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많아 다송, 숲에서 전투 벌어져.. 마제석검, 청동거울 등 선사시대 유물 나와

함열읍은 하천이 동서, 좌우를 감싸며 돈다.

익산에서 가장 긴 하천의 하나인 산북천이 동쪽을 감싸고, 함열천이 서쪽을 곧바로 흐른다. 

함열은 그 가운데 있다. 

두 물줄기는 북쪽인 용안면에서 만나 최종적으로 금강에 합류되며 서해안으로 빠진다.

따라서 익산시내와 익산시 동남부 지역은 만경강 수계이지만 함열은 금강 수계로 분류된다.

우선 지리적 상황을 보면, 동쪽에서는 금마면에서 흘러내리는 산북천이 낭산면 삼담리에서 죽창천을 만나 함열읍 북쪽인 용안면으로 흐른다. 죽장천은 낭산면 미륵산 자락에서 시작된 대판천, 신정천과 외성천이 낭산면 용기리 용기천과 합류한 것이다. 산북천은 용화산 자락에 있는 금마면 산북리에서 시작된 외산천이 낭산저수지를 거쳐 낭산면 죽림천과 삼지천을 흡수한 뒤 용안면 쪽으로 흐르는 긴 하천인데, 17킬로나 된다.

서쪽에서는 함열천이 함열읍과 황등, 함라, 성당면과의 경계를 이루며 역시 북쪽으로 흐른다.

함열읍 다송리에서 발원한 함열천은 함라면 함라산 자락에서 흘러나오는 수동천과 교동천, 간성천이 합쳐져 수량이 많아지고, 여기에 성당면 잿골천과 장전천이 합수된 갈산천을 아울러서 흐르다가 용안면 송산리서 산북천을 만난다.

함열읍 산야를 보면, 이곳은 해발 20~100미터 정도의 구릉성 산지로 돼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쏠려 있다. 동쪽의 미륵산과 낭산산이 서쪽으로 낮게 흘러오면서 오른쪽으로는 흘산(돌산)과 남당산, 동지산을, 왼쪽으로는 매봉산과 다송리 구릉지대를 만든 형국이다. 서쪽 평야지대로는 철도가 지나가며, 주위엔 벌판이 펼쳐져 있어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형이다.

함열읍은 물길이 감싸 돌며 산은 낮지만 평지에 솟아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풍수상으로는 괜찮은 곳이지만, 일부 지역이 석산개발로 무참히 파괴된 뒤 제대로 복구되지 못해 자연을 망쳤다. 이번에는 익산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함열읍 다송리를 찾아 주민들의 얘기를 들었다.

다송리 와야마을 입구.

옛날에는 소나무로 가득 차 마을로 들어서기가 두려운 곳이기도 했다.

◇ 함열리 없는 함열읍, 다송 없는 다송리

함열읍 다송多松리는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방교 박전 와야 상마 등 네 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함열읍이라는 이름은 원래 함라면 함열리에서 나온 이름이라, 함열읍에는 함열이 없다. 함열 향교도 함라면 함열리에 있다. 조선시대 때는 대대로 현재의 함라면이 ‘함열현’이었고 조선 말 고종 때 함열군으로 바꿨다. 그래서 당시에는 함열현청, 함열군청도 함라면 함열리에 있었다.

함열현, 함열군은 지금의 웅포면과 성당면, 함열읍, 황등면 지역을 모두 다스렸다.

그 때는 지금의 함열읍이라는 지명이 없었고, 단지 함열현 또는 함열군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사면, 동삼면, 동이면으로 불렀으며,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옆에 있는 익산군과 여산군, 용안군의 일부지역을 통합해 함열면을 만들고 이것이 함열읍으로 승격돼 오늘에 이른다. 따라서 지금의 함열읍이라는 지명은 ‘함열리’가 없는 함열이기 때문에 올바른 이름이 아니다. 일제가 편의상으로 붙인 이름이라 고칠 필요가 있다.

다송리는 이 때 함열군 동이면에 있었던 방교리, 와야리, 상마리 지역과 익산군의 사제면 만대리를 합쳐 만든 것이다. 그런데 4개 마을 이름 어디에도 소나무를 뜻하는 지명이 없어 다송리라는 이름이 뜬금없이 느껴진다. 소나무가 많아 다송리라고 했다는데, 이곳 일대의 지명은 원래 와야리였다. 그런데 왜 다송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지 연구가 필요하다.

