있는 함라중과 그 학생들을 위해 매년 수백만 원을 들여 인성스쿨캠프에 학생들을 보내주고 있다.

곽인근 교장은 “주민들의 고마운 도움으로 방학기간 중 약 5박 6일 동안 인성스쿨에 다녀온 학생들에게서 변화의 모습을 보게 될 때마다 사랑이 학생들을 변화시킨다는 원칙을 다시 마음에 새기게 된다. 앞으로도 학교와 교사와 지역의 애정을 받는 함라중 학생들을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 돌아오는 농촌학교

함라중은 한때 4개 면 지역에서 찾아오는 학교였지만 황등면과 함열면에 큰 학교가 생기고 각 면에도 중학교가 생기면서 오히려 학생들이 밖으로 유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년 당 10명 이상이었던 학생 수가 올해 1학년은 4명으로 줄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함라중은 스스로 찾아오는 농촌학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지역사회도 이에 발맞춰 학생들을 위한 애정을 베풀어 나가고 있다. 이에 내년 신입생은 다시 10명 이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믿고 함께할 수 있는 학교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다른 거 볼 거 없이 함라중 학생들의 면면에서 그 효과를 먼저 만날 수 있다. 함라중 학생들의 맑은 얼굴엔 자부심과 행복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함라중 뒷동산에서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 숲을 만났다. 함라중학교의 미래가 저 대나무처럼 항상 푸르게 쑥쑥 자라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