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중 회장이 익산에 피난와서 시민들에게 입은 은혜 갚으려고

공장세워 삼양식품 전체 생산량의 20~30%, 점유

1960년 동방생명(삼성생명 전신), 제일생명을 운영하던 전윤중 회장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 같은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있는 서민들을 목격하고, 우리나라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일본의 라면을 들여오기로 결심했다.

결국 우리나라 정부를 설득해 5만달러를 환전해 일본의 라면 제조기계와 기술을 도입, 1963년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커피 35원, 꿀꿀이죽 5원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 10원이었던 삼양라면 가격은 파격적이었다.

더군다나 한국인에게 부족한 단백질 보충을 위해 소고기스프와 값비싼 2등급 우지로 면을 튀겼기 때문에 처음 5년간은 적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밋밋한 맛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라면을 개발. 이제는 밥 다음의 주식으로 자리잡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그때 한국인에게 퇴짜맞은 닭고기육수 라면은 50여년이 지난 현재 하얀국물 라면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강원도철원이 고향인 전윤중 삼양라면 명예회장이 연고도 없는 익산시에 삼양라면공장을 세운 것은 ‘정과 의리’ 때문이다.

6.25피난 당시 이리지역으로 피난 왔을 때 끼니를 거르던 전 명예회장을 보살펴 줬던 이리시민을 잊지 않고, 라면열풍이 일던 1970년 삼양식품 호남공장을 세워 지역주민에게 일자리 제공과 지역경제를 도왔다.

삼양식품 익산공장은 최근까지도 지역을 위한 나눔에 앞장서는 기업으로서, 행복나눔마켓에 정기적으로 후원중이며, 2011년 창림50돌을 맞아 복지단체에 라면을 기증하는 등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익산공장에서는 삼양식품 전체 생산량의 20~30%를 생산하고 있으며, 200여명의 직원이 라면과 스낵류를 생산하고 있다.

◈ 최악의 오해 우지파동

1980년대 N사와 업계1위 경쟁을 하던 삼양라면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이 공업용우지라며 고발당했던 것이다. 당시 우지를 사용했던 라면 제조업체들의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시중에 판매된 라면제품은 모조리 수거돼 버려지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결국 삼양라면은 시장점유율 한자리수 까지 떨어지며 전 직원의 80%가 실직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우지파동이 있은 후 5년이 지나서야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게 되지만, 업체들은 이미 도산했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정·사과 보도도 일체 없어, 경영난을 쉽게 해소할 수 없었다.
삼양라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수출, 생산, 리콜 등으로 입은 피해액이 약 3천~5천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 건방진 라춘쇠 라면

2005년 ‘건방진 유통기한’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삼양라면 포장지 사진 일명 ‘라춘쇠 라면’으로 대한민국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사진 속 포장지에는 ‘2005년 10.03까지다 라춘쇠’라고 유통기한을 반말로 표기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확인결과 유통기한 뒤의 ‘다’는 생산공장인 익산공장을 의미했고, ‘라춘쇠’는 제품생산자 실명제 도입으로 생산 직원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라춘쇠라면 모으기’열풍이 불기까지 했다.

그런 열풍은 이듬해 뽀빠이, 짱구 등 스낵 류 까지 이어지는 등 지속된 관심을 받았다. 

또 30여년간 근무한 라춘쇠씨의 직급이 대리에 머무르고 있다며 승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하는 등 재미있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라면과자 뽀빠이는 올해 39살

뽀글뽀글한 라면과자 속 별사탕을 찾는 재미를 더한 장수과자 뽀빠이는 올해로 39살이다.
라면을 토막내는 과정에서 열을 더해 바삭하게 만들고 이를 유탕 처리해 만든 뽀빠이의 고향은 익산이다. 익산공장을 설립하던 해 처음 라면과자로 탄생시켰으며, 현재 익산공장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1972년 라면과자에서 '뽀빠이‘로 제품명을 바꾸고 40여년 동안 판매되고 있는 장수제품이다. 현재 월 5만 박스의 매출을 올리며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 성장발육에 중요한 철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파우더를 함유하는 등 어린이 성장에 도움되는 성분을 강화하고 패키지를 리뉴얼해 ‘별 뽀빠이’로 개명했다.

◈ 라면? 실 아닌가요?

삼양라면이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였을 때 라면을 처음 본 사람들은 실, 옷감, 플라스틱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단지, 풍선을 통해 광고를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고, 라면을 끓이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전 직원과 가족들이 가두판매를 실시했으며, 극장, 공원등지에서 무료시식행사를 벌이는 등 1년 이상 홍보활동에 전념했다. 행사를 진행하자 라면끓일 때 나는 향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100g이던 라면가격은 1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맛과 영양을 만족시켜 서민들의 구휼식품역할을 담당했으며, 쌀의 대체효과도 컸다. 1963년 삼양라면이 첫선을 보인 해 3천8백여석의 쌀을 대체하는 효과를 거뒀고, 1976년에는 145만 8천석, 1980년에는 184만8천여석의 대체효과를 거뒀다.

1963년에서 1980년까지 쌀대체총량이 총 1천5백여만석으로, 1980년대 환율로 계산하면 14억달러 이상 외화절감효과를 거둔 셈이다.

◈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

라면은 국수와 달리 꼬불꼬불한데, 그 이유는 한정된 부피에 많은 양을 작은 포장지안에 처리하기위해 직선보다 곡선이 많은 양을 함축하는 원리를 응용해 계산된 것이다.

또 영양가를 높이면서 보존기간을 오래 지속하기위해 튀김공정에서 빠른시간에 많은 기름을 흡수해 튀기고, 수분증발을 도울 수 있도록 곡선으로 처리했으며, 시각과 미각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꼬불꼬불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박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