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나마 손님을 기다리는 곳 5~6곳에 불과, 그나마 1년 내내 찬바람만 부는 최악의 상권, 잊혀진 거리

한산한 가구골목

참좋은씽크 가구공장 이기주씨

소파보수 작업 중인 한샘의자 한두희씨

대흥볼트공구 조창현씨

신오고파 다방

익산 상업의 역사 남부시장(구시장)과 7~80년대 번화가의 상징 이리극장을 이어주던 가구거리는 오고파다방을 기점으로 시작해 이리감리교회까지 사이에 가구점이 대거 몰려있던 거리였다.

익산역 앞 영정통이 익산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을 때는 이리극장과 구시장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많았고, 시민들에게도 가구거리로 많이 알려져 있어 자연히 활발한 상권을 갖출 수 있었다. 또 가구상가 외에도 벽지, 유리 등 이사를 준비하는 시민들이 제일먼저 찾게되는 거리였다.

당시 인근에 있는 중앙초등학교의 경우 학년 당 한반에 50여명 씩 15반까지 있었다고 하니, 당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80년대부터 익산이 확장·개발되면서 영정통과 남부시장이 쇠퇴기를 맞게 됐고, 90년대 들어 영등·부송동 일대의 택지개발에 따라 주민들이 대거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상권은 점점 죽어가고, 주거환경마저도 엉망으로 변해 활기 가득한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쓸쓸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한 상인은 당시를 추억하며 가장 큰 것을 잃어버렸다며 한탄했다. “이동네가 잘 될때는 혼자 팔겠다고 경쟁 하거나 그러지 않았어. 저녁이면 주변 상인들끼리 서로가 얼마나 팔았는지 서로 걱정해주고 위했었어. 지금은 손님이 찾아오면 어떻게든 팔아보겠다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춰버려. 안그래도 손님이 없는데 팔아봤자 밑지는게 한두번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그는 순수했던 당시의 상인들의 마음을 그리워했다.

이제는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을 준비가 돼있는 곳이 5~6곳에 불과하고, 손님이 아니더라도 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1백명이 채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최악의 상권이다. 

평화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를 시발점으로 가구거리만의 특성을 살리는 홍보와 마케팅, 이에 맞는 도움과 관심을 가져주는 행정이 함께 어우러져 활기를 되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인들을 만나봤다.

◈ 참좋은씽크 가구공장

인적 없이 고요한 거리에 홀로 모터 돌아가는 소리를 내는 곳이 있었다. 가게 뒤 공장에서 직접 가구를 제작하던 이기주(59)씨와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참좋은씽크 가구공장이다.
가게 뒤편에 작업실을 만들어 손님의 입맛에 맞게 직접 제작한다는 이 사장은 이 골목에서 벌써 40여년 째다.

씽크대 주문제작 위주로 운영했기 때문에 다른 가게에 비해 일이 있는 편이라는 이씨는 주문 들어온 장식장 제작에 바빠 보였다.

“어디서 떼다 파는 것이 아니고 직접 만들다 보니 AS에서 많이 유리해 소개 주문판매가 많아요”라며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가구에 자부심이 컸다.

이씨는 가구거리가 어려워진 것 에 대해 발전균형이 무너진 것을 문제점으로 삼았다. “우체국이 모현동으로 이전하고, 한전 등 관공서를 다른 동네에 뺏기니 이 동네에 지원할 명목이 없어졌죠. 그래서 균형을 맞춰가며 발전해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며 시의 행정 처리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동네 사람이 없어요. 올해 중앙초등학교 신입생이 몇명인지 알아요? 26명이랍니다. 그 정도로 사람이 없어요. 시골 학교도 아니고”

평화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이뤄져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활기를 띄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북적대는 이 거리의 부활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 한샘의자 소파보수

한두희(60)씨는 다른 곳에서 가구공장을 운영하다 이곳에서 쇼파 수리·리폼업을 시작한지 5년 정도 됐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으면 수리해서 쓰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오히려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한씨는 힘들수록 더 아끼는 소비문화가 정착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뜯어지고 찢긴 쇼파들이 한씨의 손길을 거쳐 새 쇼파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가구거리가 과거를 지우고 새롭게 밟게 될 회복의 수순을 미리 보는 듯 했다.

◈ 대흥볼트공구

근처 상가들 중 가장 활기를 띄고 있는 철물점이 있었다. 오고파다방 바로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대흥볼트공구점인데 이 자리에서만 60년째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운영하는 조창현(35)씨는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이어온 가업이라고 한다.

“결혼을 너무 빨리하는 바람에 취업을 준비할 새도 없이 뛰어들게 됐죠. 어린 시절 순 공구더미에서 자랐는데 익숙하기도 했고 처음엔 아버지를 도와드리려던 것이 아예 물려받아 직접 운영 중이에요”

조씨의 조부가 가정집이던 지금 건물 모퉁이에서 시작한 것이 옆 건물 창고까지 넓혀진 것이 가장 뿌듯하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아버지처럼 같은 자리를 지키며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조씨에게는 가보처럼 여기는 것이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중고로 구입하신 일제강점기 때 금고에요. 아마 이 금고를 거친돈이 10억은 충분히 넘을거에요. 우리가족에게는 가보나 다름 없죠”라고 말하며 현재도 사용중인 낡은 금고를 가리켰다.

시대의 흐름을 무작정 쫓아가기보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시대의 흐름에 순리대로 적응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라는 그는 낡은 금고와 무던히도 닮아 있었다.

◈ 오고파다방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오고파 다방은 익산사람들의 맞선장소로 유명했던 곳이다. 맞선 성사율이 좋아 혼기를 놓친 이들은 무조건 이곳에서 선을 볼 정도였다고 한다.
이제는 주인도 바뀌고, 동네 어르신들이 가볍게 모여드는 소소한 만남의 장소로 운영되고 있다.

박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