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시장 화재로 전소되기 전엔 번화한 거리.. 옛 시장 자리는 아직 공터 그대로
주택가와 낡은 아파트 끼고 있지만 사람 왕래는 없어.. 쓸쓸한 뒷골목 된 오거리

남중학교에서 동부시장 오거리로 오르는 선화로 언덕배기.

동부시장 오거리는 선화로와 고봉로가 만나는 교차점이며 남중동과 중앙동, 마동, 영등동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다. 특히 익산시의 중심인 시청으로 통하는 인북로32길과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거리이기 때문에 차량 통행량이 적지 않은 곳이다.

동부시장 오거리는 그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오거리에 동부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1981년 오거리의 한쪽에 지어진 동부시장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25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고객들로 항상 붐볐고 주변까지 활기찬 거리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동부시장 오거리 골목은 쇠퇴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기고 낡은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빈 점포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새로 들어선 상점도 얼마 못가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남아 있던 상점들도 하나 둘 떠나는 형편이 돼버렸다.

그래서 오거리 골목을 찾아 오랫동안 거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들을 찾아 동부시장 오거리가 품고 있는 옛 이야기와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봤다.

◇ 한 시대의 광장

동부시장 오거리 교차로. 익산 곳곳으로 통하는 오거리는 아직 차량의 통행이 많다.

동부시장 오거리는 다른 곳에 비해 지대가 높기 때문에 비탈길을 따라 주택가와 상점가가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번영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그러나 익산시의 중심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다섯 갈래로 통하는 편리한 교통과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학교가 주변에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발전했다.

오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남중학교와 전북기계공고가 있고 옛 이리농림고등학교(현 전북대)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통행도 자연스럽게 많았다. 비탈진 곳에 주택가가 형성되고 마동아파트가 들어서며 더욱 번화했다.

무엇보다 81년에 건축된 동부시장이 들어서며 거리는 호황을 맞게 됐다.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거리에는 상점들이 앞 다퉈 들어섰고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소가 됐다. 익산역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던 사람 사는 냄새가 충만한 거리가 됐다.

◇ 시장 화재로 인한 쇠퇴

그렇게 호황을 맞던 오거리 골목은 동부시장의 화재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동부시장에 1991년 대형화재가 발생했고 시장 건물이 반소됐다.

당시 시장에는 250여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화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상인들은 원래 위치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영등동천주교회 앞의 시유지에 임시로 들어가게 된다.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시장이 옮겨갔지만 그로부터 동부시장은 시장다운 면모를 보일 수 없었고 오거리의 쇠퇴도 함께 맞물려 시작됐다. 

화재가 난 시장 건물은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이 필요했고 시장 상인 조합은 재건축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시장의 재건축 계획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가 좌초되기를 반복, 결국 14년이 넘도록 시장 터는 빈 공터로 남았고 시장 상인들의 소유권마저 건설사로 넘어가 동부시장의 부활은 물거품이 됐다.

그 때문에 오거리의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시장 공터는 화재 이후 계속해서 울타리로 둘러져 있는 폐허로 남아 골목 분위기를 어둡게 했고 사람들이 더 이상 왕래하지 않자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개발의 손길도 물러났다.

◇ 소박한 꿈이 있는 상인들

삼일목욕탕

삼일 목욕탕은 동부시장 오거리에서 남중학교 방향으로 50m 정도 내려간 비탈길에 위치한 골목 목욕탕이다. 근래 대형 목욕탕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골목 목욕탕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 익산시에만 70군데가 넘게 있었던 동네 목욕탕이 거의 사라진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영업하고 있다.

