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막혀 있어서 망골=두동(杜洞).. 단종복위사건 박형(朴珩)이 은거한 마을
전북 근대 문화재자료 ㄱ자 교회 ‘두동교회’가 중심이 된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

현재두동마교회

1929년 지어진 두동교회

1929년 지어진 두동교회 내부

편백나무 숲

두동마을 입구

익산시 성당면 두동리 두동마을은 시 외곽에 자리해 있으면서도 두동교회를 비롯해 편백나무 숲이 우거진 마을로 비교적 잘 알려진 마을이다.

두동마을은 성당포구마을을 지척으로 두고 있으며 함라산 북쪽 일치봉(해발 132m) 자락에 기대 형성된 마을로서 성당포구마을의 배후 주거지 역할과 농경지 경작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6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두동마을은 금강과 가깝고 평야지대가 발달해 있어 예로부터 풍요롭고 살기 좋은 마을로 자리 잡았다.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삼천 석 지기 부자가 살았었고 교회가 들어선 뒤부터는 새로운 문물과 사상을 일찍 받아들여 새마을운동 등에 앞장선 마을이다. 현재는 행정안전부 지정 정보화마을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으며 두동편백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계절별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두동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까지 마을을 지키고 가꾸고 있는 마을 주민 박정호(88) 옹과 박내성(65) 씨를 만나 마을의 내력과 두동교회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집현전 학자는 두문불출하고

두동마을 박정호 옹은 진작 이러한 마을 내력의 조사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구술사 프로젝트팀을 반겼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일생을 보낸 그도 마을내력에 대한 기억과 들었던 이야기들이 가물가물해 아쉬움이 먼저 든다는 것이다.

익산향토지 등 기록에 따르면 두동마을은 본디 조선 중기에 상주 박씨인 박형(朴珩)이라는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해 박씨 집성촌을 이룬 마을이라고 간단히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옹은 그 앞뒤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족보를 들여다보고 왔다는 박 옹은 “여기가 원래는 원주 원씨 집성촌인데 집현전에 계셨던 18대조 할아버지의 처갓집이었단 말여. 단종이 폐위되자 할아버지가 단종 복위파로 활동한 성삼문 동생 성삼빙과 함께 연루돼 낙향하게 됐는데, 그것도 어려워져서 처가인 이 마을로 피신을 왔다고. 그 할아버지 때부터 뿌리를 박고 생활한거지”라고 설명했다.

그 때부터 박씨 집성촌으로 발달했고 현재 두동마을은 원씨를 찾아볼 수 없고 박씨가 절반 정도 되며 그 외 성씨가 몇몇 들어와 살게 돼 약 60여 호를 이루고 있다.

집현전 학자 박형에 대한 그 뒷이야기도 전해지는데, 박형이 이곳에 들어와 살자 나라에서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세 번이나 사신을 보냈다. 그런데 박형은 ‘충신은 불사이군’이라는 뜻으로 거듭 고사하고 이곳에서 두문불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문불출杜門不出의 두 자를 써서 두동(杜洞)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박 옹의 이야기다.

마을 이름에 대해서는 원래 막골이나 망골이라고 불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것은 마을의 지형이 삼면이 막혀 있어 들어가는 곳만 있고 나머지는 막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됐으며, 후에 한자로 표기하게 되면서 막을 두(杜) 자를 써서 두동이라고 썼다고 전해진다.

▣ 우여곡절 끝에 세워진 두동교회

두동교회는 1929년 ㄱ자 형태로 지어진 교회로서 근대 교회 건축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다. 현존하는 ㄱ자 교회는 현재 김제 금산면의 금산교회와 이곳 성당면의 두동교회가 유일하며, 우리나라 전통과 교회가 융화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두동교회의 ㄱ자 예배당의 동서축은 여성들이, 남북측은 남성들이 예배를 보는 곳이며 가운데 꺾인 곳에서 목회자가 설교를 할 수 있는 강단이 마련돼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전통이 남아 있는 독특한 모습의 교회라고 할 수 있다.

