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종합 > 특집기사 > 익산이 낳은 “천상 소리꾼” 임화영 명창

익산이 낳은 “천상 소리꾼” 임화영 명창

▲ “판소리는 내 생명이다”

혼신의 힘으로 걸어온 소리의 길.. 한결같은 노력파
우수한 제자 길러내 ‘소리의 고장’ 위상 높이 세워

“사람의 인격이나 기쁨은 마음에서 비롯되니 한 올 한 올 비단옷감을 짜듯 수양을 게을리 않는다면 반드시 귀한 열매를 맺는다.”

익산국악원을 이끌고 있는 임화영(56) 명창의 신조이며 살아온 삶 그대로를 옮긴 말이다. 오직 노력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그 결과 소중한 기쁨을 얻었다면, 그 기쁨을 널리 전하기 위해 또다시 피를 토하듯 노래하는 것이 임 명창의 숙명일까.

임 명창은 늦깎이로 판소리에 입문했지만 뭔가에 홀린 것 마냥 정신없이 정진을 거듭했고 떠올리기조차 힘든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소리’를 생명이라고 말하며“없으면 죽는다”고 분명히 말할 정도로 혼신을 다한 길이었다.

명창의 고향은 익산시 웅포면 고창리다. 어릴 적 부모님의 영향으로 집안에 항상 판소리가 끊이지 않는 환경에서 자랐다. 북소리 장단과 판소리의 노랫가락을 동무삼아 지냈지만 당시 형편상 소리를 가르쳐주지 않았고, 급격히 가세가 기울자 임 명창은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결혼 후 주부로 살아가던 임 명창은 친정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판소리에 대한 그리움이 어머니의 판소리와 겹쳐지며 더욱 커졌다.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판소리가 들려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으며 당도하게 된 곳이 최란수 국악원이었고 당시 그의 나이 30세였다.

늦은 나이에 운명에 이끌리듯 입문하게 됐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계속해서 배울 수 없었다. 그런데 판소리를 중단하면 몸이 아프기 시작해 반년 동안이나 앓다가 병원신세까지 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판소리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더니 아픈 것이 사라져 판소리를 해야 할 운명이었다.

임 명창은 “지금도 지독한 감기에 걸려 끙끙 앓다가도 제자들 가르치러 나오면 그 기운에 싹 나아버린다”며 “소리는 내게 운명이자 숙명이자 그리움 같은 그런 의미다”고 말했다.

판소리를 시작한 임 명창은 무섭게 정진했다. 잠도 잊기 일쑤였고 버스 안은 물론이고 걸어 다니면서도 쉴 틈 없이 판소리를 하니 미친 사람 보듯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피고름을 토하는 혼신의 노력으로 최란수에게 수궁가와 흥보가를, 성운선에게 민요와 판소리를, 이일주에게 심청가, 흥보가와 수궁가를, 오정숙에게 적벽가와 춘향가를 사사받는 등 두루 소리를 찾아다니며 일생을 살았다.

임 명창은 “군산에서 소리를 하다가 당시 익산에 좋은 고수(鼓手)가 많아 익산국악원에 찾아와 공부하느라 인연을 맺었어요”라며 “꿈이 누굴 가르치는 거였는데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내가 지금 그 꿈을 이뤘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95년부터 동초제 심청가, 홍보가, 적벽가를 완창했고 익산국악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계속해서 정진을 거듭, 2007년 제34회 춘향국악대전의 ‘판소리 명창’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임 명창은 그 후 제자 양성에 더욱 온 힘을 쏟게 된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남원국악예고와 우석대, 원광대에 두루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한편 익산국악원에서는 밤을 잊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제자들은 한 시간이지만 그는 하루 종일 판소리를 해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목을 너무 많이 쓰니까 목이 지쳤다. 그러다보니 내 자신의 무대를 많이 서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대신 제자들이 무대에 오르면 내가 무대에 서는 것 같은 만족을 느끼고 흐뭇해서 눈물도 흘리고 그런다”라고 말했다.

임 명창의 제자들이 4시간 이상 걸리는 완창발표를 27회 이상 마쳤으며 우리나라 국악계 전체에서 골고루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고 있어 연일 들려오는 기쁜 소식이 낙이라는 임화영 명창.

작은 체구지만 혹독하리만치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제자들을 양성하는 한편 아마추어 직장인들로 구성된 ‘메아리예술단’을 창설해 익산시 직장인들에게도 판소리의 진면모를 알게 해주고 있다. 또 국창 정정렬 추모 전국판소리경연대회와 익산어린이국악단 정기연주회 등을 매년 개최해 눈 코 뜰 새, 아플 새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임 명창은 “예전엔 내가 ‘허허, 갈수록 산이로구나~’라는 판소리 한 대목을 곱씹으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태산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살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