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종파 나타내는 깃발 게양대.. 돌로 축조된 당간에는 잡색천을 이어붙인 긴 깃발이 휘날리고

서편 당간지주 뒤로 미륵사지석탑의 해체·복원전 모습이 보인다

농토였던 당간지주 주변을 발굴 중인 인부들

◈ 정체불명의 당간지주

미륵사지에 들어서면 용도를 알 수 없는 돌기둥 2개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당간지주(幢竿支柱)라는 표기 말고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 이것이 무엇이며 어떤 용도로 사용을 했고, 과거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멀찌감이 떨어져 있는 두 당간지주의 설명은 너무나 간단하게 씌여있어 당간지주라는 명칭만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게되고, 용도나 당간지주가 갖고 있는 의미를 알기에는 설명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 당간지주의 정체를 일반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비석이라 말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 정도다.

부여국립문화재연구소 현장연구원인 전창기 박사는 당간지주에 대해 부끄러운 사연을 갖고 있다. 그는 미륵사지 현장사무실 앞에 세워져 있는 당간지주를 매일같이 마주치면서도 당간지주에 대해 명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당간지주에 대해 문의전화를 받고, 질문에 쉽사리 대답해 주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 연구에 매진했다.

뒤늦게 나마 전창기 박사는 당간지주의 진면모를 깨닫고, 균형잡힌 조형미, 단조로우면서도 볼륨을 살려주는 선의 흐름 등 당간지주의 가치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

휑 하기만 했던 미륵사지가 제 모습을 하나씩 찾아감에 따라, 과거의 모습을 완벽히 회복할 날이 머지않았다. 웅장했던 예전의 본 모습으로 거듭나는 세계문화유산 미륵사가 기대되는 이유다.

◈ 당간지주는 불문·종파 게양대

당간지주를 쉽게 말하면 사찰의 불문(佛門)과 종파를 나타낸 깃발(幢)을 세워놓기 위해 만든 돌 기둥이다. 당간은 깃발을 걸기 위해 세우는 긴 기둥을 뜻하고, 미륵사지의 당간은 온전히 남아있지 않다. 사찰 앞에 위치하고 있어 해당 사찰의 법당에서 행사나 의식이 거행될 때 이를 알리기 위해 깃발을 걸어두는 용도로 사용됐으며, 높이가 2~30m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만 되고 있다.

오늘날도 이와 같은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국기게양대를 들 수 있다. 당간 끝에는 오늘날 국기를 걸듯이 잡색의 천을 덧붙여 만든 긴 당(幢)을 늘어뜨려 휘날리게 했다.

◈ 당간 3형제 목(木), 석(石), 철(鐵)

당간의 종류는 목당간(木幢竿)과 석당간(石幢竿), 철당간(鐵幢竿) 총 3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당간은 철당간과 석당간 두가지만 남아있고 목당간은 추정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목당간을 사용했으면서 현대까지 보존돼있는 것을 국내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굳이 유사한 목당간을 찾아본다면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철당간은 철로만든 당간이고, 철통을 여러개 겹쳐서 높게 올린 당간을 말한다. 현존하는 철당간은 용두사지철당간(국보 제41호)과 신라시대에 제작된 갑사철당간(보물 제256호) 총 2기만 남아있고, 고려 광종 때 제작된 것으로 확인된 용두사지철당간의 경우 3번째 칸에 ‘용두새겨져 있어 철당간을 세우게 된 내력, 건립시기, 건립자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로 인정돼 국보로 지정됐다.

석당간은 나주동문외석당간(보물 제49호), 담양읍내리석당간(보물 제505호)등을 대표적 석당간으로 꼽을 수 있으며 현재까지는 국보로 지정된 석당간은 없다. 대부분 보물이다.

석당간이 올라간 모습을 보자면 아주 특이한데, 돌 기둥 끝부분을 ㄱ, ㄴ 모양으로 깎아 서로 맞물린 상태로 둘레를 묶어 올리는 방식이다.

국내 당간지주의 수는 모두 65기가 등록돼 있으며, 이중 국보가 1기(용두사지철당간), 보물이 27기, 그 외의 당간지주들은 시·도지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  미륵사지의 당간지주는...

미륵사지에는 모두 2기의 당간지주가 남아있는데 이중 서쪽 당간지주가 보물 236호로 등록돼 있으며, 미륵사 3원 앞 회랑에 좌우 대칭이 되게 2기가 나란히 서있다.

대부분 사찰의 당간지주는 1개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2개가 있던 사찰 미륵사는 당간지주의 갯수 만으로도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찰임을 확인 할 수 있다.

두 당간지주는 3.95m 높이로 간대(竿臺)에 홈이 파여있어 당간을 움직이지 않고 세울 수 있게 해 뒀으며, 양 지주 윗부분과 중심부분에 간구(竿溝)와 간공(竿孔)이 파여있어 앞뒤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간대에 파여있는 홈의 크기와 조각 수법으로 봐서 미륵사에는 석당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고, 발굴중 석당간이 일부가 발굴되면서 정체를 밝힐 수 있게 됐다.

미륵사지의 당간지주는 장식이 많지 않지만 형태가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가늘고 긴 호형주두(弧形柱頭)에 굴곡이 있으며 당간지주 바깥부분에 선대가 새겨져 있다. 이런 형태는 통일 신라 중기이전에 조성된 숙수사와 부석사 당간지주와 같은 형태로 볼 수 있어 동일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때문에,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가 미륵사의 입지조건과 미륵사의 웅장한 규모에 폐쇄하지 않고 유지를 결정해 동·서의 양대 사찰로 인정하며 유지하기 위해 당간지주를 설치했던 것으로 추측 할수 있으며, 백제무왕대 국가사찰로 세워지며 신라가 시도하기 전부터 이미 설치돼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만은 없다.

미륵사지 당간지주가 발견될 당시 당간지주 주변은 논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발굴당시 사진자료와 같이 실제 경작을 하던 논이었던 터라 이곳에서 경작하던 농민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경작을 했던 것으로 봐서는 역사적 유물임을 알았을 리 만무하지만, 선조들의 흔적에 대한 암묵적 예의와 보존본능이 잠재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보존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해 본다.

박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