두동교회의 내력에 대해 박 옹은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장로를 맡아 두동교회를 이끌 정도로 교회에 몸담아 왔고, 교회 설립 후 마을과 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으로 주민들의 삶과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박 옹은 “원래 이 마을에 박재신 씨라는 덕망 있는 삼천석 부자가 살았는데 외아들인 그 분이 자손번창이 고민이었단 말여. 그 양반이 교회를 믿으면 자손이 번창한다는 말을 듣고선 그 부인 한재순이 여기서 5리 떨어진 부곡교회에 나가게 됐지”라고 두동교회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부잣집 부인이 교회에 다니자 동네 다른 여자들도 따라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얼마 후 그 부인이 임신을 하고나서 만삭이 되자 멀리까지 다닐 필요가 있겠나 싶은 박재신 씨가 자신의 집 행랑채에 교회당을 세웠다는 것이다.

“교회를 세웠으니 이왕 신도들이 많아야 되지 않겠어? 그러니까 소작인들한테 예배를 드리러 나와라 해서 좋든 나쁘든 80명 가량이 나오게 됐지”

두동교회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 후 부인이 아들을 낳자 부자는 교회에 종(鐘)도 헌납하고 아들에게 ‘요한’이라는 교명도 지어 줬다. 그러나 박재신 씨는 교회 전도사와 자주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다섯 살 된 아들이 죽은 사건과 고모의 4일 출상(出喪) 사건이다.
“아들이 다섯 살 먹은 해 죽으니까 부자가 하나님은 안계시다며 교회에 반감을 가졌어.

거기다가 또 그 부자의 고모부가 월남 이상재 선생 막내아들 이승준 씨였는데 고모랑 이 동네에 정착해 살았거든. 고모가 젊어 돌아가시자 3일장을 지내고 출상해야 하는데 그날이 주일이라고 전도사가 못하게 해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월요일에 출상했는데 시신이 썩어서 갈등이 커졌어.”

박재신은 결국 자기 집에서 예배를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교인들은 새 예배당을 지으려고 했으나 부근이 전부 박재신의 땅이었기에 고민하던 중 신도였던 이종규 씨가 백여 평의 밭을 헌납해 현 위치에 새 예배당을 짓게 된 것이다.

건축과정에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교회 천장 서까래를 비롯한 목재가 안면도산 소나무인데 그 당시 때마침 안면도 소나무를 실은 배가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했고 목재들이 금강을 타고 두동리 근처 성당포까지 떠내려 온 것. 교인들이 나무를 헐값에 사들여 두동교회를 짓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보내줬지. 서울서 온 건축가가 귀한 나무라고 할 정돈데 요 앞까지 보내 준거라고 다들 생각했지. 오늘날 문화재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라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이룬거야.”

두동교회는 민족혼과 독립정신을 가르치는데도 애를 썼다. 그 흔적으로 강단 밑에 비밀 공간이 있는데 설교 중 일본순사가 검문을 오면 숨는 공간으로 사용했던 장소다. 이 장소는 6·25 당시에도 청년들이 몸을 숨기는 장소로 사용됐다고 한다.

▣ 편백나무 숲과 열두 골짜기

현재 두동마을 뒷산에는 편백나무 숲이 우거져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마구잡이식 벌목으로 황폐해진 산을 복구하기 위해 경제림육성 사업으로 당시 마을 사람들이 심고 가꾼 숲이다.

박 옹은 “우리 종산인데 당시는 별거 아니다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편백나무가 피톤치드가 나와서 좋다고들 하니까 좋지”라고 말했다. 지금은 두동마을보다 두동편백마을이라는 지명으로 더 익숙하게 불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가 깊은 마을답게 주변에 전해 내려오는 열두 골(골짜기) 이름이 다채롭고 정겹다. 연골, 사랑작골, 도덕(적)골, 절터, 승적골, 마금자골, 가는골, 외앗골, 뒤주골, 한재골, 곡신골, 평정골 등 마을 주변의 지명은 자연스러운 생활 속에서 붙여진 정감어린 이름이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