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최북단 금강 변에 접한 용두산 품에 자리한 용두코쟁이 마을.. 용두포(龍頭浦)가 있던 곳
용의 배 부분에 위치한 곳에 법성마을.. 순풍(順風)산 밑 마을은 삼세오충(三世五忠)이 탄생한 곳

용안(龍安)면은 그 이름에서부터 용이 편안하다거나 용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어서 편안한 고장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용안면 곳곳에는 아직도 용두리, 용미리, 용산, 용흥리 등 용과 관련한 여러 지명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용안면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지도를 보면 성당면 일치봉에서부터 뻗어 나온 산줄기가 부곡천을 건너 용안면에서 이어지면서 무학산을 지나 북쪽 용두리 금강 변에까지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총 길이 7km 정도인 산줄기가 길쭉해서 뱀이나 용의 형상과 같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용과 관련한 지명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래서 금강변에 닿은 곳이 용의 머리 부분이라고 해서 용두코쟁이라고 불리다가 용두라는 지명으로 부르게 됐고, 산줄기를 따라 아랫마을 법성리는 용의 배 부분에 해당하며, 창리는 용의 등 부분으로 여기기도 했다.

현재 용안면은 32개의 마을, 11개 법정리로 구성돼 있으며 면적은 25.58평방미터로 금강 유역의 비옥한 경작지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은(銀)의 생산지였다는 기록이 있으나 은광이나 은 관련 사업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구술사프로젝트팀은 용안면에서도 금강에 접해 있고 익산시의 최북단 마을인 용두리 용두마을과 그 아랫마을인 법성마을을 찾았다.

산자락에 옹기종기 들어선 가옥들이 특히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농촌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용두마을 전경

법성마을 전경

◈ 용두포가 있던 용두코쟁이 마을

용두마을은 용안면 북쪽 금강 변에 닿은 용두산 자락에 들어선 마을이다. 용두산은 마을 뒷산을 일컫는데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해서 용두코쟁이, 용머리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위도 상으로는 강경읍과 거의 비슷한 위치이며 익산시의 최북단에 위치한 마을로서 현재 36

대 64명의 주민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기록에서 용두마을을 살펴보면 ‘동국여지승람’에는 용두산(龍頭山)으로, ‘여지도서’에는 용두포(龍頭浦)로 나오는데 모두 용두마을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용두포는 수운 교통수단이 발달했던 조선시대에 용두마을이 포구마을로서 발달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으로서 금강 줄기를 따라 발달했던 웅포 곰개나루, 성당포구에 이어 용안 용두마을에도 포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을에서 100여 미터 정도만 가면 바로 금강 제방이 나오는데 용두산에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 숲의 수려한 절경과 굽이치며 흐르는 금강이 맞닿아 있기에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이다.
용두마을 주민 추철호(60), 홍순길(80), 윤호근(85) 씨를 마을회관에서 만나 용두마을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을 소개를 부탁하자 추철호 씨는 “용두는 글자 그대로 용머리라는 말이야. 산 형세가 용처럼 용안리 전체가 놓여있는 형상이거든. 여기가 용 머리 부분이라고 해서 용두라. 저기 용산이라는 마을은 용의 꼬리라고 하고”라고 답했다.

◈ 갈자리 만들어 팔던 마을

용두마을의 과거 생활은 주로 노전(蘆田)이라고 불렀던 갈대가 무성한 금강 변에서 갈대를 꺾어다 갈자리를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현재는 마을 앞으로 제방을 따라 비옥하고 넓은 농지가 확보돼 있지만 개간되기 전에는 갈밭이 대부분이었고 산자락 마을은 몇 집 안됐다. 주민들은 주로 갈대를 벌채해 자리를 만들어 강경장에 내다 팔아 생활했다. 용두마을은 위도 상으로도 강경과 거의 비슷하고 거리도 강경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윤호근 옹은 “그 때 팔로는 강경이었지. 강경장이 우리나라 3대 시장의 하나이기도 했고 강경 아니면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데 애로가 있어서 걸어서래도 강경장을 봤어. 지금이야 교통이 편리해져서 함열이나 용안이나 솜리(이리)까지 가서 장을 봐가지고 와”라고 말했다.

