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옥야현청이 있었던 마을.. 철도변 주택가를 따라 소규모 상점가 형성
도심개발 소외와 함께 점점 변두리로 밀려나.. 모현동 택지개발로 기대와 우려

모현동은 익산시내 최 서북부인 변방에 위치하며 구 이리시의 주산 격인 배산을 끼고 있는 동이다. 일찍이 구도심인 중앙동과 창인동의 배후 주택가로 지목됐고 특히 1977년 이리역폭발사건 이후엔 비약적 발전을 보이며 영등동과 부송동 못지않은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구도심의 쇠퇴와 함께 활력을 잃은 듯 했는데 최근 대규모의 택지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제 2의 도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  

고현초등학교 길. 신작로였던 골목이 좁고 번잡한 길로 변했다.

철로를 따라 주택가가 형성됐다. 아직 낡은 주택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골목의 뒷모습.

고현초등학교 길(선화로 23길)은 모현대교 초입에서 고현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골목을 칭하며 크고 작은 상점들이 주택과 아파트를 배후로 들어서 있다. 철도변을 따라 형성된 마을은 오래된 주택과 새로 들어선 원룸이 주를 이루며 고현초교 주변에 이르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작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e편한세상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 골목의 초입은 비교적 큰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어 외견상 활발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오래된 상가가 많고 빈 점포도 눈에 띄게 늘어나 이 골목 역시 피해가지 못한 불황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를 비롯해 음식점, 목욕탕, 미용실, 세탁소, 학원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지만 인구 감소와 함께 대형마트, 상권을 초과하는 점포들의 경쟁, 좁은 골목 및 기반시설 미비 등을 불황의 원인이라고 상인들은 말하고 있다.    

◈ 철도와 새마을 운동

고현초교 골목 주변은 철도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발전했다. 현(縣)이 폐지된 이래로 그저 옛 영화를 간직한 한적한 을로 남아 있을 뿐이었는데 철로가 놓이면서 변화를 거듭했다.

철로를 따라 2차선의 신작로가 놓이게 되자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주택가가 형성됐고 그에 따라 상점들이 하나 둘 들어섰다. 특히 1949년 개교한 고현초등학교와 더불어 익산시 최초의 아파트인 철도아파트가 1961년경 옥창산의 정상에 들어서 이 골목의 발전을 이끌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라고 불리는 종암아파트가 1958년에 준공된 것에 비춰보면 모현동의 철도아파트가 당시 익산시민들에게 얼마나 신기한 건물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리모델링과 보수를 통해 얼마 전까지도 16가구가 정상적으로 살았는데 올해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1970년대에 이르러 호남선 이리 구간의 철로가 복선화 되면서 익산역을 중심으로 도심이 팽창하자 배후 도시로 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특히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로 인한 이재민을 수용하기 위해 주공아파트가 대규모로 건설되고 그 주변으로 주택 건설이 활성화 되면서 활기를 띠게 된다.

또, 당시 펼쳐진 새마을운동은 초토화된 낡은 주거지를 밀어내고 슬레이트 지붕과 양옥집들이 다수 들어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당시 고현초교 골목은 전형적인 주택가로 발달해 드문드문 구멍가게나 부동산, 세탁소 등이 들어서 있었을 뿐 상점가의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

◈ 도시 발전의 그늘에 위치

70년대 이후로 고현초교 골목은 더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없었다. 번영을 약속했던 철로는 동서의 교통을 방해했고 그 때문에 큰길이 다른 방향에서 연거푸 뚫리며 개발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구도심과 마찬가지로 옛 골목길로 남아 침체를 거듭해 지금까지 7,80년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한때 반짝 성장했던 시기를 꼽는다면 90년대를 꼽는다. 이 시기에 고현초등학교 주변으로 이화아파트, 명일아파트, 고려아파트가 차례차례 건설되며 호황을 맞았다. 자연스럽게 들어선 아파트 상가와 함께 주변 거리에도 영향을 미쳐 상점들이 들어섰다. 철길 건너 남중동에서도 육교를 통해 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활력을 찾았다.

