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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내 인생’ 류문옥 전 농업기술센터 소장

▲ “농업이 미래 익산의 주역”

익산 농업기술 발전의 거목.. 혼신의 힘으로 일군 열매들
“즐겁게 일했다”고 자부하는 34년의 공직 떠나 ‘농심’으로

지난달 28일, 익산시 농업기술센터가 눈물바다가 됐다. 이유는 다름 아닌 34년간 오직 농촌지도 외길 인생으로 공직에 몸담아 온 류문옥(59)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퇴임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익산시 농업의 큰 별, 산 증인, 거목, 명장 등으로 칭송받는 그가 떠나는 자리는 아쉬움과 감회의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어떤 일이든지 내 선택이 아니라 부여받은 일이었다. 주어진 임무에 대해 항상 즐겁게 임하는 자세로, 창의적으로 일을 만들어가면서 펼쳤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중 용동면에서 태어난 그는 농사를 짓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으로 이리농림고등학교에 진학해 영농의 꿈을 키운 그는 졸업 후 호남작물시험장(현 식량과학원)의 보조 연구원으로 2년 간 일하게 된다. 그 경험이 그에게 농업에 대한 학문적 접근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이론적 체계를 갖춘 영농을 꿈꾸며 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지원했고 배운 것을 토대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류 전 소장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통일계통 벼가 보급됐을 때였는데 1978년에 열심히 농사를 지었더니 대풍년이 나서 주변에 모범청년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목 받던 영농 청년이었던 그는 이듬해인 1979년 국가직 농촌지도 7급 공채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 해 8월 부안읍 농촌지도소로 첫 발령을 받았는데 그의 활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부안읍지소가 그가 근무한 3년 연속 우수지도소 1등에 올랐으며 그런 성과를 뒤로하고 1983년 익산군 농촌지도소 발령받았다. 본디 춘포면지소로 발령받았으나 45일 만에 본소로 들어가 지도계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지도계에서 그는 기술파급과 방송, 보도, 교육교재 만들기 등의 업무를 맡아 성실하게 임했다. 특히 라디오를 통한 ‘농사교실’프로그램이 월 2회 있었는데 그의 방송이 인기를 끌어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는 “다른 사람이 방송을 미루면 한 달에 4번도 나갔습니다. 방송의 효과를 인식하게 될 때마다 자긍심도 더불어 커졌죠”라며 “그 5년간의 지도계 경험이 가장 즐겁게 기억에 남습니다. 다시 돌아가 어디서 일하고 싶냐 묻는다면 그때로 돌아간다고 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농업기술센터의 요직을 두루 경험하게 된다. 현장일과 내근일 구분 없이 전천후가 돼야 한다는 평소 신념이 그가 맡은 일마다 성과를 거두게 했다.

용안면 상담소장으로 있을 땐 찾아가는 상담과 함께 직접 발로 뛰어 벼멸구 등 병해충의 지역별 조사를 벌여 지도를 만들어 관리했고, 다시 본소에 들어가 경영상담계에 있을 때는 경영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컨설팅을 도입해 250명의 농민들이 경영진단을 받게 되었고 우리나라 최초 사례로 전국적으로 파급돼 익산시의 명예를 높혔다.

또 2001년 우리나라 최초로 농업기계 전시회를 익산에서 개최해 각 지방 농기계 박람회의 효시가 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자랑이다.

그는 2007년부터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맡아 5년 6개월 동안 재임하면서 전국농기센터 업적 평가에서 2007년 농촌지도기관표창. 2006년 농업연구공로기관표창, 2010년과 2011년에는 지역농업특성화 우수기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농기센터 역사상 전무한 업적을 거뒀다.

이외에도 국화축제를 전국적인 규모로 발전시키고 익산시 농산물의 대표 브랜드인 ‘탑마루’를 전국에서 알아주는 브랜드로 성장시킨 기여도 했다.

그는 “농업은 생명산업이고 미래가 농촌에 있다는 명제 하에 30년 이상 젊음과 열정을 익산에 쏟아냈다”며 “익산에서 일하며 얻은 인연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만나고 교감하며, 익산 발전에 애정을 갖고 지내겠다”고 말했다.

퇴임 후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내 인생에 있어서 최초로 1주일 이상 쉬어 봤다. 아직도 눈이 오면 어딘가 전화해야 될 것 같고 걱정되고 그런다”면서 “적응하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1년 이상 쉬면서 여유를 찾고 나를 되돌아 볼 것”이라고 편한 미소로 대답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