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상가 즐비했던 옛 영정통거리.. 상권 이동되자 빈 점포만 늘어선 골목으로
40년 전통 양복점, 2대째 소문난 중국집, 실력파 미용실 등 발길 이끄는 상점 많아

화려했던 골목은 이제 문닫은 점포가 늘어서 있는 거리로 변했다.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으로 조각상과 벤치가 설치돼 있는 영정통 거리의 모습.

익산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찾는다면 영등동과 부송동에 걸친 신도심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부터 대단위 아파트 건설 위주로 개발되기 시작한 영등동은 일찍부터 인구과밀 동으로 분류돼 3개동으로 나눠질 정도였으며 부송동이 뒤이어 개발됨에 따라 익산시의 대표 번화가로 성장했다.

이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익산역 앞을 중심으로 하는 구도심은 쇠퇴했다. 인구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폐업하는 상점들이 많아지고 점차 슬럼화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옛 영정통거리라고 불리던 중앙로 1길 골목은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그런 영정통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익산시는 3년 전부터 도시재생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에 힘쓰고 있다. 빈 점포에 예술가들을 입주시켜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민들이 찾아오도록 한다는 취지다.

덕분에 영정통거리는 석재 예술품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깨끗한 골목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흡하다. 그 이유에 대해 거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 대부분은 도시가스나 오수관 등 기반 조성과 지원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익산역사 신축과 중앙지하차도 개통, 평화동 개발이 미적거리고 있는 점도 구도심 재생의 걸림돌로 보고 있었다.

◇ 익산의 명동

영등동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영정통 골목이 익산의 대표 번화가였다. 거리는 보석도시답게 금은방이 가게 건너 하나일 정도로 많았으며, 맞춤양복점, 의상실, 음식점, 병원과 약국 등이 즐비해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이었다.  

밤에도 마찬가지였다. 유흥가의 발달로 인해 술집의 네온싸인이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익산 영정통로의 화려함의 상징이기도 했던 스탠드바 ‘물랑루즈’는 그 유명세가 전국에 퍼져 거리의 번영을 상징하기도 했다.

영정(營町)통이라는 옛 이름은 일제 때 붙여진 것인데, 본디 뜻보다 번영한 곳이라는 뜻으로 통할 정도였다. 구 이리역과 함께 신시가지로 개발되며 성장해 익산의 명동이라 불렸으며 익산시의 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지였다.

영정통 거리 초입의 모습.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으로 한결 깨끗해진 거리에 옛 번영을 누리던 상점들이 아직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 익산의 인사동

그러나 영정통거리의 시계바늘은 과거에서 멈췄다. 급속한 상권 이동과 인구공동화 현상이 일어나자 거리는 급속하게 쇠퇴하기 시작했고 문 닫는 가게가 속출했다.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자 거리에 투자가 끊겼고 낡은 모습 그대로 남았다. 마치 7,80년대 거리를 만들어놓은 영화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낙후된 모습이 현재의 영정통인 것이다.

그런 골목에도 새로운 기운이 싹트고 있다. 구도심재생의 필요성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논의되고 추진되기 시작한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익산의 근현대적 역사성과 문화를 간직하고 남아있는 거리를 문화예술 특화골목으로 만들어 생동감 있는 거리로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다.

그 첫 발걸음으로 2009년 익산문화재단이 영정통거리에 입주해 특화골목 조성 및 활성화를 주관하며 깨끗한 거리 조성, 조각 작품 전시, 휴게 공간 설치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에는 아트마켓과 돌조각 전시 등의 행사를 열고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으며 예술가들의 입주를 위한 지원 방안도 계속해서 강구 중이다.

주변 상인들도 도심 재생을 위한 논의에 참여해 앞으로 달라지는 영정통거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익산시에서 가장 번화해 명동 같았던 거리가 옛 정취와 문화가 주인공인 인사동 골목과 같이 변모할지도 모르겠다.

