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연못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삼담리(三潭里).. 1979년 논으로 간척돼 연못 흔적 찾을 수 없어
대메, 삼못, 뒷갓 방죽 가운데 삼지마을, 아랫뒷갓 하북지마을은 연못 북쪽의 작은 마을을 가리켜

삼지 마을 전경

삼지 마을 입구 비석

삼지 마을 주민들의 구술하는 모습

하북지 마을 전경

하북지  마을 입구 비석 

하북지 마을 주민들의 구술하는 모습

낭산면은 미륵산의 북쪽 산자락에 기대 삼기, 함열, 용동, 망성, 여산, 금마까지 여섯 읍면에 둘러싸여 있는 지역이며 얕은 구릉지가 많고 역사가 깊은 고장이다.

백제 때 이 지역의 이름은 알야산현(閼也山縣)이었고 신라에 들어서는 야산(野山), 고려시대에 들어서 현재 이름인 낭산(朗山)이 됐다. 

낭산면의 지명 유래와 뜻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바가 없고 미륵산의 아우 같은 산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낭산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고 있다.
낭산산에는 백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산성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일찍이 이 지역이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주민 대부분이 농사에 종사하고 있는 낭산면은 특히 질 좋은 황토가 유명해 황토우(黃土牛)의 본산지이자 황토배, 황토딸기, 황토고구마 등의 생산지로 이름을 알리다 근래에는 석재산업과 농공단지 등이 들어서며 새로운 활기를 띠고 있기도 하다.

미륵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인 명천(鳴川)은 낭산천 혹은 중신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낭산면을 통과해 부곡천(죽청천)과 만나 금강으로 흘러가며 농지를 적신다.

현재는 1949년 축조된 낭산저수지가 풍부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어 낭산면 일대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데 부족함이 없지만 그 이전에는 얕은 구릉지가 대부분인 지역에 맞게 조성한 방죽이나 자연스럽게 생겨난 연못이 역할을 대신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면소재지인 삼담리는 그 지명에서부터 세 연못을 가리키고 있어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분포한 연못들이 마을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삼담리에서는 6개 마을(오동정, 상북지, 하북지, 삼지, 죽산, 오미 마을) 중 삼지마을과 하북지마을을 찾아 주변 마을들의 내력과 전설 등을 들을 수 있었다.

◈ 연못 없는 삼지 마을

함열읍에서 724번 국도인 함낭로를 따라가면 낭산면사무소가 위치한 삼담리에 이르게 된다. 이 부근에 삼지(三池)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얕은 언덕에 들어선 자연마을이다.

‘삼지’와 ‘삼담’은 세 연못이라는 같은 뜻인데 1914년에 부근 여러 마을을 통합하면서 삼담리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이고 삼지마을이야말로 예부터 내려오던 본래 지명이다.  

낭산경로원에서 만난 최기선(79) 씨는 “석 삼자에 못 담자를 써서 삼담리, 삼지라고 하는데 ‘대메 방죽’, ‘삼못 방죽’, ‘뒷갓 방죽’이라고 연못 세 개가 근방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졌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명과 달리 현재 이 주변에서 방죽이나 연못을 만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비교적 근래인 1979년에 와서 세 연못을 폐하고 논으로 개간했기 때문이다.

일단 1949년 축조된 낭산저수지가 풍부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었고 경지정리와 농수로 개설 등으로 점차 세 연못의 필요성이 없어졌다. 물이 내려오지 않자 저수기능 또한 상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기선 씨는 “식량 근대화 사업한다고 경지정리를 다하고 여기까지 금강물이 다 올라오잖아? 그러니까 방죽을 다 없애서 논으로 만들었지. 죽산이라는 동네에 하나, 삼지에 하나, 뒷갓에 하나가 있었어”라고 말했다.

삼지마을에서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논이 방죽이었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주변 지형을 감안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갈 뿐 연못의 흔적을 쉽게 알아보기 어려웠다. 오랫동안 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기억에서만 전설처럼 연못을 만날 수 있었다.

◈ 도깨비다리와 물고기 비

오래된 연못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마을답게 연못과 관련한 신비한 전설과 일화가 전해지고 있었다.

삼지마을에서 상북지마을(뒷갓)로 가는 길에 다리 하나가 있었는데 주민들은 이를 ‘도깨비다리’라고 불렀다.

그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좁은 물길을 막고 물을 퍼내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곤 했는데 퍼내기만 하면 물고기가 싹 다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도깨비가 심술을 부려 물고기를 빼돌린 때문이라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한 가지 꾀를 냈다. 미리 물고기를 잡아다 실로 묶어 물을 퍼내기 전 놓아주는 방법이었다.

그러면 도깨비가 물고기를 빼돌려가도 묶어놓은 실을 따라가면 물고기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기선 씨는 “마을에 그런 전설이 내려와서 우리 어렸을 때도 고기 잡으려면 물고기를 실에다 묶어놓고 고기 품고 그랬어”라고 말했다.

또 ‘물고기 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물고기 비’는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으나 우리나라 역사에도 기록돼 있고 지금도 가끔 일어나는 희귀 현상이다.

이 같은 일이 삼지마을에서도 일어났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비가 올 때 마당에 물고기가 떨어지곤 했는데 그 이유를 낭산저수지의 용오름 현상 때문으로 보기도 하고 물고기가 소나기를 타고 헤엄쳐 올라가다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 연못을 없애야 부자 되는 하북지마을

삼지마을 앞의 방죽터인 논을 사이에 두고 있는 마을이 하북지마을이다. 삼지마을과 합해 하삼지마을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익산향토지에 따르면 세 연못의 이름이 대사제(大沙堤), 소사제(小沙堤), 북지제(北枝堤)라고  기록돼 있는데 이 중 북지제라는 연못가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해서 북지이며 이를 상하로 구분해 상북지와 하북지 마을로 나뉘었다.

주민들에 의하면 북지제는 본디 우리말로 ‘뒷갓 방죽’이었고 상북지와 하북지마을은 ‘윗뒷갓’, ‘아랫뒷갓’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뒷갓’이라는 지명은 고유어로 북쪽을 ‘뒤’라고 하고 가지(枝)를 ‘갖’이라고 했던데 비춰본다면 뒤쪽(북쪽)에 있는 곁(가지) 마을 정도로 풀이된다. 하북지마을 주민 이판순(76), 정원채(71), 김원구(82), 정창익 씨가 마을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판순 씨는 “이 동네에 시집오니까 ‘녹두밭 윗머리’라고 최고 못사는 동네라서 고생 많았지”라고 얘기를 꺼냈다.

“경지답 할 때 어떤 측량 기사가 와서 땅을 밀면서 상북지 방죽을 낮췄기 때문에 하북지 동네가 부자가 된다는 거야. 그 전에는 상북지 사람들이 다 농사를 짓고 이 동네는 논도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하북지에서 다 샀어.”

정원채 씨도 “그 전에 나 젊어서 친정아버지가 와서 보시고 이 동네는 저 방죽 둑이 없어져야 부자 되겠다고 그러시더라고”라며 둑이 없어진 후에야 마을이 잘됐다고 말했다.

‘녹두밭 윗머리’라는 말은 못사는 동네를 은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비가 내려도 고이지 않아 녹두나 겨우 심을 정도로 척박한 땅을 가리킨다.

하지만 하북지마을과 그 주변에는 방죽이 발달해 있고 양질의 토양이 있으므로 하북지마을이 가난했던 것은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마을 주변은 야트막한 산과 연못뿐이고 변변한 평지가 없었기에 제대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생긴 건 연못을 개간해 논으로 만든 후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가 방죽 둑이 없어지면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