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법률·가정폭력·교육·캠페인 등 사회 안전망 역할 톡톡.. “한을 풀고 살아가도록 돕겠다”
무료 대서, 소송 지원 및 아동부터 성인까지 양성평등 교육.. 여성의 삶을 바꾸는 익산 만들기

“상담은 죄가 아닙니다”

가정법률상담소 성보영 소장 

“우리가 하는 일은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줘서 한 맺힌 사람들이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여성인권운동에 뜻을 두고 법학 공부를 했던 성보영 소장.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접고 고향에 내려와 있다 1957년 원광여중이 문을 열자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교직과 함께 상담교사의 직분을 맡은 성 소장은 학생들을 바른 길로 상담한 사례가 교육청의 지원을 이끌어내 전문 상담교사로 20년 가까이 몸담게 된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익산시에 가정법률상담소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은 성 소장은 그 길로 상담소를 찾아 일을 자청했다. 학생에서 시민들로 상담 대상을 넓힌 것.

이후 성 소장은 3년 만에 상담소장으로 취임해 올해로 24년째 상담소를 이끌고 있다. 상담소의 역사이자 산 증인이 바로 성 소장이다.  

성 소장은 “초기에는 있을 곳이 없어서 원불교회관 옥상으로, 복지관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부탁해야 했다”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한 달에 삼백 건의 상담을 소화하며 익산시의 가정 평화와 행복을 위해 애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해 상담소를 운영한 경험을 통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1999년 익산에서 처음으로 가정폭력상담소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각종 교육 사업으로 지평을 넓혀 익산시에 양성평등 문화와 가정 평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성보영 소장은 “상담은 죄가 아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다가가 가정이 행복한 익산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게 현실이다.특히 최근에는 가정의 해체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이며,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50%에 육박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익산시도 마찬가지로 2011년 통계를 보면 1465쌍이 결혼하고 658쌍이 이혼을 기록해 가정 해체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의 갈등, 이혼, 별거, 아동 학대, 가정폭력 등을 겪는 위기 가정에 대한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익산지부는 모든 시민들에게 문을 열어 놓고 상담, 법률구조, 교육 서비스 등을 통해 익산시의 가정 평화를 일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상담소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권리를 찾지 못하거나 법을 몰라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법률구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양성 평등 교육을 통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가정의 행복이 인류의 행복

“가정의 행복이 모아져 사회의 행복이 되고 사회의 행복이 모아져 인류의 행복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며 세계적인 여성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故 이태영 박사가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설립할 당시 남긴 말이다.
이 박사의 신념을 이어받아 익산에서 가정의 행복을 지켜가기 위해 오롯이 제 역할을 해오고 있는 가정법률상담소 익산지부.

1987년 전북 최초로 설립돼 북부시장 방앗간 2층에 문을 연 상담소는 여러 차례 장소를 옮겨가면서도 명맥을 이어와 어느덧 26년의 역사를 지닌 익산시의 대표 법률구조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 남중동 상공회의소 사거리 한편 건물 3층에 둥지를 틀고 있는 상담소는,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억울한 일을 겪는 시민들의 권리와 인권 보호에 앞장 서왔으며 양성 평등교육, 호주제 폐지 운동, 가족법 개정 운동 등 평등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운동에도 제 역할을 해왔다.

익산이라는 도시에 사회적 구조 기관이 전무했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타 기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주춧돌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정법률상담소 성보영 소장은 “지금은 여러 단체들이 생겨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만 상담소를 개소할 당시만 해도 익산 사회가 열악하고 여건도 어려웠다”며 “불쌍한 사람들이 한을 풀고 살아가도록 법률복지와 인권 보호에 힘을 쏟아왔다”고 말했다.

◈ 한 달 삼백 건의 상담

상담소의 주요 활동은 크게 상담서비스, 법률서비스, 가정폭력프로그램, 교육사업, 캠페인 사업으로 나뉜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이 부담 없이 상담소를 찾을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상담]

상담서비스는 가정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에 대해 유형별로 전문적인 상담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개별, 또래, 가족, 부부, 자녀, 집단 상담 등의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내 복지관 등에서 출장 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상담 시간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사전예약 후 면접상담 시간을 결정해야 한다. 시간 외에 긴급한 경우 여성의 전화(1366)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

평등가족 법률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무료 법률구조 서비스는 가사·민사·형사사건에 대한 법률상담과 법률 강의 및 교육 등으로 이뤄져 있다.
법률 상담은 지원협약을 맺은 변호사를 비롯해 로스쿨 연수 학생 등과 함께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법률구조가 필요한 대상은 무료 대서와 무료소송구조를 진행한다.

특히 다문화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가정폭력피해자가 안전한 상황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올해에만 10건의 무료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여성단체장 및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법률 강의로 올해에는 ‘우리가 만든 멋진 세상 당당하게 찾으세요’라는 주제로 열고 있으며 올 7월 개정되는 가족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이다.

[가정폭력]

가정폭력프로그램은 폭력 없는 가정,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 및 지원서비스로, 폭력행위자 및 피해자의 상담과 교육, 의료지원, 시설입소 연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

상담소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어린이 양성평등 교육, 폭력예방교육, 다문화 이해교육 등을 아동에서부터 성인까지 연령에 맞춰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인형극으로 각 학교를 찾아가 양성평등 공연을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성인들을 위한 법과 제도 관련 특강도 수시로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가정폭력 예방과 관련한 일반인 대상 인형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성의 삶을 바꾸는 익산’이라는 주제로 펼쳐질 예정이다.

[캠페인]

상담소는 설립 이후 호주제 폐지, 평등한 사회 만들기(성매매관련), 가족법 개정운동, 가정폭력 근절 등의 캠페인을 꾸준히 해오며 밝은 지역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역할 찾기”토론회를 열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의 뜻을 모았으며, 피해자치료회복 프로그램 워크숍 강의,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과정 강의 등을 통해 익산시의 건전한 에너지를 모으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