◇ 멋쟁이 신사의 단골 남송양복점

“멋쟁이 신사는 아직도 우리 양복점 옷만 입는답니다”

남송양복점은 전북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맞춤양복점으로, 중앙동 문화예술의 거리 초입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단출해 보이는 2층 건물이지만 이 집을 지을 60년대 당시엔 최초의 2층집이어서 사람들이 한번 씩 구경하고갈 정도였다고 한다.

김진규 사장은 정읍 출신으로 당시 가장 최고 직업으로 꼽히던 재단사가 되기 위해 전주와 서울에서 일을 배운 후 익산에 정착했다. 일본에서 재단을 배워온 전(前) 사장이 운영하던 유명한 양복점인 남송양복점에 들어가 일을 하며 인정을 받은 그는 1980년 점포를 인수받아 직접 경영을 시작했다.

작은 가게에서 기술자만 40명을 두고 일했다는 그는 “당시에는 거리도 활기차고 사람들이 항상 바글바글했다.

그러다가 중앙로가 뚫리면서 점차 상권이 옮겨갔고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쇠퇴했다.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이 골목 전체 경기가 바닥이다.

비어 있는 점포에 상점이 들어올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며 예술인들이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참 잘나갈 당시에 익산시 세금을 다 이 동네에서 냈지만 돌아오는 건 찬밥신세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사양산업인 맞춤 양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내 기술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찾아오는 손님이 있기 때문”이라며 “기성복이 따라올 수 없는 몸에 잘 맞는 옷, 누구에게나 멋이 나는 옷을 40년 이상 만들어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 미용의 자존심 조이미용실

“머리는 기본이고 메이크업과 헤어클리닉 전문입니다”

조이미용실은 익산에서 가장 유명한 미용실로서 중앙로에서 골목 안쪽으로 10m 정도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영업을 시작한지 36년 동안 그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지금도 영정통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조정숙 사장은 숙명여대 미용아트 수료, 미용협회 역대 회장 역임, 메이크업 세계대회 최우수상 수상 등 그 솜씨가 뛰어나 일찍이 익산시의 대표 미용사로 꼽혔다. 그녀의 손을 거쳐 간 신랑 신부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는 골목에 대해 “예전엔 그야말로 명품의 거리였는데 지금은 빈 가게가 대부분이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문화의 거리 조성한다는데 도시가스와 오수처리관이 식당이 들어올 수 없는 여건이라 가장 큰 문제다.

먹거리 없는 거리가 어떻게 살아나겠나. 특별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미용실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정착해 안정된 실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상 최신 유행 연수를 받아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며 “커트와 파마는 기본이고 메이크업과 클리닉까지, 무엇보다 고객들이 감동받는 서비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통과 정통 신생대반점

“2대째 내려오는 전통의 맛! 된장짜장의 맛이 기가 막히죠”

신생대반점은 영정통 거리의 명물중의 명물이다. 초창기 중국집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생겨 2대째 이어오고 있는 전통의 정통 중국요리 전문점이다. 영정통로 깊숙이 위치한 가게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거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골목을 지키며 살고 있는 파충옥(55) 사장은 골목의 옛 모습에 대해 “끝내줬다. 원광대 버스가 역전에 학생들을 내려놓으면 이 앞 골목이 인산인해를 이뤄 배짱장사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며 “빈 점포들에 중국집이라도 좋으니 들어만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익산역사 신축, 평화동 아파트 개발, 중앙지하차도 개통 등이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도시가스나 지하차도 문제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언제나 직접 요리를 만든다는 그는 “오랜 역사와 맛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현재는 80-90%가 단골손님이다.

직접 요리를 만들어 신뢰를 잃지 않기 때문에 겨우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카라멜이 안 들어간 옛날된장짜장과 중국식 짬뽕을 비롯해 모든 메뉴에 대해 최상의 맛을 보증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