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관대사(大官大寺)의 전신은 백제대사(百濟大寺).. 백제계 장인 서직현(書直縣)이 대장(大匠)맡아
고도 나라(奈良)의 호류지(法隆寺)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로 유명.. 고도 보존 정책 앞선 일본

593년 쇼토쿠태자의 발원으로 건립된 일본 최초의 사찰 시텐노지(사천왕사)

일본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호류지

호류지 금당 백제불

사천왕사 오중석탑

일본에 전래된 백제의 문화는 불교를 비롯해 건축술, 문화예술 등 생활과 의식 전반에 걸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호류사(法隆寺)와 고도 나라(奈良)의 문화재 등을 비롯해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아스카(飛鳥) 궁도 등은 일본의 불교와 목조건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백제를 증명하고 있으며, 백제인 미마지(味摩之)가 일본에 전파한 기악무(伎樂舞) 또한 탈춤의 기원으로 꼽히는 한편 가부키(歌舞伎)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우수한 문화를 일본에 전파해 융성시킨 백제의 유산을 계승하고 발굴·복원하는 것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의 영향을 받았던 건축물과 기념물을 등재하거나 자신들의 문화로 자랑스럽게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백제 문화권의 세계유산 등재 노력을 이제야 시작한 형편이다.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일본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도 고도(古都) 익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백제의 유산이 풍부하게 보존돼 있는 곳이 익산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왕궁리유적을 비롯해 미륵사지와 백제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리장엄 등 놀라운 발견이 익산에서 이뤄졌다.

그것 외에도 앞으로 발굴을 기다리고 있는 유적지구가 산재해 있어 익산의 고도 르네상스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 백제대사(百濟大寺)의 백제 장인

일본 나라켄(나라현. 奈良縣)에는 다이칸다이지(大官大寺)라는 절이 있다. 이 사찰의 전신(前身)은 639년 제 34대 죠메이(서명. 舒明) 천황이 발원한 ‘백제대사’로, 천황이 창건한 사찰 중에서는 백제대사가 최초이다.

‘일본서기’에 나온 기록을 보면 “백제 천변(川邊) 동쪽 백성으로 하여금 대사(大寺)를 짓도록 하였다”고 나와 있어 일반 사찰과 비교해 대규모의 창건공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천황이 세운 사찰의 이름에 백제가 들어가는 점과 하천의 이름에도 백제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백제의 영향이 당시 일본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백제대사 창건공사를 진두지휘한 인물 역시 백제계의 장인이었던 ‘서직현’이다. ‘일본서기’에 ‘서직현을 대장(大匠)으로 하였다’고 짤막하게 기록돼 있는데 그의 계보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지만 그 이전 아스카데라 창건공사(588)에 파견된 태량미태나 문가고자의 후손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백제대사의 경우 1997년 발굴조사를 통해 아스카시대 최대의 사지로 지정됐는데 같은 해인 639년 건립된 미륵사지나 신라 황룡사지에 필적할 만한 규모다.

◈ 시텐노지(四天王寺)의 백제 장인

오사카의 시텐노지는 쇼토쿠태자(聖德太子)의 발원으로 593년 건립된 일본 최초의 사찰이다. 아스카데라(587)가 먼저 세워졌으나 현재 일본에서는 사천왕사를 최초의 사찰이라고 칭하고 있어 두 사찰이 비슷한 시기에 세워져 정확한 연대 순서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텐노지를 창건하기 위해 쇼토쿠태자는 백제에서 장인 셋을 초청한다. 절이 완성되자 세 명의 장인 중 유중광(柳重光)에게 금강(金剛)이라는 성을 내리고 대대손손 사천왕사에 남아 절의 유지 보수를 맡아달라고 해 금강중광은 사천왕사에 남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금강조(金剛組)는 전국시대를 거치며 사찰이 불에 타 소실되거나 수리를 요할 때마다 재건하며 쇼토쿠태자와의 약속을 지켜왔다.

금강조는 현재도 150여 명의 직원을 둔 사찰건축 전문회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로 기록되어 있다. 금강중광으로부터 40대에 걸쳐 1420여 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강조가 흔들리면 열도가 흔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금강조 목조건축 기술이 인정받고 있으며, 실제로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틴 사례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

◈ 호류지(法隆寺)에서 만나는 백제 손길

호류지지역의 불교건조물은 히메지성과 함께 일본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역시 쇼토쿠태자의 발원으로 창건됐는데 서기 607년 건립된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이 바로 호류지 금당과 5층 목탑이다.

1400년이 지난 지금도 흐트러짐 없이 꿋꿋이 서있으며 670년 화재로 소실됐다는 ‘일본서기’의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 그 진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불탄 백제계 기와가 출토되며 소실됐다가 복원된 사찰로 밝혀졌다. 불탄 백제계 기와는 백제 위덕왕이 파견했던 와박사(瓦博士)에 의해 성립된 제와장(製瓦匠)집단인 호시구미(星組)의 생산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596년에 완성됐다고 전해지는 아스카데라의 창건에 힘을 쏟던 백제의 장인들이 호류지 창건에도 관여했다는 결론이 된다. 이처럼 백제의 기술자들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 최초의 사찰, 일본 최초의 기와생산 등을 주도했으며 그 결과 일본에 불교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본국인 우리나라에서보다 일본에서 백제의 손길이 닿은 유산들을 보는 지금에 와서는 일본의 보존·계승 노력이 놀랍기도 하고, 현재 익산을 비롯한 백제권 지역에 남아있는 유산들을 하루 빨리 발굴·계승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 고도 보존의 해법은 일본에?

일본은 1966년에 이미 ‘고도에 있어서 역사적 풍토의 보존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1980년에는 ‘아스카무라에 있어서 역사적 풍토의 보존 및 생활환경의 정비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에 와서야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그 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세부 고도보존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수준이다.

늦게나마 고도 보존에 관한 국가적 관심이 모아지며 현 정부 들어서 고도르네상스 사업 등이 국정과제로 선정돼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 같다. 단순히 일본의 고도 정책과 비교했을 경우에도 여러 가지 차이점이 나타난다.

정책 예산의 경우 일본은 국가가 보존계획의 주체로 명시돼 있으면서 반드시 국고를 보조해 주도록 비율이 명시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존계획 수립의 주체인 동시에 재원 확보의 책임도 따르며 국고의 보조도 ‘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어 자치단체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구지정의 경우 국가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어 중앙통제는 강하고 보조는 기대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물론 오래 전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일본과 단순 비교로 고도 정책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도보존법을 만들 당시부터 일본의 고도 정책을 참고했으니 우리나라의 실정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동양최대의 사찰인 미륵사지와 백제의 익산천도의 꿈을 품고 있는 왕궁리 유적. 그리고 그 주변에 묻혀 발굴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백제의 유산이 찬란한 빛으로 고도 익산의 르네상스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