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마을에서만 13대째, 활기찬 예전모습 되찾고자 노력
4대강 사업 피해 딛고 사람들 찾아오는 관광마을 만들어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근동 3-40리 마을 주민들은 죄다 성당포구마을에서 먹고 살았다고. 봄부터 가을까지 큰 배가 무지하게 많이 다녔다니까”

13대 450여 년 동안 성당포구마을을 조상 대대로 지켜왔다는 안상일(62) 씨가 말하는 기억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황포돛배의 추억이 어려 있는 성당포구마을은 그가 젊었을 적만 해도 성황을 이루는 큰 포구였다. 봄에는 조깃배, 여름엔 갈칫배, 가을에는 새우젓과 소금배가 쉴 틈 없이 드나들어 활기찬 마을을 만들었다.

주변마을 사람들은 포구에 나와 장사를 하거나 조기에 간을 하고 소금을 퍼 나르면서 생활했다. 마을에 시장도 들어서고 집집마다 젓갈을 보관하는 커다란 탱크가 몇 개씩 있었다고 한다. 전국의 유명하다는 악극단이나 명창들이 매년 찾아와 공연하던 마을이기도 했다.

불야성을 이루던 마을을 회상하던 그는 “마을에 술집이랑 색시집이 30곳이 넘을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흥청거리는 마을이기도 했지만 참말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단 말이지”라고 말했다.

그런 성당포구는 뱃길이 끊기자 급격히 쇠퇴했다.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해 80년대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백제때 감물아현으로 불렸고 고려부터 조선 후기까지 세곡을 관장하던 창(倉)이 있어 사람이 끊이지 않던 성당포구는 황량한 강변마을로 변하는 듯 했다.

그나마 금강하천부지에 지게로 흙을 져 날라 개간한 72만평의 농지도 4대강 사업으로 잃은 마당이다.

그런 위기의 마을을 살리고자 그가 나섰다.

그는 누구보다 성당포구마을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 보고 역사성과 자연환경을 마을의 미래 가치로 삼았다.

전통테마마을 추진위원장을 맡아 발로 뛴 끝에 2006년 성당포구마을이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됐다.

이를 위해 그는 전국을 다니며 유명하다는 마을 40여 곳 이상을 방문해 배워왔다. 오직 성당포구마을의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영농법인을 설립해 포구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성당포구는 2009년 농림부로부터 농어촌체험휴양마을로, 2010년 팜스테이마을로 지정됐으며 올해 8월에는 농협에서 지정하는 전통발효음식마을(젓갈)에 선정돼 지원받게 됐다.

마을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생각을 바꾸니 마을이 갖고 있는 자연 환경이 모두 장점이 됐다.

천년이 넘는 수령의 느티나무에서는 당산제를 부활시켜 익산문화원과 함께 매해 당산별신제를 지내 문화체험도 갖췄다.

국내 최대의 고란초 군락지 탐험, 배타고 금강탐험, 고구마 수확 체험, 국궁, 젓갈 담그기, 김치 담그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갖췄다.

주변으로는 황룡산 등산로가 정비됐고 소달구지 황톳길 680m가 체험객을 기다린다.

마을 앞 하천부지는 내년부터 금강생태관찰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안상일 씨는 “이제는 다른 곳에서 찾아와 배워가고 있어. 전국에서 이정도 규모로 갖춰 논 마을 별로 없을 것이고. 농식품부에서 선정한 가고 싶은 농촌마을 100선에도 들었고”라고 흐뭇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당포구당산별신제보존회장, 성당포구체험휴양마을 대표, 전통테마마을 운영위원장, 영농법인 성당포구마을 대표이사가 그의 직함이다.

그의 말마따나 돈 되는 직함 따윈 없는, 영락없는 마을 지킴이가 그의 모습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