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호 남자 무용교사.. 교직 퇴임 후 어머니 무용단 이끌어
한국무용의 명인.. 춤으로 전하는 행복과 나눔이 젊음의 비결

모현동 노인종합복지관 3층 ‘덩실이 춤교실’. 우리 가락이 흥겹게 흐르는 가운데 고운 한복을 입은 어머니들이 한국무용에 여념이 없다.

정식으로 개설된 강좌가 아닌데도 20여 명의 어머니들은 올해 새로 창안된 안무를 배우고 익히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예술은 방학이 없어요. 무용도 마찬가지라 하루라도 쉬면 금새 달라져서 확 티가 나요. 무엇보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머니들도 이렇게 나와서 연습하는 거죠.”

어머니무용단을 지도하고 있는 최태열(71) 노인복지관 교수의 말이다. 한국무용의 ‘명인’으로 불리며 익산에서 춤의 행복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는 그는 마한백제무용단과 영등1동 한국무용팀, 고전무용반 등 실버 무용단 50여 명과 25명의 젊은 무용인을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현역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전북 최초의 남자 무용교사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무용 경력이 있던 선생님을 만나 처음 무용을 접하게 됐고 운동회 날 매스게임(집단 맨손체조) 등에서 감명을 받아 무용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지만 무용이 하고 싶었던 그는 무용 경력이 있는 선생님을 쫓아다니며 학교 강당에서 틈틈이 지도를 받아 중앙대 무용과에 들어갔다.

그는 “당시 40명 입학생 중에 남자는 저 하나였어요. 이매방, 은방초, 김백봉 선생님 등 한국무용의 대가로 불리는 분들에게 무용을 배웠죠”라며 “형편이 어려웠지만 미군이 출입하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춤도 추고 일도 하면서 재밌게 학교를 다녔어요”라고 말했다.

한번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버스를 대절해 홀로계신 어머니와 고향 사람들을 초대했다. 이유는 서울 창경원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가한 자신의 무용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큰 무대에 단독으로 불려나가 아름답게 공연을 펼치자 걱정과 반대만 하시던 어머니도 그제야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게 됐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40년간 이리여고 등에서 무용교사로 재직하며 제자 양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무용이라는 분야가 극히 접하기 어렵거나 천대 받아 꺼려하는 문화 속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국립무용단을 비롯해 각 지역 시립무용단에 그가 길러낸 제자들이 활동하며 한국무용을 이끌고 있다.

교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춤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01년에 이리여고에서 민관특색사업의 일환으로 어머니무용단을 창단하며 그에게 지도를 맡긴 것을 계기로, 익산시 민간 무용단이 그의 손에서 각종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전라북도 지정 84호인 마한백제무용단의 단장을 맡고 있으며 영등 1동 한국무용팀 등도 지도하고 있는데 창단 후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각종 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김제 지평선축제에서 열린 전국 실버장기자랑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거머쥐었고, 전국 자원봉사자 재능경진대회에서도 대상을 탔다. 또 2011년 전주 단오축제의 풍남 춤 페스티벌에서도 종합 대상을 타는 등 다수의 수상경력으로 익산시의 자랑이 되고 있다.

그는 “한국무용을 한다고 하면 집에서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에 너무나 좋아하세요.

재밌고 즐겁게 무용을 하면서 배운 것으로 봉사도 하면 기쁨이 두 배, 세 배가 되죠. 행복한 여성도시로 나아가는 익산시에 보탬이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춤을 추고 나누며 행복을 전파할 것”이라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