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익산육상의 재도약 이끌어

“포기냐 참고 기다리느냐의 갈림길을 만났을 때 참아내고 고비를 넘어가면 그 성취감은 말로 설명 못하죠. 그것이 다음 고비가 왔을 때 또다시 참아내는 힘이 됩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한국 육상의 대표 선수로 활약한 익산의 자랑 오미자(익산시청.43) 코치. 그의 말에서 인생과 같은 마라톤을, 마라톤과 같은 삶을 엿볼 수 있다.

오 코치는 익산에서 태어나 계문초, 이리여중, 이리여고, 서해대를 나왔으며 쌍방울과 익산시청 실업팀에서 선수로 활약한 익산의 보석 같은 육상인이다.

20여 년 동안 고향을 떠나지 않고 익산 선수로 활동하며 전국체전에서만 금메달 17개, 은메달과 동메달을 30개 이상 따내며 익산 육상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

그가 육상의 길에 들어선 것은 이리여중 1학년 때. 운동장을 달리는 선수들이 멋져 보인 소녀는 포환선수로 육상에 첫 걸음을 떼게 된다. 이후 달리기에 재능을 보인 그는 종목을 바꿔 800m와 1500m 선수가 된다.

그는 “시골에 살아서 뛰어 놀다 보니 달리기를 잘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는데 달리는 게 좋아서 의지를 보였더니 응원해주셨어요”라고 어릴 적 기억을 꺼냈다.

오 코치는 그 후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중학교 3학년에 소년체전에 나가 2관왕을 거머쥐었으며 이리여고에 진학한 후 전국체전에서도 2관왕을 기록하며 국가대표에 오른다. 쌍방울에 입단 후에도 800m와 1500m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오미자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지도해준 선생님들께서 믿어주고 도와줬기 때문에 달릴 수 있었어요. 스승들에게 무한히 감사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육상계의 대표 선수로 활동하던 그녀는 실업 5년차에 들어서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꿨다. 주위의 권유도 있었고 한번쯤 뛰고 싶은 욕구도 한몫 했다.

사실 단거리 종목 선수가 갑자기 마라톤으로 전향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일 법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악바리’로 불릴 만큼 이를 악물고 연습에 임했고 첫 도전한 1992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며 마라톤계의 샛별로 등장했다.

그 후 그는 한국 마라톤의 정상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천한 그가 선두권을 유지하다 25km지점에서 복통이 나는 바람에 경기가 어려웠지만 끝까지 완주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야기다.

오 코치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메인스타디움에 들어서는 순간 먼저 위축이 되더라고요. 큰 대회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옆구리가 아팠던 것은 물을 잘못 마셔서 그랬어요. 걷다시피 하다가 조금 회복되자 다시 뛰었죠”라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30위로 골인했고 기록은 2시간 36분 54초. 결코 나쁜 기록이 아니었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그는 4년 후 다시 올림픽 티켓을 따내며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동아마라톤 출전 기록이 좋지 않자 20일 만에 다시 전주-군산 마라톤에 나가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우승과 함께 출전권을 따낸 것. 결혼한 후였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결과로 여겨 전 국민이 찬사를 보냈다. 그가 꼽는 가장 환희의 순간 중 한 장면이기도 했다.

오미자 코치는 “지금까지 딱 한번 기권해봤어요. 달릴 때 적어도 기권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죠. 그 밖에는 부상도 개의치 않고 누가 이기느냐는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었어요”라고 말했다.

30대 중반까지 선수로 활동하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오미자 코치. 그의 달리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익산시청 육상부 코치로 활동하며 익산 육상의 기대주를 키워내고 있는 것. 그에게 익산에 대해 물었다.

“익산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며 부모님이 계신 곳이다. 운동할 땐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지만 고향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떠날 수 없었던 것 같다. 너무나 감사한 고향이 바로 익산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