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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책보내기 운동본부 권도원 본부장

▲ “책 보내주는 재미로 살아”

13년 간 군부대에 책 기증 운동 펼쳐.. 300여 부대 100만권 돌파
건강 악화 불구 매일 책 정리, 여생은 아프리카 기아 돕는데 쓸 것

“남을 위하는 게 나를 위하는 것이야. 그걸 나를 위하기 위해서 남을 위하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 돼.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세상을 즐겁게 해줄 것인가 생각하면서 즐겁게 사는 거지.”

은혜의 책보내기 운동본부의 권도원(70) 본부장은 매일 홀로 사무실에 나와 책을 정리하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수북이 쌓인 책을 장르별로 분류하고 묶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책을 받고 즐거워할 장병들의 얼굴이 떠올라 덩달아 즐거운 것이다.

전남에서 태어나 초중고와 대학을 익산에서 나오며 줄곧 익산을 고향으로 살아온 권 본부장이 군부대에 책을 보내주게 된 계기는 지난 2000년 5사단 수색대대와 인연을 맺고 부터다.

‘원불교미술제’ 대표로 재직할 당시 그는 국민의 도리로 생각해 한 개 부대를 정해 알뜰하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소문한 결과 전방 철책에서 고생하는 수색대대와 연이 닿아 떡과 운동기구 등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권 본부장은 “2001년에 부대장한테 연락이 왔는데 떡보다 책이 필요하다는 거야. 부대장 말이 군대는 종합대학이라고 떨어진 책이든 뭐든 다 보내주십쇼 하더라고”라고 말했다. 그 말에 감명을 받은 그는 책을 보내주기로 결심하고 원광대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그해 9월 은혜의 책보내기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그리고 사방에 도움을 요청해 3천여 권의 책을 마련해 부대에 보내 천마 도서실을 마련했다.
운동본부의 첫 발걸음이 방송 전파를 타고 전국에 알려지자 육해공군 가리지 않고 전국 부대에서 책을 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권 본부장은 “첫 기증식 소식이 9.11테러랑 같이 뉴스에 나간다음 전국으로 홍보가 되니까 여기저기서 책 달라고 아우성이야. 다행히 전국에서 도서를 기증해주기 시작해 여러 부대에 책을 보내줄 수 있게 됐지”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 보내기 운동이 올해 4월 100만권을 돌파했다. 그동안 300여 부대에 책이 전달됐고 부대 안에 도서실이 마련된 곳만 100여 곳. 운동본부의 영향을 받아 부대에서 짓는 신축 건물에는 도서관을 꼭 지으라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권 본부장은 원광대 야간교학부처장으로 정년퇴직한 후에도 원광대 숭산기념관 1층의 은혜의 책보내기 운동본부에 남았다. 택배로 책을 보내기 위해 박스를 주우려고 시내 곳곳을 고물장수처럼 뒤지고 다니기도 했으며 새벽에 아파트 폐지 모으는 곳에 나가 책이 있으면 13층 집에 올려다 두고 출근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무거운 책을 나르다 허리를 다치기도 했으며 전방에 책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트럭을 운전하고 가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위험했던 적도 여러 번.
권 본부장은 “100만권을 돌파했다는 건 부끄러운 얘기다. 의미는 숫자가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못한 일을 원광대와 익산에서 하고 있다는 긍지다. 고향 장교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장병들의 수많은 감사편지에 책을 보내주는 보람과 즐거움이 있을 뿐”이라며 “아름다운 나라의 미래가 달린 장병들이 철책이 아니라 책을 보고 발전할 수 있도록 생이 다할 때까지 책 보내기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는 매일 책을 모으고 정리하기 위해 사무실에 나온다.

다른 여념 없이 책을 보내주는 재미로 산다고 말하는 그는 가끔씩 “사랑합니다 본부장님”이라고 말하는 장병들의 전화에 더 기운을 차려 일한다. 보내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넘치는 즐거움 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권도원 본부장의 목표는 남아 있는 생을 남을 돕는 데 쓰는 것. 남을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고 사는 삶이 그의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권본부장은 “여생을 책보내기 운동을 계속하는 한편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데 쓸 것이다. 먼저 몸이 아프다고 지인들이 전해주는 촌지와 아들 딸 결혼식 축의금을 전부 모아 아프리카에 보낼 계획”이라며 “꾸준히 책이 들어오지만 아직 필요한 곳이 많다. 잠자고 있는 책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 미래를 바꾸는 일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