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재비 80년 타고난 팔자.. 명불허전의 농악기능 보유
금강 좌도농악 맥 잇기 위한 삶.. 수천 명의 제자 길러내 

“농악 헌다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보유자들 보면 웃겨 죽겄어. 죄다 농악 공부를 다시 해야지 암. 구색도 못 갖추고 불완전한 굿 밖에는 못 치면서 무슨 농악이라고.”

87세의 나이에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정정한 이인수 옹의 일갈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악 관련 인간문화재를 자신 있게 깎아 내리는 언사를 할 만한 사람이 이 옹 말고 어디 또 있을까.

이인수 옹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7세에 농악을 시작해 80년 동안 농악에 매진한 경력이 그 첫 번째 이유이며 그가 일생을 바쳐 전수하고자 했던 ‘금강성포좌도농악’이야말로 우리나라 농악의 원형을 그대로 온전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러니까 실력으로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경지이며 완성도 면에서도 압도적이랄 수 있다.   

이 옹은 금강 변에 접한 포구마을인 성당에서 태어났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나가는 포구마을에는 연중 농악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전국 농악대회가 매해 8월 15일 성당마을에서 열릴 정도로 농악의 고장이었다.

이 옹은 자연스럽게 농악에 빠져들었고 밤이고 낮이고 농악소리만 나면 정신없이 이끌렸다. 아버지의 꾸중과 매를 벌기 일쑤였지만 학교 가는 길에도 책보를 감춰놓고 농악을 하러 갔다. 이런 이 옹 때문에 집안 회의가 열렸다.

이 옹은 “회의에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여 뒷산에서 백발노인이 내려오더니 장구를 가져다주더라는 거여. 그게 내 태몽이니깐 공부시키지 말자는 거였지. 그렇게 내 팔자가 농악 하게 태어난 거지”라고 말했다.

일제가 농악을 못 치게 했을 때도 농악단을 만들어 숨어서 쳤다. 대동두레굿은 힘든 농사일을 버텨내는 힘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전쟁 당시엔 마을 젊은이들이 모두 학도병으로 징집돼 나가 모두 돌아오지 못했는데, 농악에 정신이 팔려 학교 졸업장이 없던 이 옹은 전쟁을 피했다. 타고난 팔자처럼 ‘금강성포좌도농악’의 맥을 혼자서 잇게 된 이유다.

이 옹은 그 후 익산농악(우도)을 이끌고 있던 무형문화재 보유자 김형순의 제의로 11년 간 익산농악의 전성기를 함께했다. 그러나 한 마치 굿으로 이뤄진 단순한 가락에 감흥을 잃은 그는 성당으로 돌아온다. 김형순의 만류에도 불구 성당농악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옹은 “농악은 성당이 고장이야. 전국을 다니면서 해봐도 성당농악 같은 농악이 없어. 그래서 돈이고 뭐고 팽개치고 성당농악의 맥을 이어야겠다고 맘을 먹은거지”라고 말했다.

그 후부터 이 옹은 제자 양성에 온 힘을 기울였다. 농악을 가르치려고 띠집을 짓고 사람들을 모아 무료로 가르쳤다. 나이 많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다 역부족을 느낀 이 옹은 어린 학생들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익산군 의원을 만나 사정한 끝에 악기들을 장만하기도 했다.

이 후 여러 학교를 비롯해 7개 면을 두루 다녔고, 무주에서 1년, 부안에서 3년, 강경 논산에서 10년 등 배운다는 사람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렇게 길러낸 제자가 수천 명에 이르고 이제는 그 제자들이 전수관을 열고 금강성포좌도농악의 맥을 잇고 있다.

이 옹은 “제자들이 대회에 나가면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라서 만날 대상을 타. 그래서 주최하는 문화원에다가 좌도와 우도가 같이 발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우도도 대상을 주라고 말했지. 그 다음 부터는 우도에도 대상을 주기 시작했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옹이 기거하고 있는 성당 월명마을의 금강좌도농악 전수관에는 제자들이 찾아와 가끔 연주를 하고 갈 뿐 명맥을 잇는 것은 제자들의 소임으로 넘겼다. 월고, 월명마을의 장고재비라는 호처럼 전수관을 지키며 남은 생을 끝까지 농악과 함께 할 것이라고 한다.

이 옹은 “밤중에 농악을 치잖아. 그러면 우리 소들도 소리를 듣고 신나서 덩실덩실 해. 농악에 그런 힘이 있으니까 힘든 일도 농악으로 할 수 있었던 게지”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