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거짓말·흑색선전 안 돼”

지난 13일 익산시 환경당국이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단체를 공격한 것은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악취관련 토론회에 시장 또는 공무원이 참석해달라고 했는데 거절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는 1인 시위와 악취 민원제기로 이어졌고, 방송사에 이런 내용이 보도됐으며, 토론회가 예정대로 열리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자 당국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단체를 비난하면서 악취를 줄이려는 익산시의 노력을 부각시키려 했고, 시민단체는 당국의 행동이 졸렬하다고 반박했다.   

◇ 익산시의 노력

익산시가 악취 문제에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공무원이 새벽에 출동한 경우가 많았고, 별도의 상황실을 두고 악취배출을 감시해 오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경당국 관계자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일단 익산시는 2010년부터 악취민원 전담반을 만들고 야간 악취민원상황실을 운영했다.

또 냄새를 많이 배출하는 공장(중점관리사업장) 40개를 관리하면서 지도를 했는데, 업체들은 지난해 25억 원, 올해 72억 원을 들여 시설을 개선했다. 또 공장 두 곳이 이달 말까지 12억 원을 들여 악취방지시설을 들여놓을 예정이다.

금강동에 있는 음식물처리장에는 12억 원을 들여 냄새나는 물질을 줄였고, 앞으로 1억 원을 더 쏟아 쓰레기에서 물을 짜내는 기계(고액분리기)를 설치, 냄새를 풍기는 액체를 따로 빼내 정화시킬 계획이다.

하수종말처리장에 5억 원을 들여 악취가 새어나가지 않게 덮개를 씌우고 내년 6월 안으로 17억 원을 들여 탈수설비를 바꿀 계획이다. 또 옛 분뇨처리장을 지난 9월부터 철거하기 시작했다. 실시간 감시장비를 네 대에서 열대로 늘려 상시 감시체계를 만들었고, 중점관리사업장 40개소에 악취예고제를 실시해 민원을 줄였다. 악취예고제는 안개가 낀 날이나 저기압, 또는 바람의 속도가 느릴 때 악취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시청 환경당국이 공장 관계자들에게 휴대폰 문자를 보내 악취저감시설을 잘 가동하라고 미리 알려주는 제도다.

이외에도 음식물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돼지농장 시설 개선 및 철거 등을 통해 악취를 꾸준히 예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민원건수는 2010년 357건, 2011년 173건, 올해 125건 등으로 줄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성을 띤 시민단체”가 고의적으로 “익산시청을 매도하고 흔들고” 있는 것이다. 

◇ 악취는 줄지 않았다

익산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 악취는 줄지 않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다. 여름 내내 짜증이 났었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악취의 정도는 올해 줄었는지 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했으며, 겨울이 다가와도 심심찮게 악취를 풍겼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이 많다. 수년 동안 불만이 쌓인 데다 시도 때도 없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익산을 떠나야겠다는 푸념도 나온다. 시청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은데, 결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익산시가 근본적으로 악취를 뿌리 뽑을 의지가 있는지, 민원에 대응해 억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때 늦은 기자회견은 설득력이 없었고, 시민을 중심에 놓고 발표를 한 것인지 시민단체를 비난하기 위해 벌인 일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당국 관계자는 지난 6일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민원이 줄었다”고 얘기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시민들은 악취가 그대로라고 하는데, 민원 건수가 줄었으므로 악취가 줄었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악취에 대한 예산 투자가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단 내 업체에서 배출되는 악취에 대비해 익산시가 투자한 순수 설비 예산은 올해 9천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외에 악취탈취제 살포 3천만 원, 미생물을 배양해 하천에 뿌려 정화시키는 데 4,500만원을 썼다. 내년에는 1억5천만 원을 책정했다. 수년 동안 공단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적 방안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악취 해결의 관건은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익산시가 업체와 시민들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보다 시민 입장에서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 “시민단체가 문제”

익산시는 시민단체를 비난했다.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익산시에 보복을 했다는 시각이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최근 시내 주요 사거리 6곳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당국 관계자는 “좋은정치시민넷에서 공문을 보내 익산 악취문제 토론회 개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우리는 대선이 6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성이 강한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전체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사 참여로 확대할 경우 (참석)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실현될 수 없는 제안이다.

그러면서 “계획적으로 평균 1회 이상 나쁜 여론을 시청 홈피에 게재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게다가 피켓시위를 벌인 것과 익산시가 악취를 방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엠비씨와 금강방송에 했다. 정치성이 강한 단체가 그동안 악취문제를 해결이라도 했다는 듯 시정을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홈피에 접속해보니 안철수 지지 글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익산시가 지난 7월 시민토론회를 개최할 때 좋은정치시민넷에 연락했으나 참석하지 않았고, 8월 새벽시간 민관합동 점검 때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거짓말 흑색선전 사과하라 

좋은정치시민넷은 논평과 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악취 해결을 제안했더니 익산시가 거짓말과 흑색선전으로 시민단체를 매도하고 있다. 시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익산시 환경국장의 기자회견은 거짓말과 왜곡, 자화자찬의 내용으로 행정기관의 기자회견이라고는 믿기기 않을 정도다. 이날은 시민토론회가 있는 날이었다. 너무도 뻔뻔한 의도와 졸렬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받아쳤다.

시민넷은 “우리가 지난 7월 시민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시의 주장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이날 행사는 익산시의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설명회였다”고 대꾸했다.

시민넷 임형택 처장은 지난 8월 민관합동 점검 때 나가지 않았다는 익산시 주장에 대해 “그때 담당계장이 하루 전날 오후 전화를 걸어와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지금 다른 곳에 있어 참석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5시 32분에 담당 계장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지금 환경국장도 나와 계시고 하니까 좀 나올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다른 도시에 와서 나갈 수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시민넷은 또 “익산시가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례간담회를 실시하며 열린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도 뻔뻔한 거짓말이다. 시청 국장은 올해 익산시가 악취관련 기업들과 진행한 간담회를 두고 시민단체와 의견을 나눈 것으로 둔갑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넷이 정치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민주당, 무소속 등 대선을 운운하면서 매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입장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고 싶다. 익산시는 정치집단인 민주당이나 국회의원이 토론회를 하면 아주 잘 나가지 않는가. 익산시 공무원은 민주당 공무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민들이 고통 받는 문제라면 단 몇 명의 시민이 요청해도 찾아가는 게 행정 아닌가. 더군다나 이번 토론회는 지역 언론사와 협의해 주최하는 것이고 토론회 일정과 형식은 사정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고통 받는 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인데, 반드시 익산시와 사전에 협의해 계획을 짜야만 하느냐”고 따졌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