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차림이라고 눈길들이 많지만 평생 한학(漢學)과 함께 서예가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그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전통 의관(衣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그에게 딱 맞게 어울린다.

구례가 고향인 그는 어릴 적부터 지리산 청학동에서 서당을 다니며 한문과 서예라는 외길을 걸어 왔다. 시(詩)와 서(書)를 하나로 묶을 수 있듯 한문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서예도 익혔다. 그는 정규 학교 문턱에는 발도 들이지 못했다.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는 부모님의 뜻 때문이었다. 현대 학교의 가르침은 인성공부가 아니라는 믿음도 이유가 됐다.  

그래서 그는 장성할 때까지 사방팔방 서당을 찾아다니며 한문 공부에 매진했다.

구례, 청학동, 남원 등지에서 배움을 구하고자 스승을 찾아다녔다. 배운 것이 한문 밖에 없다보니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질 수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장성해서도 어린 마음에 일반 학교에 못 갔던 것이 여한처럼 남아 늦게나마 검정고시를 통해 정규 과정을 밟게 됐다”며 “익산과는 원광대에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원광대학교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예과’가 생긴 것을 계기로 그의 나이 29세에 익산에 왔다.

평생 배우기를 게을리 않던 그에게 대학은 배움터로서 적격이었다. 서예과를 졸업하고 계속해서 석사과정으로 한문교육학을, 한시 연구로 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지금은 그가 배웠던 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 등 여러 학과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

그와 익산과의 인연은 배움으로 시작해 인생의 인연을 만나는 것으로 이어졌다. 아내를 만나 혼인 후 익산에 대한 정이 더욱 깊어져 이제는 익산이 고향이 된 것. 원광대학교 야외에서 치러졌던 전통혼례는 22년 동안 길렀던 댕기머리가 상투로 변하게 된 점도 있지만 그와 익산의 인연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그렇게 익산에서 학문의 길을 걸어온 그는 원불교미술인회 회장, 원광대 서예학회장, 익산 예총 서예지부장 등 사회적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자신의 학문과 서예도 갈고 닦아 여러 수상 실적을 쌓아오다 작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해 익산의 자랑이 되기도 했다. 서예의 고장 전북에서 2번째로 나온 대상 수상자다.

또 그는 익산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서예와 한문으로 봉사를 결심했다. 신동에 서당을 꾸려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남성여중과 경찰서, 야학 등에 나가 가르침을 펼쳤다. 전주와 완주에도 다니며 청소년의 인성교육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재룡 박사는 “요즘 아이들은 극한 상황에 몰려 있습니다. 부딪히고 견뎌 이겨내려는 의지가 약해 삶을 포기하기까지 한다”라며 “사회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수수방관(袖手傍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한다.

현재 그는 어린이 집에서 사자소학을 통한 어린이 인성교육을 3년 째 교육하고 있다. 어린이 집에서 가장 무서운 훈장님인 동시에, 가장 자상한 훈장님으로 어린들한테 인기가 최고다.

특히 그는 익산은 여성 친화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도시보다는 배려심이 가득한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

가정에서 부인과 남편이 함께 서로에 대한 인격적 존중과 함께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는 배려심이 가득한 익산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목표가 아니겠느냐고 한다.

요즈음도 우리 익산이 여성친화 도시에 걸맞게 배려심이 가득한 인정 넘치는 도시가 되는데 일조(一助) 하겠다는 생각으로, 야학이나 도서관 소모임, 외국인 학생을 위한 한국전통 문화강의로 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