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가장 큰 교육현장
위클래스 상담교사의 돌봄이 역할 커져
주입식 인성교육 탈피한 창의 인성교육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육문화 정착 절실

어양중학교의 비전 발표회

중학교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과정이며 또한 사춘기를 겪는 시기와도 겹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의무교육과정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과제이겠지만 학습과 인격형성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때이다.

그런 만큼 중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지켜볼 때 그만큼 학교 교육의 발전 또한 가속화 될 것이다.

본지는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총 20회에 걸쳐 익산지역 중학교 탐방을 실시했다.

상대적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비해 중학교에 대한 관심이 덜한 분위기 속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비롯해 익산시민들에게 익산지역의 중학교에 대해 자세히 전달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학교들은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저마다 다른 목표를 내세우고 특색 있는 교육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크게 바라본다면 익산지역 중학교들이 보여주는 중심 기조는 ‘학생 중심’, ‘재밌는 학교’, ‘행복한 학교’라고 할 수 있겠다.

학교들이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변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학교들을 거듭 방문하며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부분이 바로 ‘인성 교육’이다.

거의 모든 학교에 상담실이 설치돼 있고 전문 상담교사가 상주해 학생들을 돌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학교가 실력보다 먼저 인성 교육에 역점을 두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뒤집어 생각하면 가장 필요한 교육이 인성 교육이라는 뜻으로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을 기르는 것이 익산시 중학교가 가진 최대의 과제라고 하겠다.

◇ 밥상머리교육의 실종?

이리중학교의 허그데이 행사

매주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꼭 듣게 되는 이야기중 하나가 생활지도의 어려움이다.

한창 성장하는 중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는 어려움이 어제오늘 일이었겠느냐마는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달랐다.

수십 년 학생들을 가르친 베테랑 교사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드는 건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이 개인주의적이고 기본예절 같은 소양을 갖추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는데 부터 시작한다.

소위 밥상머리교육이라고 불리는 가정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핵가족과 맞벌이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부 그렇지는 않지만 비교적 생활수준이 낮은 지역의 학생일수록 많은 수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교권의 추락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고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생겼지만 학생들은 스승을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다.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반항한다. 그렇다고 당장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점이 교사들이 가진 답답함이다.

학생들 앞에서 학부모에게 막말을 듣고 손찌검까지 당하는 사례는 뉴스가 아니라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었다.

◇ 위클래스의 정착

부천중학교의 교장선생님과의 대화시간

각 학교를 탐방하면서 가장 새롭게 느꼈던 부분이 바로 위클래스 상담실의 운영이다.

위클래스(Wee클래스)란 We(우리들)에 education(교육), 그리고 emotion(감성)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맞춤식 상담공간으로, 올해까지 거의 모든 학교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위클래스에서는 전문 상담교사가 상주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교에서 펼치는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으며, 학생들의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전의 학교에서 상담실이라고 하면 야단맞고 반성문이나 쓰는 두려운 곳이었다면 지금의 위클래스는 학생들이 언제나 찾아와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공간으로 정착했다.

위클래스에서 펼치는 프로그램은 따돌림, 인터넷 중독, 왕따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빠른 적응을 돕는 개인·집단 상담에서부터 시작해 학생 누구나 겪을만한 소소한 고민, 성적고민, 이성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제라도 도움을 준다.

또 간단한 성격 검사나 그림검사 등 자기성장 검사와 더불어 진로상담도 한다.

대인관계나 공동체 의식 함양, 감정조절 등 학교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기도 한다.

◇ 다양한 창의 인성교육

이리동중학교 예절실에서 학생들이 다도를 배우고 있다.

익산시의 중학교들이 한목소리로 주창하고 있는 것이 ‘인성교육’인 만큼 각 학교의 인성교육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돋보인다.

말로만 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실천하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

동중학교는 교실을 전통 한옥으로 리모델링한 예절실을 설치하고 전교생이 예절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복입기, 절하기, 다도 예절 등을 수시로 배울 수 있도록 필요 물품을 모두 갖춰놓았다.

원여중 학생이 ‘귀공주’를 작성하는 모습

올해의 준법우수학교로 선정된 원여중은 역점 사업 중 하나로 ‘귀공주’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성장노트는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방향을 제시해 스스로 변화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양중은 매학기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비전발표회’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호응을 얻고 있다.

남성중은 올해부터 합창제를 시행하고 있다. 음악시간과 별도의 시간을 들여 각 반별로 합창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친구들의 목소리와 함께 하모니를 이뤄내며 함께하는 기쁨을 일깨워준다. 

남성중은 반별 합창제를 열어 화합과 조화를 배운다.

이리중은 ‘허그데이’로 유명하다.

허그데이는 교사와 친구들이 등굣길에 만나 서로 안아주고 격려하는 행사인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 효과가 좋아 이리중의 명물 행사로 자리 잡았다.

남성여중은 전교생 1인 1악기 다루기 목표를 세워 학생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워주고 행복감을 함께 공유하는 감성교육에 성과를 내고 있다.

여학교의 특성에 맞도록 하고 싶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방과후학교 등에서 지원하며 음악반에만 178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성과로 매년 발표회도 열고 있다.

황등중은 통합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성과 인간존중, 더불어 사는 법, 장애 인식 개선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전북혜화학교와 황등중 학생들은 1년에 두 차례 이상 한반 씩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는다.

황등중 학생들은 전교생이 반별로 혜화학교 학생들과 통합수업을 한다.

함열여중은 사제동행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밤샘체험’을 시행하고 있다.

학부모도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며 교사들과 함께 학교 안의 시설에서 안전하게 지내며 고민 상담도 하며 사제 간의 따뜻한 정을 쌓는 시간이 되고 있다.   

함열중과 원광중은 스포츠로 인성교육에 앞장섰다.

스포츠데이활동은 이미 인성교육에 큰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것으로 두 중학교는 특히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어 넓은 운동장이 부족할 정도다.

익산중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자매결연을 통해 ‘행복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행복연구센터에서 발행한 ‘행복 교과서’를 이용한 수업인데 여러 주제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함열중은 스포츠 활동을 강화해 인성교육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은 함열중 태권도부 학생들의 연습 모습

◇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

삼기중 학생들이 통키타를 배우고 있다. 악기 연주를 통해 감성을 기르고 자연스러운 인성교육의 효과를 보고있다.

소개한 학교들 외에 모든 학교들도 저마다 인성교육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만큼 공교육이 학습위주에서 바른 인성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선진화 됐다고도 볼 수 있고 본래 교육의 목적 그대로 궤도에 올랐다고도 하겠다.

인성교육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문제성보다 그런 당연한 이유로 봐도 좋을 것 같다.

학교들은 학부모에게도 문을 열어놓고 함께하는 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각종 특강을 통해 밥상머리교육에서부터 상담방법, 대화법 등 가정에서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급식도우미, 시험감독, 도서실도우미 등의 교육활동 참여방법도 있다.

인성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 손을 잡는 것임을 외면하고 모든 것을 학교의 책임으로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일여중은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 여러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