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성시 객주와 시장은 생선, 소금 등을 거래하는 보부상들로 인산인해 이뤄

곰개마을

                                       웅포리 전경                                                         강변마을

덕양정

웅포면의 면소재지인 웅포리는 곰개마을과 강변마을, 판포마을로 이뤄져 있다. 이들 자연마을들은 웅포면의 다른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금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특히 웅포리의 마을들은 포구가 발달하며 형성된 인접한 마을이다.

포구가 발달하자 각종 배를 비롯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웅포라는 곳의 독창적인 멋과 맛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웅포팔경과 웅포팔미다.

웅포팔경은 강풍어화(江風漁火)-금강의 고기잡이 배의 밤 불빛, 웅포귀범(熊浦歸帆)-곰개포구에 돌아오는 돛단배, 십장유암(十丈儒巖)-선비들의 수도장이었던 함라산 왕바위, 숭림모종(崇林暮鐘)-숭림사의 저녁 종소리, 피포노화(皮浦蘆花)-금강변에 피어 장관인 갈대꽃, 남당낙안(南塘落雁)-금강에 돌아오는 철새 떼, 붕암노송(鵬巖老松)-금강에서 바라보는 어우러진 노송, 덕양낙조(德讓落照)-덕양정에서 바라보는 서해에 지는 저녁노을을 말한다.

웅포팔미는 곰개 포구의 젓갈김치, 금강의 쫑어 농어, 새멀의 우어회, 나루멀의 팔진주(八眞酒), 진소의 백일주, 강변의 해장국, 지종천의 참게, 해창의 뱅어다.

이렇게 여덟 가지 멋과 맛이 발달한 웅포를 만든 중심 마을인 곰개마을에서 이남용(76), 윤맹용(68), 안일성(78), 유재선(65), 윤태용(77)씨를 만나 마을의 내력을 들어보았다.

◈ 곰이 앉아 있는 형국 곰개 마을

곰개마을에서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 묻자 주민들은 마을 주변의 모양이 곰이 앉아 있는 형국이라고들 대답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이견이 따르고 있다.

웅포(熊浦)라는 지명은 ‘곰개’라는 순 우리말 지명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곰개의 ‘곰’이 동물 곰을 뜻하고 있는지가 문제인데, 지금까지 분석한 여러 연구에 의하면 ‘곰’은 ‘크다’의 뜻과 ‘뒤’의 뜻을 가진 옛말이라는 것이다.

원래 가진 뜻으로 풀이하면 곰개는 ‘큰 나루’나 ‘뒷 나루’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데 그 지명을 한자로 옮기면서 뜻이 다르지만 같은 음을 가진 웅포(熊浦)라고 붙인 것이다.

또 마한시대부터 이 지역에 내려오는 지명의 변천과도 관련이 있다. 백제가 들어서기 전에 이 지역은 마한 54개 소국 중 하나인 ‘함해국(감해국)’이 위치해 있었는데 그 지명이 ‘감해-감계-곰계’와 같은 변천과정을 거쳐 곰개가 됐다는 설이다.

이렇게 곰개라는 지명이 품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주민들이 마을의 모양이 곰과 닮아 있다고 믿는 것은 오래된 듯하다. 말을 듣고 보면 또 그럴 듯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마을 뒷산이 곰이 웅크려 앉은 모습이고 거기에서 능선이 금강으로 뾰족하게 나아가 있는 모습은 목마른 곰이 금강물을 먹기 위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같이 보인다.

이와 같이 정확한 유래를 확인할 순 없지만 아마도 웅포라는 지명으로 불리자 그때부터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곰과 관련한 마을 모습을 상상하기에 이르렀고 그것이 마을의 유래로 전해 내려오지 않았나 싶다.  

◈ 문전성시를 이루던 객주

곰개마을은 조선시대 5대 포구 중 하나로 발달했다. 육로보다 수운에 의한 교통이 주를 이루던 시절에 금강변에 형성된 큰 나루였음을 주민들은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의 기억에 따르면 원산, 강경, 법성, 줄포와 함께 곰개가 5대 포구로 발달한 이유는 호남지방 수운의 집결지였던 강경보다 서해를 통한 접근이 쉬웠던 이점이 있었고 조세미를 보관하던 덕성창이 웅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곰개마을에는 포구를 중심으로 객주가 발달했다. 객주는 요즘으로 말하면 도매상인인데, 배로 들어오는 물건을 가져다 보부상이나 상점들에게 판매하는 곳으로 곰개나루 주변에 수십여 곳이 들어섰다고 한다.

