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던 익산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로 열띤 호응 얻어 유명세
재즈, 클래식, 힙합, 난타,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아우르는 공연계의 팔방미인 

익산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문화적 혜택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 하나뿐인 영화관과 지난 2007년 개관한 소극장 아르케, 그리고 솜리문화예술회관이 대표적 문화 시설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구 31만의 익산은 지금까지 문화의 불모지로 평가받아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기본적 하드웨어만 구축돼 있을 뿐 다양한 콘텐츠가 부족해 시민들이 쉽게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문화 혜택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익산이라는 곳이 전통적으로 ‘소리의 고장’이며 문화 도시라는 것은 허울 좋은 말이었을 뿐, 시민들이 향유하는 문화는 제한적이었다.

물론 익산에도 각종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술인들이 다양하게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한백제무용단이나 꿈초롱인형극단, 솜리 색소폰 동호회, 서동 오페라단 등의 단체들이 익산을 좀 더 문화가 충만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가운데 익산에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전해준 단체가 있다. 지난 2004년 창립된 ‘어울음 예술단’이 바로 그것인데, 예술분야 각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 예술인들이 뭉쳐 익산을 향기롭게 만들고자 나선 것이다.  

어울음 예술단 관현악 팀의 공연 모습.

◈ 예술계를 어우르다

어울음 예술단은 익산시 최초의 민간 예술단으로, 어느 한 분야가 아닌 공연예술계 전반에 걸친 전문가들이 뭉친 사회단체다.
힙합, 랩, 난타, 클래식, 판소리, 고전무용, 기타, 아코디언, 재즈 등 이들의 공연 분야만 봐도 어울음이 어떻게 각 분야의 예술인들을 두루 모아 함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신기한 의문이 드는 한편, 이들이 펼치는 무대가 어떨지 심히 기대가 되기 충분하고도 남는다.

한 콘서트 무대에서 국악과 무용, 클래식과 재즈, 힙합을 두루 즐길 수 있다는 것. 개개인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접하기 어렵던 분야까지 어우르는 흥겨운 무대가 바로 어울음 예술단의 무대인 것이다.

‘어울음’이라는 이름도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의 무대 예술을 전부 어울러서, 나아가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자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 어울음의 탄생

어울음의 시작은 200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애연(다연·52) 단장은 익산과 전주 등 전국적으로 활동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재즈 가수. 공연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던 그는 익산에서도 공연활동을 통해 기쁨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당시 익산에는 그런 공연 활동을 펼칠 곳이 없었다.

안 단장은 “익산에는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들이 극히 부족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익산의 예술인들이 설 무대도 그만큼 좁다는 거죠. 그래서 지역에 상주하지 못하고 외부로 유출되는 익산의 예술인들과 시민들을 위해 ‘어울음’을 만들게 됐습니다”라고 창단 목적을 밝혔다.

그는 먼저 어울음의 공연을 모든 무대예술 분야로 열어놓고 각 분야의 전문인들을 규합했다. 평소 무대를 통해 연을 맺었던 팀들을 모으고 익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만나 뜻을 모았다. 신나는 무대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떤 분야든 오케이였다.

그렇게 힙합에서 클래식, 고전무용과 힙합댄스, 국악에서 아코디언을 아우르는 익산시 최초의 크로스오버 예술단 ‘어울음’이 태동하게 됐다.

◈ 시민들의 열린문화공간 만들어

익산 예술인들의 뜻이 모인 어울음 예술단은 관현악 외 4개 팀으로 구성, 2004년 4월 8일 첫 번째 공연을 펼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안애연 단장은 사재를 들여 영등동 우남샘물타운 상가에 ‘열린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익산시민들이 가까이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획기적인 무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후 매달 둘째 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어울음 예술단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익산시민들이 누리는 특별한 즐거움이 됐다. 예술단원들은 매번 시민들을 초청하거나 아파트 단지를 돌며 홍보하며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했다.

월 1회의 정기공연은 예술단원 각자가 소화하기 쉽지 않은 계획이었지만 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을 얻어 계속해서 공연을 해나갔다. 무료로 펼치는 공연이기 때문에 매달 들어가는 경비가 만만치 않은 부담도 있었지만 어울음이라는 단체가 익산시민들이 사랑하는 예술단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됐다.

이런 어울음의 활동이 3년 간 36회에 걸쳐 계속되자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활동의 폭을 넓혔다.

2006년에만 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전라북도 도청광장 초청공연, 전북지방경찰청 공연을 치러냈고 8월에는 익산시민을 위한 한여름 밤 음악회를 열고 열띤 호응 속에서 공연을 펼쳤다. 또 9월에는 서동축제의 공연 무대에 올라 축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 밖에도 금마 7557천마부대 위문공연, 부안해양노을축제 공연, 익산시민을 위한 콘서트, 사랑과 만남 콘서트,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해피투게더 콘서트, 한 여름 밤의 음악회, 러브(LOVE)콘서트 등 새로운 주제, 다양한 기획으로 매년 익산시민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무대를 만들고 있다.                        

정완창 기자

♥ 안애연(안다연) 단장은?
“시민들이 원하는 공연, 즐거워하는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뿐입니다.”
어울음 예술단 안애연 단장은 재즈가수로 활동하기 전엔 성악가를 꿈꿔온 음악가였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경제적 이유로 성악가의 꿈을 포기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아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찾던 중 재즈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언더그라운드 재즈가수로 활동하며 각종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매료시킨 안 단장은 익산을 비롯한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모아 어울음 예술단을 창단하며 익산시민들과 함께하는 흥겨운 무대를 매년 펼치고 있다.

안 단장은 2005년 팝재즈 앨범인 '러브레터(LOVE LETTER)’를, 2007년엔 익산의 서동선화 이야기를 담은 음반 ‘이리...오세요’를 발매하며 익산을 대표하는 가수로 인기를 독차지 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안 단장은 “이제까지 재즈가수로 활동 해왔지만 이젠 새롭게 우리나라의 옛날 트로트 같은 가슴 절절한 음악을 해보고 싶다”며 “어울음은 지금껏 해온 공연보다 새롭고 의미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교육과 예술이 통합된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는 귀 뜸.
익산시 문화적 여건에 대해서는 “시민들과 예술인들이 문화적으로 어우러져야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데 익산시는 아직 열악한 상황”이라며 “복합문화센터가 건립 중이지만 그런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각각의 예술인의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과 활동 여건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는 안 단장은 현재 익산과 전주 등에서 노래교실, 시민대학 특강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