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삼존이 연못속에서 나와 제 30대 무왕 앞에 나타난 뜻을 담아 창건한 백제의 대표적 국가사찰

미륵사 재현

                                    목탑기단부                                                             출토 기와

미륵사지는 과거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간직한 채 오랫동안 묻혀있었다. 매일매일 등산하는

많은 방문객과 소풍을 나오는 아이들에게 ‘저기 뭔가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뭐지?’ 정도의 관심 밖에 받지 못했다. 흉물스럽게 보수해놓은 국보 제11호인 미륵사지석탑에 방뇨를 하고 올라가서 뛰어 놀았던 것을 어린 시절 추억이라고 회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의식만 탓 할 수도 없다. 그만큼 문화재 관리가 허술했고, 역사적 가치에 대한 홍보나 교육 없이 방치했던 관리소홀이 더 문제였다.

현재 복원작업중인 서탑과, 넓은 사찰지가 복원 되고나면 한때 미쳐 몰라봤던 미륵사지의 면모에 미안함을 느껴야 할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외면 받던 미륵사지였지만 이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와 대한민국 18대정부의 고도(古都)익산 르네상스 사업이 맞물려 재조명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입구에 미륵사지유물박물관이 방문객을 맞으며, 미륵사지에서 발굴된 2만여점의 각종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또 복원중인 미륵사지석탑의 복원과정을 방문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개방해둬 방문객들이 역사적 현장에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발굴과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고도익산의 국가사찰 미륵사 가치를 찾게되고, 시민들의 관심과 홍보효과도 높아지고 있어 향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사를 보유한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미륵사지 창건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에 위치한 미륵사지는 백제의 대표적 사찰이었으며, 익산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인 미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면적 1338만 4699㎡)인 미륵사의 창건설화는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백제 제30대 무왕대에 세워진 사찰로 ‘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獅子寺)에 행차하고자 하여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이르니, 미륵삼존(彌勒三尊)이 못속에서 나와 수레를 멈추고 경의를 표했다. 부인이 왕에게 말하기를 “모름지기 큰 절을 이곳에 세우고 싶습니다”하니 왕이 허락하였다.

그래서 지명법사에게 가서 못 메우는 일을 물으니,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산을 허물어 못을 메워 평지를 만들었으므로 미륵법상(彌勒法像)3개와 회전(會殿), 탑(塔), 낭무 각각 3개소씩을 창건하고 액(額)을 미륵사라고 하였다. 진평왕이 백공(百工)을 보내 도왔는데, 지금까지도 그 절이 남아 있다’ 라는 미륵사 창건설화가 전해진다.

당시 백제의 신앙이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국가사찰로서 지어졌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또 진평왕이 백공(百工)을 보내 도왔다는 것은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가 무왕의 아내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 발굴과 조사

조선후기 17세기 무렵 폐사됐던 미륵사는 1980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게 됐다.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약 2만여점의 유물이 출토 되는 등 국내 역사고증에 상당히 큰 기여를 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와유록, 금마지등의 문헌과 1997년까지 이어진 발굴조사를 토대로 미륵사가 백제무왕의 왕권강화와 국력신장을 목적으로 조성한 동양 최대의 국립사찰이었음이 확인 됐다.

◈ 미륵사의 독창성 

미륵사지의 삼원병립식(三院竝立)가람배치는 국내 유일의 독창적인 가람배치라고 할 수 있다.
중문, 탑, 금당을 남북으로 1열 배치한 중원과 이를 둘러싼 회랑, 그리고 동,서로 중원과 같은 방식으로 크기만 약간 작은 탑과 금당으로 감싸고 있는 형식이다.

현재까지 남아있던 서탑(미륵사지석탑)은 서원에 있던 석탑이며, 동탑은 현재 복원해놓은 상태다. 미륵사지석탑은 목탑 건축방식으로 지어진 석탑으로 목탑에서 서탑으로 변모해 가는 한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중요한 대표 문화재다.

세개의 탑중 중원에 자리잡고 있던 중탑은 목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기단부가 백제시대의 대표적 건축방법인 판축(版築)법으로 형성돼 있다. 판축법은 각기 종류가 다른흙을 시루떡 쌓듯 3cm정도씩 다져올리는 방법으로 현대의 콘크리트만큼 튼튼해 성벽이나, 기단을 세울 때 사용했던 백제시대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건축방식이다. 목탑지는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었으나, 목탑지 기단부에 목탑이 불에 타면서 떨어진 암막새와 수막새등 기와 짝이 다수 발견되면서 목탑지의 존재를 밝히게  됐다.

◈ 강당지, 승방지

미륵사지의 강당지는 국내 사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국가사찰로서의 웅장함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정면 강당의 내부는 정면 13칸, 측면 4칸으로 되어있는 훤히 트인 거대한 강당이다.

강당지에서는 연목와, 육엽연화문, 수막새, 백제·통일신라시대 와편, 인각와편, 불에 탄 목탄, 소토, 벽체편 등이 출토됐다.

강당지의 중앙, 동, 서에는 서로 대칭되는 너비가 5.1m, 5단의 계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현재까지 북측(뒷편)의 계단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승려들이 기거했던 승방지는 동·서쪽 끝부분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서너비가 14m, 남북 너비가 65.2m로 약 276평에 해당되는 대규모의 승방지로 보인다.

이곳 승방지에서는 토기호(土器壺)가 다수 발견됐는데, 토기호 안에는 곡식들이 남아있기도 했고, 탄화미가 1말가량 다량으로 출토되기도 하는 등 당시 백제인들의 농경문화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기와는 수막새, 인장와(印章瓦), 신라와 조선시대의 수막새와 암막새, 명문와가 출토됐다.

그중 녹유연목와(綠油椽木瓦)가 특징적이며, 기와에 도장을 찍어 글자를 남긴 인장와가 많이 출토됐다. 백제는 행정 지역을 5부로 나눠 구분해서 사용한 것을 인장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의미가 확인되지 않은 것들도 다수 출토됐다.

또 12~13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된 중국 정요계 백자 편이 출토되기도 했으며, 10세기경의 관명백자와, 앵아문 백자잔 편등도 출토 돼 당시 미륵사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외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의 종류와 연대가 다양하고 방대하다. 대표적인 유물로 자기, 석재, 목재, 금속, 생활용품, 불상, 무기 등 매우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는데, 연대를 측정해보면 미륵사 창건시인 백제말기부터 조선중기까지 다양한시기의 유물이 출토됐다.

박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