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군산 잇는 중간지점으로 통행인구 많았으나 버스 승객 수 차츰 줄어들어
늘어나는 빈 점포와 한숨짓는 상인들.. 환승센터 건립으로 새 활력 찾길 기대

평화동에 위치한 익산공용버스터미널은 익산역과 더불어 오랫동안 익산시민의 발로써 그 역할을 다해왔다. 호남선과 전라선, 군산선(현 장항선) 세 노선이 만나는 익산역이 장거리 교통을 맡아 주도했다면, 비교적 짧은 거리나 철도가 닿지 않는 도시와의 교통은 터미널이 맡아 왔다. 일찍이 교통의요지라는 이름으로 사회교과서에 실릴 만큼 물류와 여객 운송의 발달과 함께한 익산이라고 하겠다. 

전주와 군산의 중간지점이라는 지역적 이점, 김제와 부안을 비롯한 전북권 곳곳의 도시에 대한 이동 편리, 대전·충남과의 가까운 거리는 터미널을 익산의 관문으로 만들었고 따라서 터미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듯이 터미널 및 주변 상가 역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에 불과했다. 현재의 터미널은 예전의 활력을 잃고 시름에 잠겨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빈 점포, 한산한 대합실, 줄지어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이 터미널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상인들은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의 감소와 더불어 도심 이동, 평화동 주변지역의 개발 지연 등을 그 원인으로 꼽으며 하루가 다르게 어려워지는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산한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집에서 드시는 것처럼 깨끗하고 맛있게 합니다. 백반 드시러 오세요”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최고의 기술로 최상의 서비스를 약속합니다”

◇ 평화동의 중심

공용버스터미널은 1960년대 중반부터 현재 위치에 자리했고, 1970년부터 고속버스터미널과 함께 붙어있게 되면서 익산시의 관문이 됐다. 한때 전주와 군산을 오가는 직행 버스가 익산역 부근에 간이 정류장 형식으로 운영되다 본 터미널과 합쳐졌는데 최근 KTX(고속철도) 환승과 맞물려 다시 익산역에 간이 정류장이 설치된 상태다.

터미널 건물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지상 4층 건물로 1층은 매표소와 버스 승차 홈을 비롯해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있으며 2층은 콜라텍(무도장), 3층은 볼링장, 4층은 건물 구조상 비어 있다. 한때는 예식장으로도 운영됐었고 사무실 등 여러 상점들이 들고 나길 반복했으나 현재는 활력을 잃은 모습을 완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왕래하는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상점들을 보면 매표소를 중심으로 슈퍼와 제과점, 식당, 전자오락실, 의류, 구두방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나머지 상가는 비어 있는 상태다.

지역적으로 터미널이 위치하고 있는 평화동은 익산시의 서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는 남부 유흥가 지역이 인접해 있고 전주와 군산 방면을 잇는 26번 국도와 가까운 입지에 있다. ‘무네미’마을을 비롯한 개척촌이 있던 작은 마을이 터미널을 중심으로 번화하기 시작해 익산시의 중심지였던 익산역 주변의 외곽을 차지했다. 

◇ 고속도로에서 먼 터미널

한때 터미널은 타지로 오가는 사람들과 전주·군산 등지로 통학하는 학생들로 붐비며 혼잡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현재는 버스이용 승객이 현저히 줄어들어 버스회사에서는 배차를 줄여나가거나 아예 노선을 폐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전으로 하루 20회 이상 운행하던 버스가 현재는 단 7회 운행에 그치고 있으며 다른 지역 노선도 마찬가지 형편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점이 터미널의 입지조건의 열악함이다.

호남고속도로가 1973년 개통되면서 익산 인터체인지가 금마와 왕궁의 경계를 벗어난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하게 되자 익산의 가장 반대쪽이랄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터미널에서는 복잡한 익산시 도심을 관통해야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돼버렸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버스보다 편리한 철도의 이용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고 버스는 전주, 군산, 부안 방면의 노선에 치우치게 됐다. 결국 고속버스의 경우에는 겨우 서울과 인천, 안산으로만 운행하며 시외버스의 경우에도 지역별 운행량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 인구 이동과 개발 지연

또한 영등동 일대로의 도심 이동도 터미널의 쇠퇴와 맞물려 있다.
구도심인 중앙동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가 형성돼 있을 땐 평화동으로의 접근이 수월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심권의 영향을 받았지만, 영등동 일대의 아파트 개발과 함께 익산시의 인구가 대거 이동했고 그 결과 터미널은 편리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셈이 돼버린 것이다.
터미널보다 가까운 익산역을 선택하거나 팔봉동의 간이 정류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터미널의 상권은 저해되는 결과를 얻었다. 터미널을 오가는 이동시간이나 간이정류소 등의 설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손실 또한 만만치 않은 손해다.

