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로 번영누리던 신흥주거지 쇠퇴.. 세경1차 아파트 입주자 30% 수준, 균형개발 여론 높아

동산오거리. 서동로와 중앙로가 교차하는 거리는 마동과 동산동의 경계이며 삼례와 전주방향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동산오거리는 익산역에서 시작하는 중앙로와 서동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마동과 동산동의 경계에 있으며 현재 이름보다 ‘고래등오거리’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거리다.

가까이에 원광대학교 신경정신과 별관이 있고 동중학교와 동산, 동남초등학교 주변으로 수백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있어 일찍이 신흥 주거지로 각광받던 곳이었다.

인구도 익산시에서 4번째로 많은 동으로 성장했고 이마트로부터 동산오거리까지 상업지역이 발달하며 번영했다.

그러나 현재의 동산오거리는 옛 활력을 잃은 듯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화려함을 잃지 않은 듯 보이지만 상인들은 저마다 상권이 죽었다고 고개를 흔든다. 골목마다 비어있는 점포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은 사람들의 왕래가 줄었음을 대변해주며 대로변에 늘어서 있는 고층상가들도 하나 둘 낡아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오거리에서 생업을 이어온 상인들은 쇠퇴의 이유로 영등동과 부송동 일대로의 상권 이동, 대형마트의 장악, 아파트 노후화로 인한 인구 감소 등을 꼽고 있었다.

그리고 옛 고래등오거리의 명성과 번영을 다시 찾기 보다는 안정된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균형있는 발전 대책을 바라고 있었다.

고래등 오거리의 복잡한 표지판. 동산오거리라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진다.

◇ 고래등오거리라고 하면 다 안다

동산오거리가 고래등오거리라고 불리게 된 유래는 교차로에서 원광대학교 신경정신과 별관이 있는 길 위쪽에 ‘고래등회관’이라는 숯불고기 전문 식당이 크게 번성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익산시에서 큰 잔치를 하려면 전부 고래등에서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었으며 예식장도 겸했기 때문에 그때 당시 익산 사람들 대부분은 적어도 한 번씩은 고래등 식당 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래등식당이 있는 오거리라고 불려지게 되어 고래등오거리라는 이름을 얻게 됐고 현재까지도 동산오거리보다 친숙하게 쓰이고 있다.

또 이 골목에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 것은 익산시 최초의 야외풀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에 생긴 야외풀장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여름이면 나들이객들로 북적이는 골목을 연출했다.

현재 고래등회관이 있는 자리에는 빌라가 들어서 있어서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됐고 풀장 또한 90년대 올림픽기념관 안에 실내풀장이 생기고 여타 사설풀장이 생기면서 문을 닫게 돼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되다가 최근 철거된 후 가든이 들어서 있다.

◇ 번영의 시작과 쇠퇴의 징후

동산동은 익산시 중심부의 동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행정동 동산동은 금강동, 석탄동과 함께 3개의 법정동으로 구성돼 있다. 옛 동산동 지역은 오래전부터 저소득층이 거주하던 지역이었으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번화하기 시작했다.

1972년 11월에 평화동 삼거리에서 출발하는 평동로가 4차선으로 뚫리고 이어서 80년대에 익산의 관문인 목천포에서 들어오는 6차선인 목천대로가 들어서면서 동산동과 공단을 잇는 서동로가 6차선으로 뚫리며 남부지역과 함께 동산동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동산오거리에서 동중학교 방향의 안뜰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다. 세경, 비사벌, 동양제철, 삼호아파트 등 수백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건축되면서 흡사 최근 영등동 부송동의 신흥 개발지처럼 발달했다.

인구도 1980년대에 비해 2000년쯤엔 3배가량 늘며 상권을 형성, 호황을 누렸다. 사람들은 동산오거리를 통해 익산시 중심으로, 공단으로, 삼례나 전주로 다녀야했기에 오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가 됐다.

