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불상인 연동리석불좌상과 태봉사삼존석불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마을

연동 마을 전경

 석불 마을 전경

태봉사

태봉사 표지석

태봉사 삼존석불

삼기면은 예로부터 백제 금마저(金馬渚) 지역에 속해 있는 고장이며 남쪽으로 팔봉동, 서쪽으로는 황등면, 북으로는 낭산면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동쪽으로 금마면 기양리에 접해있으며 미륵산의 서쪽 능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마한백제 시대의 중심지인 금마저의 외곽 마을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주변의 사제면(巳梯面)과 구문천면(九文川面), 율촌면(栗村面) 등 3개 면을 합해 삼기면(三箕面)으로 통합됐는데 삼기라는 명칭은 기산리에 있는 삼기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원래 삼기산은 ‘새끼뫼’라는 고유어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미륵산과 대비해 야트막하고 작기 때문에 미륵산의 새끼뫼(三箕山)라고 불렀던 이곳 주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명칭으로 남았다.

현재 삼기면은 금마와 황등을 잇는 722번 국도와 낭산 방면으로 이어지는 718번 도로 등 주요 면 지역과 도심을 잇는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발달했다. 이런 위치적 이점은 백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전해지는데, 백제 무왕이 미륵사에 행차하거나 익산으로 천도할 당시에도 삼기면을 통과하는 길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살기 적당한 큰 하천이나 평야가 없는 지형이 대부분인 관계로 삼기면은 작은 마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으며, 1980년대에 농공단지가 들어서고 최근에는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삼기면에서도 특히 전설을 여럿 품고 있는 석불마을을 찾아 마을 주민들에게 연동리에 대한 얘길 들어보았다.

◈ 연꽃 만발한 마을의 향기

삼기면 연동리(蓮洞里)는 채산, 석불, 연동, 죽청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미륵산의 서쪽 능선과 접해 있기 때문에 마을들이 미륵산을 앞산처럼 바라보고 있거나 미륵산의 품안에 자리하고 있 다.

본디 연동리라는 명칭은 ‘연이 많은 저수지가 있었던 곳’이라는 뜻의 연들골에서 나왔으며 현재도 연동마을 앞에서 많은 연이 자생하고 있는 연동제(蓮洞堤)를 만날 수 있다. 작고 아담한 모습의 방죽인데 여름철 연꽃이 피면 그윽한 향기와 자태가 마을을 아름답게 수놓을 정도다.

연동제와 관련한 주민들의 기억들 중 석불마을 이두화 옹은 “예전에는 연이 없었는데도 연동이라고 불렀으니까 원래는 있었던 모양인데 없어졌던 게지. 어릴 적엔 마을 아이들이 멱 감고 놀고 그랬다고. 연이 없어져서 누가 연을 두어 뿌리 갖다 심었다고 들었는데 그 후에 다시 연이 가득 차버려서 지금까지 그렇지”라고 말했다.

연동리에는 천사백년 전 백제시대의 불상인 연동리 석불좌상과 태봉사 삼존석불이 있기 때문에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연꽃이 불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연동마을의 연방죽이 백제시대에 이미 조성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연동마을에 현존하는 백제 불상과 전해지고 있는 지명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 백제 사찰이 있던 석불마을 

석불마을은 연동리의 중앙에 위치한 마을로 미륵사지와 황등, 함열, 낭산으로 통하는 교차로인 석불사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마을의 이름부터 사거리 이름, 상호, 초등학교에까지 석불이라는 이름을 만날 수 있는데 ‘석불’이 칭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보물 제45호 연동리 석불좌상이다.

이 석불은 현존하는 백제시대의 몇 안 되는 불상 가운데 하나이며 규모를 비롯해 둘레를 깎아 만든 원각 양식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다. 약 천오백년 전부터 이 곳 석불마을에 위치했으니 백제 역사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석불마을의 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두화 옹은 “우리 마을은 옛날엔 연동마을이랑 한 마을로 구분 없이 부르는 구석진 마을이었는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서 분리되어 석불리라고 혔지”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천오백년 전부터 석불 혹은 사찰이 현 위치에 있었지만 그 주변에는 별다른 마을이 형성되지 못했고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마을을 형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인근 연동마을의 태봉사 삼존석불과 함께 외따로 떨어진 백제시대의 사찰이 있었지 않을까.

또한 주변의 지형이 야트막하게 솟아 있고 식수나 농업용수를 구하기 어려워 자연적인 마을 형성이 어렵게 보이기도 한다. 석불마을이 각성바지(각기 다른 성씨가 모인) 마을인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 호국 석불은 아직 살아 있다

연동리 석불좌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석불마을은 그 오랜 역사 속에서 석불에 대한 전설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그 전설을 입에 올리며 석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먼저 연동리 석불좌상의 머리에 얽힌 이야기다. 현재 석불사 대웅전에서 만날 수 있는 석불의 머리를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머리가 없었던 불상에 새로 만들어 달았기 때문이다.

그 연유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를 침략한 왜장 가등청정(加藤淸正)이 진격하던 중 삼기면 근처에서 짙은 안개를 만나 발이 묶이게 된다. 낭패를 당한 왜장은 부하를 시켜 안개 속을 정찰하게 했고 아무 것도 없고 그저 불상 하나가 있더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불상이 원인이라고 짐작한 왜장은 불상을 찾아 단칼에 목을 베어 버렸고 그러자 안개가 씻은 듯이 걷혔다고 한다. 그 후 제때 진격하지 못한 왜군은 결국 패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로, 연동리 석불좌상이 호국 석불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됐다.

또한 연동리 석불좌상은 현재까지도 그 영험함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도 전국에 화제가 된 땀 흘리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부터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석불이 땀을 흘려 예고한 일이 있었는데, 석불사 주지 휴암 스님과 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전쟁을 비롯해 최근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당시까지 여러 차례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 기준왕이 아들들의 태(胎)를 묻다

석불마을에서 낭산 방향으로 얼마 떨어지 않은 곳에 연동마을이 있다. 연동제를 앞에 두고 태봉산이라고 부르는 봉우리 기슭에 자리한 소박한 마을인데 태봉산 건너편에는 태봉사가 들어서 있다. 태봉산에 얽힌 전설에 의하면 고조선 기준왕이 남하해 현재 금마에 새 나라를 열었고, 아들을 바라자 현몽이 나타나 태봉산에 움막을 짓고 기도를 하게 된다. 얼마 후 기준왕에게 세 아들이 생겼고 그 세 아들의 태를 봉우리에 묻었다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최초의 태실(胎室)인 셈이며 명당 중의 명당자리로 꼽힐만한 소식이다.

또 시대를 건너 1934년에 심묘련화라는 여인이 아들의 무병장수를 빌다가 현몽을 만나 백제시대의 불상인 삼존석불을 캐내게 되고 그 자리에 태봉사라는 절을 지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태봉사는 특히 아들을 점지하는 영험이 있다고 소문이 나 지금도 아들을 얻기 위해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태봉사 주지 혜안 스님은 “삼존석불 외에도 주변에 백제시대의 유물들이 숱하게 나왔고 아직도 많을 거다. 삼존석불과 연동리 석불좌상처럼 천년 넘게 땅에 묻혀 있다가도 나와서 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언젠가 때가 되면 빛을 보게 될게 아닌가”라며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석불사

 석불좌상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