게다가 와야瓦也마을은 진주 정鄭씨가 처음 터를 잡고 살았는데, 후손들이 소나무 숲을 1970년대 말부터 논밭으로 개간 하면서 대부분 벌목했다.

또 점차 이곳저곳이 개발되고 일부는 익산시 과학의료산업단지로 조성돼 숲이 더 없어졌다.

진주 정씨의 후손인 와야마을 정금술 이장은 “70년대 까지만 해도 소나무가 무성했다. 지금은 개간돼 소나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다송多松이 아니라 소송少松이 됐다”고 말했다. 개간한 땅은 현재 익산의 명물 황등고구마, 즉 ‘탑마루 고구마’ 생산지가 됐다.

와야마을의 한 주민은 “소나무가 많아 마을로 들어오려면 으스스했어요. 옛날에는 산적들을 만나서 얻어맞고 물건도 뺏기고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숲이 울창했던 다송리 일대. 지금은 밭과 공장부지로 변했다.

와야 마을 전경. 6.25전쟁 때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 6.25 전쟁 때 소나무 숲에서 잦은 전투

마을 주민들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이곳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다.

와야, 방교마을은 당시 소나무 숲으로 이뤄진 야산 기슭에 있었는데, 6.25전쟁이 일어나자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인민군이 충남을 거쳐 전라도로 몰려들었다. 이때 충청도에서 밀린 국군 패잔병과 경찰대원들이 이곳 다송리 숲에 진을 치고 방어했는데 결국 패하고 물러났다.

이때 인민군 사상자는 세 명에 불과했고, 아군은 11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이중 죽은 국군은 네 명이었다. 세 명은 즉사했고, 한 명은 부상을 입어 죽었다. 또 경찰대원 50여명이 인민군 포로로 잡혔다.

와야마을에서는 당시 소나무 숲이 우거져 군인들이 자주 이곳에 머물렀는데, 이 마을 진주 정씨 집안에서 머슴 살던 주민이 삽을 들고 마을로 들어오다 삽을 총으로 잘못 안 군인들이 총을 쏘았다. 다행히 머슴은 죽지 않고 도망갔는데, 군인들은 그를 잡기 위해 온 마을을 뒤졌다.

또 당시 한국군은 와야마을 소나무 숲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이곳으로 인민군을 끌어들인 뒤 포위한 후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다송초등학교를 졸업한 황순생(75)씨도 인민군과 국군이 벌인 작은 전투를 기억하고 있다.

“6.25 전쟁 때 교전을 여기서 했어요. 인민군이 주민 3명을 척후병 삼아 앞세우고 함열읍 소재지 쪽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그 때 아군은 솔밭에 잠복을 했어요. 그러니까 민간인이 총알받이가 된 거여. 그 때 인민군 세 명과 주민 세 명이 다 죽었어요.”

황 씨는 이어 “6.25 전쟁 끝나고 탄피 같은 것도 주웠지. 또 군인들이 총 맞고 피를 닦아야 하는데, 돈으로 피를 닦아서 버린 거여. 종이는 없지, 갈대 같은 것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돈을 이제 죽어가니까 필요가 없어지잖아. 그래서 돈으로 피 흘리는 것을 막고 버린 거여. 그런 것도 줍고 그랬지.”

인민군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의 일화도 있다.

“공산당이 와가지고는 회의 참석 안 하면 죽어. 맨날 회의여. 또 징 치면 여자가 나오고, 꽹과리 치면 같이 나오고, 그런 걸로 암호를 삼았어.”

◇ 선사시대 유적 나온 곳

다송리 와야마을은 1975년 청동기시대 석곽분묘가 발굴됐다. 마을 입구를 ‘말무덤’이라고 불렀는데, 옛날에는 이곳에 불쑥 나온 형태의 무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은 ‘크다’는 의미기 때문에, 큰 무덤이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덤에서는 청동거울과 삿갓 모양의 장신구와 동그란 형태의 장신구, 무늬 없는 그릇 등이 나왔다.

방교마을에서는 1970년대 마제석검이 나왔고, 무늬 없는 적갈색 항아리와 석관묘 등이 발견됐다. 마야 마을과 박전마을 일대에서는 그릇 조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