그러나 이시기에 맞춰 모현동에 주공2차를 비롯해 현대1차에서 6차까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되며 모현동의 중심이 이동하며 고현초교 길은 주변부로 밀려난다. 또한 영등동과 부송동일대로의 도심 이동은 구도심의 배후를 자처하던 모현동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돼 골목에도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됐다.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상점가는 개업과 폐업을 반복했다. 오래된 주택을 철거하고 들어선 원룸은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빈 방이 남았다. 수십 년 동안 전혀 넓혀지지 않은 골목은 교통의 불편을 야기했고, 비가 많이 오면 하수구가 역류해 물이 차올랐다. 오래된 주택가는 방범에도 취약했다. 상인들은 이런 수많은 걸림돌을 이 지역이 낙후된 이유로 꼽고 있다.

◈ 골목의 상점들

2005년 11월, 서부권 택지개발사업이 결정되며 모현동이 제2도심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배산지구 일대 34만 1334평방미터의 사업은 인구를 1만 명 이상 증가시켜 비약적 발전을 가져오리라 보여 진다. 이런 변화를 맞아 고현초교 골목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지만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반응이다.

대규모 아파트는 지역 주택가의 인구 유출을 야기할 것이 틀림없고 그럴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동반성장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낙후된 골목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골목에 약간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만복정육점]

식육판매 모범업소라는 간판이 눈에 띄는 만복정육점은 명일아파트가 들어선 1994년부터 아파트상가에 입주해 영업을 해오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경기 불황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장사가 괜찮았는데 그 이후로 차츰차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이 거리가 낙후되면서 사람들이 새로 지은 아파트로 빠져나가 사람이 없고 또 인구는 줄어드는데 경쟁 상점은 계속 생겼기 때문. 만복정육점 건너편에도 슈퍼와 정육점을 함께 하는 중형 마트가 들어서 있었다.

한때 오직 신용으로 소문이 나서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로 잘나가던 만복정육점 김사장(가명)은 “20년 전에는 어린이들도 많이 다니고 활기찬 거리였는데 지금은 별로 안보이고 쓸쓸해졌다”며 “부지런하고 깔끔하다고 소문난 우리 집도 이젠 손님이 없으니 가게를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장원이용원]

이발 경력 40여 년의 장재선(67)사장이 운영하는 장원이용원은 골목의 중간 쯤 위치하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영업 중이다. 한 때 남부시장에서 아가씨를 고용해 영업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20년 전 이 골목으로 이사 온 후 이발업의 쇠퇴와 함께 지난 시간을 보냈다. 현재는 한 달에 50에서 6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전부라는 그는 골목에 희망이 없다는 쓴 소리부터 말했다.

그는 “이 골목 뒤로 전부 서민 동네가 됐다. 상가나 원룸이 생기면 뭘 하나. 개업하면 얼마 안 돼 망해서 문 닫고, 원룸도 비어있기 일쑨데. 살기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서쪽으로는 개발되고 있는 모현동이 동쪽으로는 철도에 막혀 뭘 기대하기도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이용원 운영에 대해 묻자 그는 “미장원에서 깎기 어려운 정통 남성 스타일 머리는 잘 한다고 자부한다”며 “그러면 뭐해, 손님이 없고 그나마 찾는 분들이 지긋한 분들이라 언제 끊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소풍]

고현초등학교 정문 앞, 방학 중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상점이 있다. 김창숙(36)사장이 운영하는 분식집 ‘소풍’이 바로 그 장소다.
김 사장은 근처 아파트에서 3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주민으로, 자녀가 고현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계기로 학교 앞에 분식집을 냈다. 자녀를 위해 유치원 교사에서 ‘분식집 아줌마’로 변신한 것이다.

김 사장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하니까 엄마가 간식을 챙겨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며 “이 근처에서는 굉장히 잘되는 편으로 학교 파하면 한 학년 학생들의 반절 정도는 들렸다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근한 인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일에는 유치원 교사의 경력이 도움이 됐다. 또 학부모로서 재료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아이들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만 교문 앞에 골목이 너무 좁고 인도도 없어서 등하교 때에 아이들이 무척 위험한 상태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의 안전 대책을 세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깨끗하고 부지런하고 신용으로 사랑받는 만복 정육점이야”

“이발경력 40여년, 신사머리는 자신있다구” 

“내 아이에게 먹이는 만큼 위생과 건강에 신경쓰는 소풍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