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고령화로 매출 줄어 쇠퇴한 시장이지만 정성과 따뜻함으로 시장통을 지키는 사람들

백제 무왕의 고향. 왕위에 올라 도읍을 옮겨 쇠락한 백제의 부흥을 꿈꿨던 곳. 베일에 가려진 채 1400여년 비밀을 품어 온 ‘백제무왕천도지모밀지’가 가르키는 그곳이 바로 금마면이다.

금마는 새로운 특성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잠정 등재되며 세계인의 관심 속에 있고, 신라의 도읍 경주보다 잠재적 문화가치가 높아 향후 관광특화지역으로 탈바꿈 할 계획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 상대다수는 ‘언제 될지 모른다’, ‘우리와 관련없다’, ‘각종 제한 때문에 더 힘들기만 하다’등 불만을 안고 산다. 문화재청과 주민들간의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부족해 주민들이 막연한 계획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금마는 소중한 백제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 깊은 지역이다. 오랜 세월 용화산에서 시작해 만경강 까지 이어지는 물길인 옥룡천이 있어 뱃길로 사용했었고, 주변으로 왕궁, 여산, 삼기 등지의 가운데 위치해, 주민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금마는 근대에 와서 개발대상에서 제외됐고 익산 시가지 쪽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아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멀어지는 상황만 지속됐다.

그러나 지금와서 보면 그런 개발 소외가 금마지역의 유적을 잘 보존한 결과를 낳았다. 학계는 옛 고도의 흔적들이 많이 훼손되지 않아 문화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신라고도인 경주보다 잠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이는 문화재 주변에 경관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건축물 등 인위적인 시설이 없는 점에서 비롯된 평가다.

하지만 당장 문화재 보호와 더딘 개발계획 앞에 경제적 환경적으로 황폐해져만 가는 삶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지역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인근에 위치한 군부대 덕분에 연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군인들의 소비문화도 많이 변해, 살 길을 찾아 이주하는 주민들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금마는 2013년부터 마한백제고도육성프로젝트의 일환인 옥룡천 물길복원사업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2022년까지 17개 사업에 총3,651억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고도의 모습을 회복해 세계적 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한다는 청사진이 마련됐다.

▣ 금마시장(전통시장)

금마시장은 2일과 7일 열리는 5일장으로 금마, 여산, 삼기, 왕궁, 봉동 등 주변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던 전통시장이었나 지금은 크게 쇠퇴한 상태다.

장날에 모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연로한 노인들인 관계로 시장상인들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농협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매일 영업중이라 전통시장이 밀려난지 오래됐다.

현대식 재래시장으로 리모델링 해 전통시장의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시장입구에서부터 고소한 들기름 냄새로 자극하는 방앗간엔 직접 재배한 참깨와 들깨를 가져와 기름을 짜는 시골 할머니들이 줄을 섰다. 앉아 있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한없이 정겹기만 하다.

금마시장의 명물 할머니순대집의 피순대는 금마를 찾는 이들에게 필수 코스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금마를 방문했을 때 순대국밥을 먹고 갔다는 순대집이 바로 할머니순대집이다.
사람은 많이 줄었지만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이웃들과 사는 얘기를 나누는 만남의 장으로서 금마장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었다.

▣ 청탑이용원

금마에는 유독 이발소가 많다. 최근까지 7곳이 있었을 정도로 이발소가 많았고 지금도 5곳이나 자리하고 있다. 다른 면 소재지 같은 경우 보통 1~2곳 밖에 없다고 하니 기이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군부대가 인근에 있어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또, 이발업을 부를 얻는 수단이 아닌 더불어사는 방법으로 선택한 경우도 적지않다. 하지만 이제는 연로한 할아버지 사장님들이 많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금마시장 정 중앙에 자리하고 있고, 금마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 자신이 제일 어리다고 소개한 사장님은 이곳에 뿌리를 내린지 벌써 20여년이 됐다고 한다. 이발소 운영 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아내와 함께 시장통닭을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따로 일을 알아봐야 했고, 지금은 인근 회사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나마 아내가 고정적인 수입을 책임지고 있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말하는 그의 어색한 미소 뒤에 근심이 서려있었다. 미용실에 밀려 줄어드는 이발소지만, 정통 이발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그는 변화를 앞둔 금마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 백제약국

1988년도부터 금마에서 약국을 운영해온 소상문(52)씨는 25년째 약국을 운영 중이다. 시골 특성상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아 약국은 시간에 관계 없이 북적였다.

자주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안부를 물으며 약을 건네는 소씨는 그들에게 아들 같은 존재였다. 일반의약품을 요구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사용처를 확인하고 좋은 약을 권해주는 등 약사로서의 사명으로 믿음직하게 버텨오고 있었다.

소 약사는 “약 타가시는 분들이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아요. 때문에 더욱 더 친절한 복약지도가 필요하고 그러다보니 친해진 어르신들이 많죠”라고 한다. “친해지다 보니 잘 안보이면 걱정도 되고 그러죠”라는 소씨는 노인들을 친 부모처럼 대하는 마음이 가득 보였다.

노인들이 많은 시골특성상 관절계통, 고혈압, 당뇨 등이 많아 직접적인 치료인 양약을 제조하는 것이 주된 일이긴 하지만 한약조제 자격증을 취득해 한약도 함께 조제하고 있었다.

▣ 케이팝 제과점

케이팝제과점 남민성(45)씨는 금마로 들어온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떠나가는 주민들과 대조되는 특이한 경우였다.

그는 제빵일을 시작할 당시 빵이 아닌 정성을 파는 가게를 꾸리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깟 빵 하나에 정성 운운하는 것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직접 만든 빵을 안심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큰 보람이에요”라며 빵집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금마의 경우 제과점이 한곳 밖에 없고 사람도 많지 않아 빵 하나하나에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프렌차이즈 제과점을 고려해보기도 했지만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감하게 제외했다고 한다.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제가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두 딸이 가게에 들러 아빠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으며 챙기는 모습을 보니, 남씨가 왜 정성들여 빵을 만드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박교준 기자

왼쪽부터 청탑이용원 백제약국 케이팝 제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