하얀 타일로 마감된 건물 외관과 1층은 여탕, 2층은 남탕이며 작은 창문으로 요금을 받고 이태리타월과 샴푸 등을 파는 흡사 7,80년대의 골목 목욕탕의 모습 그대로다. 요금조차도 싸서 정감 있는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

2001년 당시 장사가 잘 되던 목욕탕을 인수 받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조 모 사장은 “매일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일단 사람들이 없고, 있어도 전부 대형 사우나로 가기 때문에 골목 목욕탕은 별 수 없다. 2002년부턴가 대형사우나가 생기기 시작해서 나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고 근심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그 전만해도 이 골목에만 동네 목욕탕이 3군데나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고 매일 목욕탕에 발을 디딜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그는 또 “대형사우나도 문제지만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체육센터도 피해가 됐다. 목욕업을 하는 우리 같은 서민들을 생각 않고 센터에서 목욕탕을 싼값에 같이 하니까 글안해도 힘든데 더 죽으란 소리다”라고 말했다.

삼일 목욕탕은 현재 동네 노인들이 대부분의 손님이며 하루 50여 명 정도가 찾고 있다. 특히 노약자 목욕의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인데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관리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조 사장은 “동네에 사람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동아파트도 재건축 되고 동부시장도 뭐라도 좀 들어와서 활기찬 동네가 됐으면 한다. 오래됐지만 청결하게 관리하고 정을 느낄 수 있는 목욕탕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한빛 문구 서점

삼일목욕탕의 건너편에 한빛 문구 서점은 슈퍼와 팬시점, 문구점을 겸하고 있다. 근처에 슈퍼나 문구류를 파는 가게가 없기 때문에 손님이 들것도 같았으나 넓은 매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임재근(56) 사장은 익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오래 전부터 이 골목을 삶의 터전 삼아 지내왔으며 문구점은 20년 넘게 운영해왔다.

그는 “동부시장이 활성화 될 때만 해도 장사가 잘됐다. 그땐 저 건너 쪽 오거리에서 팬시점을 했는데 사람이 참 많았다. 그런데 동부시장이 불이 나서 없어지자 상권이 확 죽었다. 거기다가 대형마트가 들어서니까 확실히 달라졌다. 우리나 옆의 피자집이나 식당도 마찬가지로 허덕이는 형편”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딸 넷을 둔 그는 장사가 어려워지자 안사람에게 맡기고 작은 일에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도 어려워서 그의 아내는 가게를 운영하는 틈틈이 야쿠르트 판매도 하고 화장품 방문판매도 한다고 했다. 집에서도 손을 쉬지 않고 부업도 하고 있다.

남중학교의 이전 계획에 관해 묻자 그는 “그나마 남중학교라도 있어서 학생들이 지나다니며 껌이라도 한통 샀는데 이전해 버리면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이 골목이 예전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번화가로 나아지려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동부시장 공터의 개발과 주변 환경 개선, 남중학교 이전에 따른 공간 이용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유이용원

자유이용원은 동부시장 오거리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명소로 꼽힌다. 간판을 비롯해 실내도 마찬가지로 옛 이발소의 풍경과 똑같다. 허름하면서도 실내는 청결하며 정겨운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옛 호황을 누릴 땐 문턱이 닳도록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으며 머리 감겨주는 직원과 면도사를 따로 두고 영업할 정도로 번성했다.

이상철(70)사장은 50여 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으며 20년 동안은 중앙동에서 이발 기술을 배우다가 30년 전부터 직접 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때 당시에는 정말 일하는 재미가 있었지. 손님들이 많으면 이발하면서 서로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며 정이 있었다”라며 “이젠 자식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하루 한 두명 찾아오는 손님 맞으면서 소일 하는 거지”라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수건 세탁을 하고 있던 그는 “한때는 수건을 쌓아놓고 하루에 몇십장 씩 세탁했지만 이제는 일주일 동안 겨우 다섯장 썼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거리가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뭐 이제와서 변하겠느냐마는 낡은 건물들이 싹 깨끗하게 바뀌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동네가 됐으면 한다”며 “아직 내 기술이 쓸만하기 때문에 누구든 찾아만 주면 멋진 머리로 만들어 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