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 해학과 가락이 녹아든 매력으로 화합을 이루는 흥겨운 소리 

우리지역 ‘지게목발’ 소리,‘기싸움’,‘당산제’등의 고증 보존이 목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명이라는 흥의 정서를 가슴에 품고 있어요. 풍물은 그런 정서가 그대로 녹아 있는 지혜로운 놀이마당입니다. 익산은 이리농악을 비롯해 그런 좋은 문화가 풍부하게 살아 숨 쉬는 고장인데 점점 사라져가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죠.”

김광현(58) 씨의 신명나는 익산 만들기는 이런 생각으로 시작됐다.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흥을 돋우는 풍물이야말로 익산이 가지고 있는 보물이고 신명나는 삶을 위해 가장 필요한 처방 역할도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용동면 흥왕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농부로, 학생시절부터 지덕노체(智德勞體)를 이념으로 하는 ‘4-H’ 활동을 하며 농촌지역의 화합을 몸으로 익혀왔다. 40여년이 넘는 그의 농촌화합 노력으로 작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탔으며 올해는 4-H 익산본부 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99년 농업기술센터 지도사업의 일환으로 생활개선회, 농촌지도자, 4-H 등의 단체에서 회원을 모아 ‘익산 풍물마당 연구회’를 만들고 본격적인 풍물문화 살리기에 나섰다. 바쁜 시간에 짬을 낸 농민들의 풍물 소리는 날이 갈수록 화합을 알리는 흥겨운 소리가 됐다. 

“처음엔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식당이고 옥상이고 가리지 않고 했었습니다. 농기센터 직원들이 시끄러워 못살겠다고 할 정도였죠.”

농기센터는 이들을 위해 조립식 건물을 마련해 장소를 제공했다. 풍물연구회의 실력이 늘수록 직원들이 모두 ‘귀 명창’이 되어 갔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그는 풍물의 매력을,“지금은 풍물 장단을 덩덩~ 더구더기 덩따~ 이런 식으로 배우고 있지만 이런 장단 표기가 없던 옛날엔 마을 어른들한테 어깨너머로 배우고 전수됐다. 어르신들이 장단을 맞추는 걸 옆에서 보면, ‘니~기미 엿 먹어라~’라는 식으로 죄다 욕 장단이다. 그런 해학과 가락이 농악과 우리나라 사람에게 녹아들어 있는 것이 바로 풍물이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풍물연구회의 흥겨운 신명을 소외된 사람들에게 전파시키는데 힘을 모았다.

사회복지시설 삼정원의 원생들을 위탁받아 풍물교육도 하고 영산원, 삼정원, 동그라미재활원, 백향노인전문요양원 등의 복지시설과 혜화학교, 신광의 집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풍물마당을 열고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민요나 무용은 예술학교 등에서 협찬을 받아 흥겨운 마당을 열었다. 이들이 가는 곳에는 항상 흥겨운 춤판이 벌어지며 자연스럽게 화합이 이뤄졌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하고 받은 수고비를 모아 충당하고 있는데, 이리농악과 풍물연구회의 실력을 인정받아 참외축제와 농업인 행사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익산 풍물연구회 회원들이 복지시설을 방문해 풍물 한마당을 펼치고 있다.

그는 “농악은 우리나라의 정신인 대동(大同)정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풍물연구회는 축제와 화합의 자리에서 불러주면 언제든 기꺼이 참석하나 갈등이 있는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그의 목표는 익산에 전래되는 호남 우도 농악인 이리농악(중요무형문화제 제11-3호)과 전라북도 무형문화제 1호인 삼기면의 ‘지게목발’ 소리, 함라면의 ‘기싸움’, 용동면의 ‘당산제’ 등을 다시 고증하고 보존하는데 있다. 그런 소중한 유산들을 지켜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할 뿐더러 신명나는 익산을 만들어 줄 것임을 믿고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김광현 씨는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술이나 노래나 춤을 못하니까 놀이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은 거죠.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처럼 좋은 것들이 많은 익산시가 문화의 고장으로 발전하고 지역 화합을 이루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