인구 저하로 주변 상권도 상실했지만 개발의 손길도 미치지 않았다. 인접한 남부지역에 모텔을 비롯한 대규모 유흥가가 조성됐지만 그마저도 잠깐의 활력이었을 뿐, 경기악화로 인해 함께 침체의 늪에 빠졌다. 

◇ 자가운전자 늘어난 것 체감

상인들이 말하는 쇠퇴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자가운전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 승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버스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루가 다르다”며 승객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가 자가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까운 거리든 먼 거리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주와 군산 방면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이용이 잦았던 터미널에 현저하게 학생들이 줄었다. 요즘 대학생들의 자기차량 이용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고 각 학교마다 자체 스쿨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터미널에 가기 위한 시내버스의 이용도 줄어들었으며 택시의 이용도 마찬가지가 됐다.

이러한 이유들이 터미널의 상점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터미널과 그 부근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영향으로 경기 침체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상권을 누리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익산 공용버스터미널은 그 반대가 됐다.

현재 터미널의 상가는 여러 곳이 비어 있고 그나마 2층 콜라텍의 왕성한 영업이 사람 몇이라도 더 터미널 상가에게 이끌고 있다.

◇ 터미널의 상점들

[ 화랑식당 ]

한식과 분식을 메뉴로 기사님들과 승객들의 고픈 배를 채워주는 ‘화랑 식당’은 터미널의 시작과 함께 30년 전통을 자랑한다.

자신의 젊음을 터미널과 함께 한 박차규(72) 사장은 터미널이 익산역에 위치해 있을 때부터 식당을 해오다가 이전과 함께 같이 옮겨 온 터줏대감이다.

그는 “70년대엔 점포가 이보다 훨씬 작았지만 하루에 50만원 씩 벌었다”며 “지금은 하루 2-30명분의 식사 밖에 팔지 못하고 있고 갈수록 힘들다”고 말했다.

확실히 어려워지게 된 때는 약 10년 전으로 IMF 위기 때였다. 그 전에는 차들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터미널의 누구나 돈을 잘 벌었다고 전한다.

그는 식당 운영과 함께 터미널에서 K고속 소장으로 근무한 경험으로 “점차 승객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빈차 수준으로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래도 찾아주는 기사님들이 반갑고 정이 들어서 깨끗하고 정갈한 식단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 구두병원 ]

터미널의 입구 옆의 구두방도 터미널과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여겨지는 구두방은 전국의 터미널에 꼭 빠지지 않는 단골 상점이다.
이 가게를 인수해 9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득수(53) 사장은 최근 침체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8년 전에 하루 벌면 평균 10만원은 됐는데 지금은 하루 4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대학생 둘을 가르치고 있는데 빚내서 학교 보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삼백만원이었던 수입이 삼분의 일로 줄어든 것.

이어 그는 “빈 점포들이 세를 싸게 내놔도 나가지 않는 형편이다”며 “갈수록 힘들어서 앞으로 걱정인데 복합환승센터로 이전하게 되면 또 어떨는지 모르겠다”고 기대와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터미널수퍼 ]

어디서나 터미널에서 가장 사랑받는 상점이라면 매점일 것이다. 익산공용버스터미널에는 매점과 잡화를 겸하고 있는 슈퍼가 3곳으로 그 중 터미널수퍼는 터미널이 생길 당시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방마님이다.

조연미(56)사장은 “일찍 문을 열고 늦게까지 해야 하는 수퍼일이 힘들기 때문에 남편과 힘을 합쳐 여태까지 왔다”며 “몇 년 전부터 너무 경영이 어려워졌고 갈수록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작은 터미널에 수퍼가 세 곳이나 되기 때문에 가뜩이나 적어진 손님이 더 귀해졌다. 신문과 잡지를 비롯해 간단한 군것질 거리를 즉석으로 만들어 파는 재미도 예전 같지 않다.
조 사장은 “뜨내기손님들 대하는 일이라 터미널이 잘 안되면 수퍼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며 “애들 가르칠 때만해도 장사가 잘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터미널이 잘 돼야 슈퍼도 잘 될텐데 손님이 없으니 재미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