그러나 최근 영등동 일대로 도심이 이동하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동산오거리도 쇠퇴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오거리와 근접한 곳에 위치한 세경1차아파트는 1989년 준공된 임대아파트로, 낡은데다가 입주자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며 관리마저 부실해 주변 미관마저 해치고 있어 주변 상인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다.

구 원광중고등학교 자리에 2006년 들어선 대형마트도 오거리 상권에 타격을 입혔다. 동산동 발전의 기대도 얼마간 품게 만들었던 대형마트 입점이었지만 골목상권은 그 영향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 오거리의 상점들

동양사진관

“가족사진을 촬영해 고객들이 만족하는 모습에 보람 느껴”

동양사진관은 동산오거리에서 동중학교 방향의 코너에 위치한 사진촬영 및 현상 전문 스튜디오다. 외관이 깔끔하기 때문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사진관 같지만 25년 가까이 오거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김명호(66) 사장은 40여년의 사진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느낌의 가족사진을 촬영한다는 정평이 나있다. 인물사진과 증명사진 또한 그의 손을 거치면 만족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는 먼저 “동산동이 번성할 때 이곳으로 와서 괜찮게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고래등오거리라고 하면 지금의 영등동 못지않았으니까. 그런데 영등동으로 상권이 옮겨가면서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사진업이라는 자체가 죽어서 더 힘든 실정이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필름현상은 아예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고 가족사진도 대형스튜디오가 생기면서 힘들어졌다”며 “평생 카메라를 쥐고 살았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은 우리 사진관을 믿고 찾아온다. 그런 고객들에게라도 최고의 사진으로 보답하는 것이 지금 하는 일”이라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세경철물점과 대우가전타운

“오래된 라디오를 고치는 것처럼 시원하게 고쳐졌으면 좋겠다”

세경철물점과 대우가전타운은 세경1차아파트 상가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점으로 세경아파트가 들어설 당시부터 상가를 임대받아 영업을 시작해 20여 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당시는 수백세대의 아파트 상가였고 번화하던 골목이었기 때문에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텅 빈 상가의 한쪽을 지키고 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늘어서 있는 상가에 단 두 곳만이 문을 열고 있으며 나머지 상가들은 셔터가 내려진 상태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녀(60) 씨는 “아파트 회사 측에서 사람들을 내보내기는 해도 들여보내지 않고, 아파트 관리도 손을 놓고 있다”며 “그간 여러 법정 소송 등 다툼도 많았고 입주자가 반 이하로 줄자 상가들도 손들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년 전만 해도 경기가 괜찮았으나 대형마트가 생기고 근처에 천냥백화점도 생기면서 웬만한 건 거기서 다 팔기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며 “장사야 어떻든 그냥 행복으로 살고 있지만 사람들 왕래하는 따뜻한 골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전타운 이해용(65) 사장은 “친구가 가져온 오래된 라디오나 고쳐주며 소일하고 있다”며 “이젠 뭘 바랄 것도 없고 기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경컴퓨터세탁소

“번화하던 골목길 그립지만 바라는 것 없이 삽니다”

세경컴퓨터세탁소는 세경아파트 정문 옆의 상가건물에서 25년 동안 영업을 해왔으나 경영난으로 인해 최근 폐업신고를 했다.

임채담(67) 사장은 옛 골목에 대해 “예전에는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서 나가고 들어오고 정신없는 사람 사는 골목 이었다”며 “서울서 내려와 세탁소를 차렸을 땐 일이 많아서 돈을 꽤 벌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사람들이 떠나고 상가도 비워지면서 어려워져 현재는 폐업한 상태지만 친구들이나 만나기 위해 가게에 나온다고 했다.

그는 “하루 양복 한 벌도 안 들어오는데 영업을 계속할 방법이 있겠나. 나이도 먹고 해서 이젠 다른 바람보다 아들 녀석 장가보낼 걱정만 하고 앉아 있다”고 말했다.     

 세경1차아파트 1층에 위치한 상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