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세계유산 탐방.. 무왕길 따라 백제 왕도 익산을 걷는 1400년 전의 백제 여행 인기 만발
서동 선화의 쌍릉에서 오금산 익산토성, 미륵사지와 구룡마을 대나무숲, 서동공원까지 걷는 코스 탐방

쌍릉으로 향하는 표지판

무왕이 잠든 대왕릉

오금산길

오금산길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익산토성

왼쪽부터 쌍릉으로 향하는 표지판. 무왕이 잠든 대왕릉. 오금산길. 오금산길에서 1Km정도 떨어진곳에 위치한 익산토성.

최근 들어 웰빙 문화와 함께 걷기 운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각박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마주하며 걷는 것은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좋은 처방일 것이다. 그래서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도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하는 붐이 일고 있다.

익산시도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둘레길 조성에 공을 들였다. 함라산 길을 시작으로 웅포 강변포구길과 성당포구길, 무왕길, 미륵산길, 용화산길 등 6개 코스의 총 길이 99km에 이르는 ‘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이 순차적으로 개통되며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익산의 둘레길은 그 이름에서부터 타 지역의 둘레길과 차별화된 길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다 익산만이 가지고 있는 백제의 풍부한 역사문화를 덤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

그 중 ‘무왕길’은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를 중심으로 한 익산역사유적지구를 두루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천사백년 전의 익산을 무대로 펼쳤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자연과 사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백제의 숨결을 걷는 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익산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미리 세계유산을 탐방하는 기회로 즐거움이 배가 되고 있다.

◈ 가벼운 배낭을 짊어지고

‘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의 6개 코스 중 무왕길은 백제의 역사문화가 밀집돼 있는 왕궁과 금마 일대를 아우르는 코스로서, 도보코스 둘, 자전거코스 하나로 이뤄져 있다.

먼저 도보코스 중 무왕길1은 서동무왕의 발자취를 두루 만나며 백제의 역사문화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코스로, 익산쌍릉에서 출발해 익산토성, 미륵사지, 뜬바위, 구룡마을 대나무숲, 서동공원, 고도리석불입상, 왕궁리유적전시관을 거쳐 익산쌍릉으로 돌아오는 총 거리 18.4km, 소요시간 6시간 30분의 코스다.

무왕길2 코스는 왕궁리유적전시관에서 출발해 제석사지, 서동생가 터, 익산쌍릉(익산토성)에 이르는 코스이며 거리는 8.3km, 소요시간은 2시간 40분의 짧은 여행에 적합한 코스다.

무왕길 자전거코스는 총 길이 8km이며 익산쌍릉에서 출발해 익산토성, 서동생가터, 고도리석불입상, 왕궁리유적전시관을 거쳐 익산쌍릉으로 돌아오면 된다.

◈ 서동 무왕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무왕길1 탐방]

왕궁리유적전시관과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서는 매월 4째주 토요일에 ‘무왕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다양한 코스의 무왕길을 걸으며 전문 해설사의 이야기를 통해 둘레길 탐방을 천사백년 전 백제로 떠나는 여행으로 만들어 준다.

2월부터 11월까지(7,8월 제외) 진행되며 매월 10일부터 19일까지 왕궁리유적전시관 홈페이지나 전화로 선착순 30명까지 접수를 받는다. 1인당 3천원(보험료, 물)의 참가비를 내면 참가할 수 있다.

[출발! - 쌍릉] 

무왕길1 코스의 시작 지점인 익산쌍릉은 도심에서 무왕로를 따라 금마방면으로 가다 좌측으로 갈라지는 쌍능길 8백여 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한적한 도로변에 위치한 쌍릉은 2기의 대형 왕릉이 동서로 2백여 미터 거리를 두고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으로 주차장과 탐방로 조성이 잘 되어 있어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다.

두 개의 무덤 중 도로변에 위치한 대왕릉이 무왕의 무덤이며 안쪽 숲 속에 위치한 소왕릉은 무왕비(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근거는 백제 왕릉인 부여 능산리고분과 유사한 무덤 구조를 비롯해 주변 출토 유물이다.

능산리고분 중 가장 큰 동하총이 쌍릉 중 소왕릉과 비슷한 크기인데 대왕릉의 경우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백제시기에 강력한 힘을 지닌 누군가의 무덤으로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왕궁리유적에서와 같은 토기가 주변 공원조성 과정에서 출토된 점으로 미루어 왕궁리유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백제의 왕, 무왕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쌍릉은 한 때 고조선 준왕의 무덤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무덤 형식이나 유물들의 시대가 맞지 않아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오금산과 익산토성]

쌍릉에서 출발해 쌍능길을 따라 한적한 길을 여유롭게 걷다 보면 삼정원을 만나는 지점에서 포장도로가 끝나고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오솔길로 접어든다. 이 오솔길 좌측으로 보이는 산자락이 바로 서동이 마를 캐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오금산(五金山)이다.  

서동설화에서 서동은 오금산에서 마를 캐어 홀어머니를 모셨으며 또 선화공주와 혼인 후에는 오금산에서 금덩이 다섯개를 얻어 그 금덩이를 선화공주의 아버지인 진평왕에게 보냈다고 한다.

현재 오금산 주변에는 용샘을 비롯해 마룡지, 서동생가터 등 서동이 살았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으며 지금도 오금산에는 야생으로 마가 자라고 있어 젊은 서동이 누비던 곳이었음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호젓한 산길을 따라 약 1km정도 내려가다 보면 익산토성이라는 팻말을 마주친다. 익산토성은 오금산 정상(해발 125m)과 동측 계곡을 둘러싼 산성으로 왕궁리유적을 방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충지에 들어선 토성이다.

팻말을 따라 점점 가팔라지는 길을 따라 약 2백 미터가량 올라가면 울창한 숲 사이로 익산토성의 위용이 드러난다. 오래된 석축이 오금산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데 그 둘레가 680m이며 성내에서 보면 북측의 미륵산을 비롯해 주변지역을 관측하기 용이한 산성임을 알 수 있다.

성곽유적의 발굴조사 결과 백제 말기의 유물부터 고려시기에 이르는 토기편, 기와편 등의 유물들이 출토돼 백제 말기에 축조돼 고려시기까지 사용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 축조 당시에는 토성으로 세워졌으나 통일신라시기에 이르러 석축으로 개축 됐으며 성내에는 건물지 흔적 등이 확인된 바 있다.

[성벽 너머 미륵사지로]

익산토성에 올라 성벽을 따라 걷는 탐방로는 무왕길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 백제시대의 산성인 익산토성의 성벽을 밟으며 걸으면 주변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쪽으로 왕궁리 유적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미륵산과 미륵사지가 보인다. 세계유산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오금산 정상에서 동편 방향으로 돌아 능선을 따라 울창한 숲길을 걷다가 오금산 반대편 용순리로 내려선다. 인삼밭을 비롯한 경작지가 양쪽으로 펼쳐지며 농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다음 목표는 미륵사지. 약 3km의 거리다.

무왕길 따라 곳곳에 서있는 표지판이 미륵사지로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며 쉴만한 공간이 필요한 시점에 편안한 쉼터가 자리해 있어 땀을 식힐 수 있는 그늘을 마련해 준다.

정완창 기자