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문화도시 익산 선도한 독서 동호회.. 시민들의 소통 공간 북카페 열어
‘배내아이 책읽기’,‘독서 캠프’,‘독서 여행’ 등 활동에 호응.. 치유의 성과 얻어

책보세 회원들이 여행을 떠나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가졌다.

배내아이 책보세 모임에 참여한 산모들.

책보세는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들의 공간이다.

익산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책보세.

               책보세가 아련한 북카페.                                    책보세 권혜숙 회장.

익산은 여성친화도시에서부터 백제고도문화도시, 보석의 도시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한 특색과 비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책 문화 도시 익산’인데 책 읽는 도시를 지향해 독서 문화를 일궈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지난해 시행된 ‘익산시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익산시민은 한 해 12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조사돼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나타냈다.

그래서 시는 각종 독서문화 진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도서관 시설을 확충하는 등 책 읽는 익산시의 면모를 다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책을 통해 소통하고 나눔을 실천하며 익산시의 책 읽는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사회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사)책으로 보는 아름다운 세상(책보세)’.

책을 좋아하는 몇몇이 모인 독서동호회로 시작해 이제는 책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익산의 대표 독서 단체로 성장했다.

‘책 읽기와 나눔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모인 책보세 회원들은 일상의 스트레스와 지친 마음을 독서를 통한 나눔으로 치유를 얻고 사회 속에서 유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 아름다운 책 만나기

책보세는 2008년 6월 문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렇다 할 독서동호회 활동이 전무했던 익산시에서 책을 통해 유대와 나눔을 이어가는 만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책보세 권혜숙 회장과 그의 남편이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희섭(미즈베베산부인과 원장)씨 부부의 뜻에서 비롯됐다.

권혜숙 씨는 대학시절부터 독서동아리 활동을 통해 책을 가까이 해왔으나 결혼 후에 바쁜 일상에 파묻혀 살다 보니 언제부턴가 책과 거리가 생겼고 마음에 공허함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2007년부터 남편과 함께 전주에 있는 독서토론 모임인 ‘리더스 클럽’에 나가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책에서 다시 삶의 활력을 찾게 됐다.

권 회장은 “새벽길을 달려가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 가정이라는 곳에 가려진 제 자신을 다시 찾는 느낌 이었어요”라며 “이런 모임을 익산에서 익산시민들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 책보세를 만들게 됐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권혜숙, 이희섭 씨 부부를 비롯한 10명의 회원을 모아 시작한 책보세는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책보세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2백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책보세 활동에 참여했다.

2010년부터는 사단법인으로 출범해 동호회 활동을 시민들에게 나눔으로 전해줄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도 했다.

권혜숙 회장은 “익산이라는 곳이 고향이 아니어서 정을 둘 곳이 없었는데 책모임을 하면서 많은 회원들과의 유대가 생겼다”면서 “책을 통해 익산이라는 도시에 정이 생겼고 이제는 익산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책으로 세상 보기

책보세 모임은 일주일에 세 번 월요일 오후 7시 30분과 목요일 오후 2시, 토요일 아침 7시에 열린다. 회원들은 참여하고 싶은 반을 선택해 모임에 나와 매주 선정된 도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올해부터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세 반에 더해 대학생 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익산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10명에서 15명을 구성해 독서 모임을 결성, 책보세 활동의 폭을 넓힐 계기로 만들고 있다.

선정 도서는 자체적으로 선발한 선정위원회에서 매월 각 주마다 읽을 도서를 선정한 후 회원들에게 공지한다. 문학작품을 비롯해 시사,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선택해서 회원들의 균형 있는 독서습관을 자연스럽게 길러준다.

회원들이 각 주에 해당하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면 진행을 맡은 회원이 모임을 주관해 이끈다.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어도 얼마든지 참여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보통 모임의 순서는 먼저 ‘한주간의 굿 뉴스’로 시작한다. 매 주 얼굴을 맞대는 회원들 간에 서로의 다양한 삶 속에서 겪은 기쁜 소식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작은 소식을 서로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되어 돌아옴을 몸소 느끼는 시간이 되고 있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면 저자의 소개를 비롯해 서평에 들어간다.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이야기에 대해서나 특별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에 대해 스스럼없이 의견을 말하고 청취하는 시간이다.

특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몇 가지의 질문을 책에서 뽑아 토론도 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회원의 생각을 비교해 보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 배내아이 책 읽기 프로그램

책보세 활동 중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배내아이 책 읽기’ 프로젝트다.

지난 2010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배내아이 책 읽기는 임신한 예비엄마들에게 독서육아법을 교육시키고자 권혜숙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1년에 총 2회의 교육을 실시하며 한 기수 당 10명에서 15명의 산모 회원을 받아 10주간 실시한다. 산모들은 함께 모여 매주 1권의 동화책을 읽고 뱃속의 아기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독서 후에는 펠트 천과 넵킨 등으로 퍼즐이나 모빌 같은 아기장난감을 만들며 자연스러운 태교활동을 한다.

교육이 끝난 후에도 산모들은 서로 유대를 갖고 모임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지에서 시집온 산모들에게 큰 위안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권혜숙 회장은 “배네아이 책 읽기 프로그램은 산모들이 임신 중에 가장 좋은 태교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산모들이 불안함을 버리고 기쁘게 출산을 준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즈베베산부인과 이희섭 원장은 “책보세의 배네아이 책 읽기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더 많은 산모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현재 여건 상 소수에게만 주어져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 부담 없는 독서운동 펼쳐

영등동 미즈베베산부인과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북카페는 책보세의 공간이자 시민들에게 열린 사랑방이다. 초창기에는 청소년수련관과 도서관 등에서 모임을 이어가다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공간의 필요를 느껴 마련했다.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책을 만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민들에게 열려있어 누구나 지나가다 들려서 차의 향기와 책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권혜숙 회장은 “책보세는 화려한 활동을 펼치기보다 조용하고 부담 없이 오래 지속되는 향기 좋은 모임이길 바란다”며 “책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고 지식을 쌓는 독서 모임이 아니므로 부담 없이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