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펜싱 메달의 주인공.. 감격의 순간
스포츠 심리학 박사에 타고난 승부사.. 펜싱 강호 익산 이끌어

“제 별명이요? 지도자 생활하면서 듣는 얘기로는 ‘복장(福將)’이라고 하더군요. 복 있는 장사라는 뜻인데, 남들이 진다고 하는 경기에서 이기고 메달을 따내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요.”

건장한 체격에 불혹을 훌쩍 넘어 50에 가까운 나이에도 청년 같은 외모를 지닌 익산시청 펜싱팀 이상기(49) 감독. 1998년 익산시청 팀에 입단해 15년 동안 코치와 감독을 거치면서 전국은 물론 세계에 펜싱 강호 익산의 이름을 우뚝 세운 장본인이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며 펜싱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은 ‘올림픽 스타’ 선수로 기억된다.

1988년부터 4회 연속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당시 아시아권에서는 대적할 선수가 없었던 강자였지만 유럽무대의 벽은 높았다. 80년대에 들어서서야 겨우 1년에 1번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고 그제야 강호유럽의 펜싱을 조금씩 배우던 한국펜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한국펜싱이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였다. 36세의 나이에 출전을 결심한 이상기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합에 임했고 그의 칼끝에서 최초의 메달이 탄생한 것. 그 순간을 “아 해냈구나!”라는 감격으로 회상하는 이 감독 이후 한국 펜싱 메달의 물꼬가 터지게 된 것이다.

“펜싱을 시작하고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해본 적 없을 만큼 펜싱은 내 전부다. 16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미안한 맘이 컸는데 올림픽 동메달이 가족에 대한 선물의 의미가 됐다.”
이상기 감독이 펜싱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김제 중앙중에 입학해 펜싱부의 연습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한 그는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펜싱을 시작한다.

남보다 왜소하고 몸이 약했던 그는 입부 첫날 운동장 5바퀴를 뛰고 탈진할 정도였다고. 체고에 입학해서도 3년 동안 동메달 2개를 따는데 그칠 만큼 재능이 없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펜싱에 매달렸다. 펜싱이 좋기도 했지만 펜싱을 하면서 잘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그의 꾸준함이 대학에 올라가서 단기간에 급성장하게 된 계기가 됐고 1985년 2월 대학교 2학년인 그는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이상기 감독은 “펜싱이 좋았고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외골수처럼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펜싱선수이며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익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8년. 익산시청이 펜싱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남자 펜싱 선수 팀을 만들며 동양시멘트 실업팀에 있던 그를 스카우트하면서 부터다.

그는 “익산에 뿌리를 내릴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익산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한 게 벌써 15년이 됐다. 그 동안 오직 익산을 펜싱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임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활약으로 익산시청팀은 단번에 전국을 제패하기 시작했다. 그가 코치로 부임한 후 43세의 나이로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차지한 우승트로피는 그의 꾸준한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운동 틈틈이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해 박사과정을 마친 후 2008년 익산시청팀의 사령탑에 오른다.

다년간의 대표 생활을 통해 이미 경험으로 선수들의 심리 상태의 변화에 대해 통달한 그는 선수들을 편안하게 이끌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한다. ‘복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도 선수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고 최상의 컨디션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얻은 별명이라는 얘기다. 

그는 익산시청을 펜싱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 선수의 영광은 이 감독의 결단에 의해 익산 펜싱팀의 ‘사브르’ 종목에 투자했던 결과였다.

당시 전국체전 종목도 아니었던 ‘사브르’가 곧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 될 것으로 내다보고 앞서 ‘사브르’팀을 만들고 키워왔던 결실이다.
최근 전국대회와 해외 대회에서 날아드는 낭보는 이상기 감독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인 것이다.

이상기 감독은 “지도자로서 많은 것을 이루기도 했지만 쉬지 않고 더 열심히 나아가 익산시청이 전국최강, 세계최강의 이미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는 생활체육으로서의 펜싱 활성화에도 관심을 두고 여건 마련에 생각을 갖고 있다.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 할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