불과 30여 년 전만해도 곰개포구는 전라, 충청, 제주의 어선이 드나들던 집산항으로 연중 성시를 이뤘으며 보름 동안에 출입하는 어선이 대략 4백 척으로 10리를 줄지을 정도여서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함경도 원산에서 동해 남해를 거쳐 오는 벌꿀 배도 한번에 10여척씩 드나들었다고 하니 당시 곰개포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주민들은 “어마 어마 했지. 신안에서 소금배가 들어오면 여기서 고산, 남원, 무주로 다 나가는 거라고. 당시 소금이 쌀값보다 비쌌는데 객주 한 곳에 배가 40척씩 들어온다고. 그러면 당시 상인들이 지게에 먹을 걸 매달고 걸어와서 소금 한가마니씩 짊어지고 가고 그랬어”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사람이 모이니까 저절로 시장도 생겼다. 지금도 마을에 ‘장터’라는 지명이 남아 옛 번창했던 기억을 전해주고 있다. ‘장가 못가면 곰개 나루라도 가보라’라는 말이 사용될 만큼 활기를 띠던 마을은 이후 호남선 철도가 놓이고 군산항이 개발되자 쇠퇴를 맞게 됐다.

◈ 웅포 굴비가 최고였다

객주와 포구 주변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던 주민들은 굴비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당시 생선배로 들어오는 주 생선은 갈치, 조기 등이었는데 객주가 생선을 사서 팔기도 하고 굴비도 만들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금 영광굴비는 조기도 아녀. 새끼지. 여기서 맹글었던 굴비는 만드는 방법이 다르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서 멀리 대구까지 갔다고. 소금만 뿌려서 만드는 지금 굴비랑 달랐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곰개마을에서 만들던 굴비는 이렇다. 큰 그릇에 조기를 놓고 소금을 뿌려 간을 한 다음 항아리에 넣어 가마에서 숙성을 시킨다. 사흘째가 되면 꺼내서 여자들은 짚으로 엮으면서 또 재차 간을 한 다음 다시 하루를 재놨다가 개죽나무 걸대에 걸어서 건조를 시킨다. 소금은 육염(바닷물을 끓여서 얻는 소금)만 썼다고 한다. 그러면 꼬들꼬들하고 맛있는 굴비가 완성됐다.

또 홍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주민들은 “생선배로 홍어가 들어오면 가마에 담아서 말이나 소 구루마에 싣고 나간다고. 그러면 광주까지 내려가는데 며칠 걸린단 말여. 그러면 가는 동안에 홍어가 상해서 화허게 되믄 사람들이 그놈을 먹었던 개벼”라고 말했다. 진위를 떠나 곰개포구에서 나가는 생선이 여러 종류에다 굉장한 양이었음을 기억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 풍어와 안녕을 비는 용왕제

웅포 곰개나루에서는 해마다 정월 보름날 용왕제를 모시며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를 치렀다고 한다. 제사 뒤에는 기싸움 놀이도 펼쳐졌다고 한다.

곰개마을의 뒷산 너머에 금강이 바라다 보이는 곰의 머리에 해당되는 부분엔 현재 덕양정(德讓亭)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지만 그 전에는 용왕사라는 절이 있었다. 용왕사는 약 4백여 년 동안 전승되어 오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큰 태풍에 피해를 입어 무너졌으며, 그 후 다시 세워졌지만 방치되다 1982년에 와서 허물고 그 자리에 덕양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졌다. 현재 덕양정은 2005년에 목재와 기와로 다시 건립한 건물이다. 덕양정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주위에 놓인 까만색 바위들이 용왕사의 주춧돌이었다고 마을 주민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덕양정은 원래 현 웅포초등학교 뒤편에 위치했던 사정터(활쏘는 곳)였는데 일본헌병이 의병양성소로 여겨 이를 폐쇄한 역사가 있어 마을 유지들은 그 이름을 덕양정이라는 정자에 붙였던 것이다.

웅포 용왕제는 한마디로 굉장했다고 한다. 인근 무속인들이 해마다 정월 보름이면 “웅포로 돈벌러 간다”고 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큰 행사였다.

마을 주민은 “마을 사람들은 배가 없었는데 포구로 들어오는 배들 무사 안녕하라고 지내기 시작하면서 풍년도 같이 겸해서 비는 제사였다고. 용왕을 모시러 각 마을 깃발이 대기하고 있다가 같이 올라가는 거야. 끝나면 마을 끼리 기싸움을 벌이는데 장관도 그런 장관이 없었어”라고 전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