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의 발길이 명맥을 유지하는 건 대학로가 또 다른 추억의 진행형이기 때문

대학로 골목길 입구

                           인동초                                   게임광장 오락실                             주먹구이 구공탄

◈ 골목탐방 신동 대학로

방학기간 동안 한산했던 대학로 거리가 개강 후 밀려드는 학생들로 활기를 찾고 있다.

대학로는 수많은 원광대학교 졸업생들의 추억을 머금고 있고 영등동이나 모현동이 활성화 되기 전에는 일반시민들도 많이 모여들던 지역이다. 지금도 해마다 2만5천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모여들어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이모’, ‘엄마’등의 호칭이 여기처럼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학생시절 용돈모아 술이라도 한잔 들이키려면 으리으리한 술집보다는 허름한 막걸리, 소주집이 제격이었다.

그곳엔 항상 친근하고 푸근한 업주들이 있었고, 때론 진짜 이모처럼 진짜 엄마 아빠처럼 대하며 오가던 추억이 아련하다.

지금은 그런 추억이 녹아 있는 가게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프렌차이즈 술집, 음식점들이 즐비해 예전 같이 살가운 맛을 느끼기 어려워졌다.

당시 대학로에서 장사하던 사람들 대부분 업종변경이나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상당수 젊은 업주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져 전문 경영인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업주들도 상당히 늘었다.

◈ 추억을 간직한 대학로 상가들

▶ 인동초

1988년부터 원광대 후문 앞에서 주점을 시작한 주인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수많은 학생들 만나고 보냈다. 자신의 자녀들 또한 원광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그는 자식, 조카 같은 마음에 그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다며 25년째 욕심 없이 인동초를 운영하고 있다.

“엄마, 이모, 누나 등 저를 부르는 호칭이 다양하지만 제 나이가 오십대 후반예요. 요새는 누나 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20여년째 단골도 있을 만큼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와 그 학생이 이제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중년에 들어선 것이라고 한다.

워낙 오래 장사한 덕에 이곳을 거쳐 간 학생들 중에서는 유명인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확인은 불가. 일일이 기억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익산을 찾은 옛 학생들이 사뭇 변해버린 얼굴로 “이모~”를 외치며 들어올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단다. 추억을 마시러 온 이들의 공통점이랄까? ‘인동초’는 과, 동아리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와 쌓았던 추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은 교수, 의사가 돼있는 오랜 단골들과 과, 동아리 단체손님이 대부분인 것은 추억을 마시며 또 다른 추억의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 게임광장 오락실

그린쇼핑사거리에 있는 게임광장을 그냥 지나친 사람이 있을까?

전자오락은 예전만큼 인기가 없고 1곡씩 부를 수 있는 미니노래방이 많아져 바쁘고 혼자놀기를 좋아하는 현시대를 반영하는 듯 했다. 또 예전방식의 오락기계보다는 온몸을 써야하는 최신식 오락기계들이 늘어나 매니아층만 찾아와 즐기고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이 그렇게 많은데 오락실이나 만화방은 올일이 거의 없죠” 대학로에서 오락실만 15년이 넘게 했다는 박 모 사장은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 즐기고 가는 것이 전부지만 업종변경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아직은 건재함을 내비쳤다. 

▶ 주먹구이 구공탄

20여년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전 주인은 떠났지만, 3년 전에 가게를 인수한 새로운 주인은 보자마자 “뭐 줄까?” 라며 살갑게 다가왔다. 아마도 전에 장사하던 주인 부부처럼 지금 학생들의 이모로서 손님들을 대하고 있는 듯 했다.

“요새는 먹고 도망가는 애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몰라. 돈 없으면 말이라도 해주고 가면 좋겠어. 돈을 안 낼꺼면 지가 먹은 건 지가 치우고 가야지” 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경기가 어려워 학생들의 용돈도 부족한 것을 안다며 학생들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이 학생들에게 너무 야박하면 되겠냐고 되물었다.

학생들이 남긴 벽면 가득한 낙서는 다 지워져 사라졌지만, 다시 쌓이기 시작한 낙서들이 옛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많은 손님들이 써 놓은 낙서사이에 언젠가 내가 써놨던 낙서를 찾으며 그날을 떠올리는 재미도 쏠쏠한 추억의 구공탄이다.

◈ 입학과 동시에 취업과 전쟁인 학생들

익산의 대학로는 어쩌다가 먹자골목에 머물며 현기증 나는 포만감과 취기를 탈피하지 못하게 된 것일까.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의 약 77%가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갖고 있다. 취업이 어렵다보니 가릴 것 없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고, 대학시절을 스팩쌓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속에 취업과 무관한 대학의 동아리 문화는 사라지거나 그 명맥을 이어갈 명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공과목과 무관하게 공무원 준비나 특정기업 입사준비를 하는 등 대학시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라면 도서관 자리전쟁만 남아 있는 졸업생들도 있다.

수도권 대학만이 아닌 지방의 대학도 마찬가지라는 관점에서 원광대도 동일한 상황이다. 때문에 동아리활동 같은 단체활동, 봉사, 예술 등 그 시절에만 도전해 볼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경험해보지 못한 채 졸업을 맞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대학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문화·예술이다.

대학시절은 문화·예술 등 젊음과 열정을 무기삼아 도전할 수 있는, 인생 중 가장 활발할 시기다. 서울이나, 타 지역의 대학로문화에는 문화·예술의 장이 열려 있다. 거리 곳곳에서 혼자만의 공연을 갖는 아마추어 음악인들, 스포츠인들 등 다채로운 거리문화가 존재하고 있고, 소극장, 공연장이 있는 곳도 있어 다양한 미래를 꿈꾸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익산 대학로는 문화와 거리가 멀어 보이고 시도해보려는 학생들이나 시민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술과 커피, 의류 등 상업만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많다.

청춘과 낭만이 가득할 대학생활을 도서관에서의 추억만 지닌 채 졸업하기엔 아까운 시절이지만 그렇다고 취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지금을 즐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문화·예술이 없는 대학로

사실 익산시에서 예술, 공연은 다른세상의 문화다. 극장도 달랑 1곳만 존재하고 소극장, 공장, 전시장 등은 전무하기 때문에 익산시민들에게 공연 문화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한때 학생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형식의 주점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결국 ‘놀자=술 먹자’로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결국 현재 익산의 대학로거리에서는 음주문화만이 자리잡고 있고 상업적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대학생들의 옛 추억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는 대학로가 융성기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공간에서 탈피해 조금 더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문화와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아닐까?

대학생들의 창의성과 끼를 발산 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공간으로 매년 2만5천명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익산의 문화적 발전을 앞장서서 이룰 수 있는 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