또 홍수 때 물이 범람하면 무주시 구천동에서부터 물이 내려오더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직접 보든 못했는데 이야길 들어보면 대홍수때 물이 내려오면 여기 마을이 물가라서 떠내려 오는 것을 건지고 그랬거든. 그 때 건져서 보니까 나무에 붙은 표찰에 무주 구천동이라고 써있는 거야. 아 그래서 여기가 무주에서부터 물이 내려오는구나 하는 것이 입증됐지. 그런 문패가 있었다 그말이야.”

◈ 용두산 목련암과 동학

용두산과 관련해서 마을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물었다.

홍순길 씨는 “듣는 말에 의하면 용두산에 머리에 해당하는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다목’이라는 일본인이 그 바위를 부셨답니다. 왜 부셨는지는 모르지만 못된 짓을 하려고 그랬나보다 전해지는 정도고. 그랬는데 그 바위를 부셔놓고는 병이 나서 옆구리로 똥도 싸고 밥도 먹고 그랬다고 혀서 벌 받은 거라고 합디다”라고 말했다.

일본인이 이 마을까지 들어와 농장을 경영했으며 금강 제방을 중심으로 비옥한 농경지를 차지했던 이야기다. 재 넘어 망성면 화산리에도 ‘담옥’이라는 일본인이 둑을 쌓아 농장을 경영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용두산에는 또 동학과 관련한 이야기도 적게나마 남아 있다. 동학난 시절 마을 주민들은 산에 올라가 토성을 쌓아 이 지역을 지켰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정확치 않고 기록도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지만 지금도 그때 토성을 쌓았던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한다.

또 용두산에는 목련암(目蓮庵)이라는 사찰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용두리사지(龍頭里寺址)는 용두산 남쪽 중턱에 70여 평의 평평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 고려시대 토기편이 산재해 있고 별다른 유구는 발견돼지 않은 절터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목련암이 용두산에 있다고 한 점에 의거 목련암지로 추정하고 있으며 고려시대 절터지만 오랫동안 경작된 탓에 정확한 사실은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북면 면사무소가 있던 중심 마을

법성(法聖, 法成)마을은 순풍마을이라고도 불렸는데 마을 뒷산인 순풍산(順風山)의 이름을 따라 순풍이라고 부르다 고찰 자명사(自明寺)에서 비롯해 법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고 전해진다.

자명사는 신라 문무왕 18년(678)에 설선대사가 창건한 자웅사(自雄寺)였으며 조선 중기에 와서 자명사로 개칭된 고찰이며 용안 교동에서 용두산을 넘어 법성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 위치한다. 일명 우슬산 또는 법화산이라고 불리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구술사프로젝트팀은 마을 주민 전종서(49), 구경순(65), 김추자(67), 신일례(81) 씨를 만났다.

구경순 씨는 “용안이 남면, 북면, 동면으로 나눠져 있을 땐 여기가 북면의 제일 중심지였어. 잘사는 사람도 많아서 정미소도 있었고 전기도 제일 먼저 들어왔다고. 훌륭한 인물도 많이 났던 곳이여”라고 말했다.

법성마을은 특히 오응정과 그의 자손으로 유명한 삼세오충의 탄생지로서 해주 오씨의 집성촌이었다고 한다.

주민들에게 예전의 생활상을 물었다.

전종서 씨는 “강을 막기 전에는 모래톱이 있어서 조개도 잡고 지나가는 배가 우어를 던져주면 회로 먹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고 구경순 씨는 “갈기(갈게)가 많았는데 하구둑 막고는 없어져 버렸어. 밤에 후레쉬 갖고 가서 구덩이를 파놓으면 기(게)가 몰려 들어와서 가마니에 담아와서 젓갈 담고 그랬지. 대부분 집에서 젓갈 담아 먹고 살았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